영화 <줄리 앤 줄리아> 속 음식들
이번엔 영화 <줄리 앤 줄리아> 속 음식들을 가지고 왔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우리가 다 아는 음식들이다. 올랑데즈 소스는 홀랜다이즈 소스, 에그 포셰는 포치드 에그(수란), 샹피뇽 소테 오 뵈르는 그냥 버터에 구운 양송이버섯이다. 영화만 보고는 "그거 있잖아 줄리아가 먹었던 음식" 하면서 무슨 요리인지 설명하기 바빴는데 음식의 이름을 알고 나니 아주 편안해졌다. 이 음식들의 이름을 프랑스어도 모르는 내가 어떻게 알았냐 하면 그냥 책에서 읽었다. 어떤 책에서 읽었냐 하면 줄리 앤 줄리아의 줄리아 차일드가 쓴 책 "프랑스 요리의 기술"에서 읽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책은 원어로 된 책만 있었기 때문에 읽어보고 싶어도 읽을 수가 없었는데 최근에 한국어판이 나왔고 엄청 들뜨고 기쁜 마음으로 책을 받아보았다.
일단은 책을 받아보고 좀 놀랐었다. 두껍기도 엄청 두꺼웠고 오래전 만들어졌던 그대로 찍어낸 책인 것 같았다. 글씨도 빽빽하게 쓰여 있었고 요즘에 나오는 요리책의 화려한 사진 대신 직접 그린듯한 그림들이 중간중간 배치되어 있었다. 간결한 걸 좋아하는 내게는 조금 부담스러운 책이었다. 그런데 어쩌겠나. 난 이걸 봐야 했고 음식을 만들어야 했고 영상을 찍어야 했다.(협업 제의를 받았기 때문에...;)
그때부터 나는 줄리 앤 줄리아에 나오는 음식이 어떤 건지 책을 통해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요리 이름을 몰라서 애먹을 줄 알았던 예상과는 달리 아주 빨리 쉽게 음식들을 찾을 수가 있었다. 글씨가 많아서 복잡해 보였을 뿐 이 책의 내용은 재료별로 보기 쉽게 잘 나뉘어 있었다. 아무튼 그때는 밤늦은 시간이었고 원하는 음식을 찾았으니 레시피만 대충 보고 자야겠다 했었는데 그로부터 3시간 뒤 잘 준비를 하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이 책은 그냥 레시피나 좀 찾아보는 그런 실용서가 아니었다. 레시피 하나하나에 줄리아의 다정함과 세심함이 묻어있었다. 예를 들어 이 음식엔 어떤 재료들을 사용하면 좋을지, 만약 재료들의 상태가 좋은 조건이 아니라면 어떤 식으로 조리해야 할지, 요리를 막 완성했을 때 먹는 방법부터 남은 요리들을 어떻게 보관하고 어떻게 다시 식탁에 올려야 하는지, 완성된 요리와 어울리는 다른 음식들은 어떤 게 있는지, 어떤 와인과 먹으면 좋은지 등이 아주 자세히 적혀 있었고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따뜻하기도 했고 빨리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재료 : 달걀노른자 3개, 버터 170g~220g, 찬물 15ml, 레몬즙 15ml, 소금 한 꼬집
TIP. 달걀노른자는 천천히, 조금씩 온도를 높일 것/버터를 섞을 때는 앞서 넣은 버터가 달걀노른자와 완전히 섞이고 난 뒤에 조금씩 더해야 함/달걀노른자 1개가 흡수할 수 있는 버터의 최대양은 보통 80g, 만들어본 경험이 없다면 버터는 60g 미만으로 넣는 것이 안전함
- 소스팬에 적당한 크기로 자른 버터 170g을 넣고 중간 불로 녹인 뒤 한편에 둔다.
- 그릇에 달걀노른자를 넣고 거품기로 약 1분간 저어 걸쭉, 진득하게 만들어준다.
- 달걀노른자에 물, 레몬즙, 소금을 넣고 30초 동안 더 젓는다.
- 차가운 버터 1Ts을 넣고 그릇을 매우 약하게 끓는 물 위에 올린 채 거품기로 계속 저어 서서히 걸쭉하고 매끈한 크림처럼 만든다.
*이 과정은 보통 1-2분 정도 소요되는데 너무 빨리 걸쭉해지거나 멍울질 것 같으면 즉시 그릇을 찬물에 담그고 계속 저어 식혀준다. 그런 다음 다시 약하게 끓는 물에 올려 계속 저어준다.
- 휘저을 때 그릇 바닥이 보이기 시작하고 달걀 혼합물이 거품기에 묽은 크림처럼 엉겨 붙으면 충분히 걸쭉해진 것이다.
- 그릇을 즉시 불에서 내려 차가운 버터 1Ts을 섞는다.
*달걀노른자가 더 익는 것을 막아준다.
- 녹인 버터를 방울방울 또는 1/4 티스푼씩 넣으며 거품기로 계속 휘젓는다. 아주 진한 크림의 농도로 걸쭉해지기 시작하면 버터를 더 빠른 속도로 부으며 휘젓는다. 이때 버터를 녹인 팬 바닥에 있는 우윳빛 침전물이 섞여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한다.
- 취향에 따라 소금과 후추, 레몬즙을 더해 소스를 완성한다.
재료: 달걀, 식초
TIP. 신선한 달걀을 사용할 것/깊이가 6-7cm의 냄비를 사용할 것
방법 1
- 냄비에 물을 약 5cm 깊이로 붓고, 식초를 적정량 섞는다.(물 1L당 식초 1Ts)
- 물이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인다.
- 달걀 1개를 톡톡 쳐 깨뜨린 다음 끓는 물 위에 최대한 가까이 댄 채 껍데기를 갈라 내용물을 물속에 빠뜨린다.
- 재빨리 나무 스푼으로 2-3초 동안 달걀흰자를 안쪽으로 살살 밀어 달걀노른자를 감싸게 한다.
- 물이 계속 매우 약하게 끓도록 불을 조절하고 4분이 지나면 건져낸다.
- 손가락으로 가볍게 눌러 익은 정도를 확인한다.
*달걀흰자는 단단히 익되 달걀노른자는 아직 부드러운 것이 느껴지면 곧장 달걀을 찬물에 담가 식초 성분을 씻어내고, 달걀이 계속 익는 것을 막는다.
방법 2
- 작은 그릇에 달걀을 깨뜨려 담은 다음 끓는 물 위에서 기울여 그 안으로 달걀을 미끄러뜨리듯 넣는다.
*방법 1과 동일
방법 3 (달걀이 신선하지 않을 때)
- 달걀을 껍데기째 약하게 끓는 물에 8-10초쯤 담갔다가 꺼낸다.
- 끓는 물 위에 최대한 가까이 댄 채 달걀 껍데기를 갈라 내용물을 물속에 빠뜨린다.
*방법 1과 동일
재료 : 양송이버섯 4개, 버터 1스푼, 식용유 0.5스푼, 소금, 후추
TIP. 살짝 노릇한 색이 감돌며 더 익혀도 수분이 나오지 않는 제대로 된 소테를 하려면 버터를 아주 뜨겁게 가열할 것/물기가 제거된 버섯을 널찍한 팬에 소테 할 것/팬의 면적에 비해 너무 많은 양의 버섯을 한꺼번에 넣으면 즙이 다 빠져나오고 노릇한 색감도 나오지 않으니 화력이 약하거나 버섯의 양이 많다면 조금씩 나누어 소테 하는 게 좋음
- 양송이버섯은 2 등분해준다. 버섯의 크기가 좀 크다면 4등 분해도 좋다.
- 팬에 버터와 기름을 넣고 센 불에 올린다. 버터가 가열되며 일어난 거품이 잦아들기 시작하면 충분히 데워진 것이니 이때 버섯을 넣어 4-5분 동안 뒤섞는다.
*처음엔 버섯이 기름을 흡수하지만 2-3분이 지나면 표면에 기름이 다시 돌면서 노릇하게 볶아지기 시작한다.
-살짝 노릇한 색깔이 감도는 즉시 불에서 내린다.
-취향에 따라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지금까지 만든 것들을 활용해 <에그 베네딕트> 브런치를 만들어보자!
재료 : 토마토, 아스파라거스, 버섯 등 원하는 채소들, 베이컨, 빵, 올리브유, 버터, 소금, 후추
- 재료들을 손질해 준다.
- 준비한 채소는 올리브유나 버터에 굽고 소금, 후추로 간해준다.
*단, 버섯은 베이컨을 굽고 난 기름에 구워준다.
- 빵 위에 구운 채소와 베이컨 등을 쌓아 올리고 마지막에 수란을 올려주고 홀랜다이즈 소스를 올려준다.
- 버터에 구운 양송이와 잎채소, 구운 채소 등과 함께 접시에 담는다.
버터가 이렇게나 많이 들어간 소스가 맛없다면 그거야 말로 거짓말이겠지. 왜 수란과 이 소스를 함께 먹는지 알 것 같았다. 혼자 먹기 아까워서 좋아하는 사람들 막 불러놓고 함께 먹고 싶은 맛이라고 하면 딱 맞는 설명이겠다. 아, 그리고 지금까지 나는 양송이버섯을 엉터리로 볶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고마워요 줄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