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후 생각 정리 #4
두 달 정도 몸도 힘들고 시간 여유도 없어서 잠시 상담을 멈췄다가 오랜만에 상담을 받았다. 상담하는 시간은 괴롭고 힘든 시간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장면을 떠올려야 하고 그걸 정리해서 입으로 다시 내뱉어야 하고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을 떠올려야 하는데 평생 내 감정을 꽁꽁 숨겨두고 살아온 나는 이 부분이 가장 힘들고 답답하다.
그 감정을 표현할만한 말을 갖고 있지 않다는 건 나를 저 어딘가로 툭 떨어뜨리는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일종의 절망감 같은 건데 정확히 절망감은 아닌 그 느낌. 표현을 할 수가 없으니 풀 수도 없을 것만 같아져 한없이 내려앉는 것 같은 기분.
알아챌 수도 없고 알아채도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알 수도 없는 이것은 너무 견고한 듯 보여서 나를 슬프게 만든다.
상담을 받고 온 그 날밤, 나는 두 번의 꿈을 꿨다. 첫 번째 꿈과 두 번째 꿈은 이어진 내용의 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첫 번째 꿈은 전혀 기억이 안 났고 두 번째 꿈만 드문드문 기억이 났다.
꿈을 꿀 때 나는 잠꼬대를 했다고 한다. 뭔가에 쫓기는 듯 보였고 슬퍼 보였다고 하는데 꿈 내용이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으니 왜 그랬는지 알 수는 없다.
꿈도 현실도 아주 모호하고 흐릿하다.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나는 무언가를 느끼고 있지만 그게 무엇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나는 난데, 나는 내가 느끼는 감정의 주인이고 내가 살아온 인생의 주인인데 왜 나는 나에 대해 명확하게 알 수가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