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비키친anime cook Dec 01. 2022

멍하게

그냥 흘려버린 시간에 대해

요즘 혼자 있을 땐 자주 멍 때리며 시간을 보냈다. 일을 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도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도 그냥 한 자리에 앉아 멍하게 있었다. 처음 이 현상을 겪을 땐 집중력이 떨어진 건 게 아닌가 싶어 걱정도 됐었고 해야 할 일을 제때 못하는 것 같아 불안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그런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내 몸은 틈만 나면 멍하게 있으려고 했고 그렇게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다 보니 벌써 연말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의미 없이 흘러간 것 같은 그 시간들은 내게 반드시 필요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실제로 지난 몇 개월을 지내고 돌아보니 나는 그 몇 개월 전보다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고 다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생겨난 것 같았다. 멈춰야 할 때, 쉬어야 할 때를 모르니까 나를 지키려는 내 몸이 스스로 그렇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멍 때렸던 몇 달 동안 영상 하나를 편집하는데 한 달 이상이 걸리기도 했고 일주일에 하나씩 올리던 영상을 2주에 한번 한 달에 한번 올리기도 했었는데 쉼의 과정을 통해 즐거움이 빠져버린 덕질의 덕력을 한껏 올리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즐거움을 잃어버린 빈틈없는 시간보다는 즐거움이 함께 하는 빈틈 있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안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