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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비키친anime cook Jun 20. 2019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마음에 난 구멍은 어떻게 채워야 할까?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 고양이가 따랐다고 말하는 주인공 사요코는 사람들에게 고양이를 빌려준다. 그녀는 많은 고양이들과 함께 살고 있고 무언가를 결정할 땐 종종 고양이들에게 의견을 묻기도 하며 돌아가신 할머니처럼 고양이를 사랑한다.


어떻게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고양이를 빌려줄 수 있지? 하고 생각했던 것이 무색해질 만큼 사요코는 철저한 심사를 거쳐 합격한 사람에게만 고양이를 빌려주고 있었다. 사요코가 고양이를 빌려 가는 사람에게 보는 조건은 단 두 가지! 고양이를 잘 돌봐줄 만한 사람일 것. 그리고 외로운 사람일 것.


고양이를 빌릴 자격이 되는 사람들은 차용증을 작성한 후 고양이를 받았는데 그 차용증엔 차용인의 이름과 함께 고양이를 빌리는 기간을 적어야 했다. 그런데 그 기간이라는 게 하루, 한 달, 일 년과 같은 개념이 아니라 내가 죽을 때까지, 내가 집에 돌아갈 때까지, 나를 집에서 맞이해 주는 사람이 생길 때까지 와 같은 개념의 시간이었다. 즉 언제가 될지 모르는 시간, 짧은 시간이 될 수도 긴 시간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런 건지 영화에 나오는 차용인들은 고양이를 아주 소중하게 아껴주었던 것 같다. 언제 이 귀여운 고양이와 헤어지게 될지 모르니 하루하루 더 예뻐해 주자는 심정. 뭐 그런 거였을까?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첫 번째 차용인 : 요시오코 스미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것도 모자라 반려 고양이였던 모모코까지 먼저 보낸 스미코 할머니는 자신의 마지막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책임하게 새로운 고양이를 키울 수 없었기에 하루하루를 외롭고 쓸쓸하게 지내고 있었다. 때마침 고양이를 빌려 준다는 사요코를 우연히 만나게 된 할머니는 한눈에 쏙 드는 고양이를 발견하게 된다. 모모코와 쏙 닮은 노란색 고양이. 오렌지 푸딩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할머니의 마음의 구멍을 과연 이 노란 고양이가 채워 줄 수 있을까?


두 번째 차용인 : 요시다 고로

오랜 시간 가족과 떨어져 살았다는 요시다는 훌쩍 커버린 딸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한 달 뒤 가족들에게 돌아가게 되지만 어쩐지 자신을 환영해 주지 않는 딸로 인해 마음에 구멍이 생겨버렸다. 다른 고양이들보다 퀴퀴한 냄새를 좋아한다는 아기 고양이는 과연 요시다의 마음의 구멍을 채워 줄 수 있을까?


세 번째 차용인 : 요시카와 메구미

자폰 렌터카 직원인 메구미는 모든 물건과 사람에 등급을 매기는 버릇이 있다. 그런 메구미는 자신을 C등급이라고 여기며 하루하루를 무료하고 의미 없이 살아간다. 매일 밤 집으로 돌아갔을 때 자신을 기다려주는 사람이 없어 외롭다는 그녀의 마음의 구멍은 과연 고양이가 채워 줄 수 있을까?


네 번째 차용인 : 요시자와 시게루

사요코의 중학교 동창인 요시자와는 어릴 때부터 허풍이 심한 거짓말쟁이였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친구가 없었던 아이였다. 길에서 우연히 사요코를 만나 고양이를 빌려 달라고 말하지만 거짓말쟁이에게 고양이를 빌려줄 수 없었던 사요코는 요시자와를 피해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요시자와는 사요코의 뒤를 밟아 사요코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가게 된다. (현실에서 저렇게 하면 스토킹, 주거침입 죄에 해당함. 따라 하지 말 것!) 자신이 떠나도 기억해달라고 요청하는 요시자와의 구멍은 무엇으로 채워질 수 있을까?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마음에 큰 구멍이 생겨버린 사요코는 그 외로움이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이었고 동시에 외로움을 지닌 사람들을 잘 알아보는 사람이었다. 고양이들이 자신의 마음의 구멍을 채워줬다고 생각하는 사요코는 그 고양이들이 다른 사람들의 외로움도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하여 고양이를 빌려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사요코는 고양이가 모든 마음의 구멍을 채워줄 거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론 이상하리만큼 결혼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실은 사요코 마음에도 여전히 구멍이 있었던 게 아닐까...?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 마음에 난 구멍 중 어떤 것은 고양이로도 그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따뜻한 위로로 다가오는 이유는 영화 속에 들어있는 마음 때문이었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어 하는 시도, 그 마음 말이다.


영화는 "내가 당신의 마음을 치유하진 못하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 구멍을 나도 가지고 살고 있고 그 외로움이 어떤 건지 잘 알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때론 누군가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치유 될 때가 있지 않은가.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https://youtu.be/7Npxdkhn0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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