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황금기로 물든 파리의 명암을 한 편의 판타지아로
제42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개막작이자 제44회 세자르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미셸 오슬로 감독의 영화 <파리의 딜릴리> (2018)는 예술의 황금기인 ‘벨 에포크 시대’의 파리를 배경으로 한다. <파리의 딜릴리>는 애니메이션이지만 현실 세계의 형태를 살며시 확인할 수 있는 색감과 장면 구성으로 흥미를 유발했으며, 더 나아가 주인공 ‘딜릴리(프루넬 샤를-암브롱)’와 ‘오렐(엔조 라티토)’의 지속적인 동선의 변화와 이동속도의 완급조절을 통해 동적인 느낌도 살린다. 근데, 영화를 통해 미셸 오슬로 감독이 보여주고자 핵심은 당시 벨 에포크 시대의 화려함에 가려진 어두운 파리 혹은 사회 현상이다.
오프닝 시퀀스는 위에서 언급한 미셸 오슬로 감독의 의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약간의 충격을 관객에게 안기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예술의 황금기였던 만큼 예술가를 포함한 많은 프랑스인은 자신들의 문화에 자긍심을 가졌을 테지만, 자긍심이 거만과 차별로 변질되자 사회문제는 바로 일어나게 되었다. 자신들과 피부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리고 자신들의 문명과 이질적이라는 이유로 프랑스인은 아무렇지 않게 다른 대륙에서 데려온 사람들을 전시하면서 원숭이 취급한다. 이와 같은 차별 관련 이슈는 나중에 여성차별로 확장된다.
파리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회문제와 연루되어 있는 조직은 나이와 상관없이 여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데, 특히 어린 소녀의 경우 납치를 해버린다. 이들이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는 남성 중심 사회의 전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들은 퀴리 부인과 같은 여성들이 사회를 점차 지배해 남성이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으며, 결국 파리가 죽어간다는 비논리적인 말을 늘어놓는다. 이들은 여성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한다. 무엇보다 여성을 부르는 명칭은 굉장히 충격적이다. 여성을 ‘네발’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여성을 동물로 취급하는, 즉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로 여기는 가치관이 깊이 뿌리내렸다는 점을 명백히 드러낸다. 심지어, 지금이나 그때나 자행되는 악의 무리와 유착하는 공권력 남용도 확인할 수 있다.
<파리의 딜릴리>의 엔딩은 권선징악의 서사구조를 따르므로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뒤숭숭한 파리의 어둠이 걷히는 와중에도 갑자기 나타나 돈이나 밝히는 캐릭터를 등장시킴으로써 권력이 있거나 돈이 있는 자를 비판한다. 게다가, 툴루즈, 드가, 파스퇴르, 르누아르, 모네, 피카소, 로댕 등 예술가와 과학자를 등장시키는데 비록 일부 인물은 '딜릴리'의 뜻에 동참하지만, 나머지 인물은 안전한 곳에 몸을 숨겨 어두운 시국을 애써 외면하려고 한다. 이러한 사람들의 등장과 나열은 결국 하나의 집합을 형성하고 '딜릴리'와 자연스럽게 대비됨으로써 굉장히 날카로운 뒷맛을 남긴다. 따라서, 누군가는 <파리의 딜릴리>의 결말을 환영할지도 모른다.
* 관람 인증
1. 2018.11.17 (2018 프렌치 시네마 투어)
2. 2019.05.27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