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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문보 Jul 15. 2019

영화가 되고 싶었던 SNL, <롱 샷>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건 힘든 일


영화 <50/50> (2011)과 <웜 바디스> (2013)를 연출했던 조나단 레빈 감독은 '백마 탄 왕자'가 등장하는 기존의 여러 작품을 뒤집는 이야기인 영화 <롱 샷> (2019)으로 돌아왔다. 영화 <롱 샷>의 장점은 모든 게 완벽한 왕자와 저주에 걸렸거나 약간의 결함이 있는 공주가 등장하는 대부분 동화를 단순히 역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역전을 기반한 웃음을 가공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독일 나치즘을 상징하는 '하켄크로이츠(Hakenkreuz)'를 자랑스럽게 문신으로 새기는 인종차별주의자, 성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게 내뱉는 방송국 사람, 가짜 뉴스를 아무렇지 않게 발행하는 사람과 이런 기사를 쉽게 믿는 대중, 정치계와 언론계의 검은 유착 관계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섬세하지는 않지만 재미있게 건드린다.



다만, 영화 <롱 샷>의 장르 특성상 웃음 유발 쪽으로 무게가 쏠리다 보니 사회문제를 하나 꼬집고 나서 급하게 마무리하는 패턴이 반복된다. 만약 '롱 샷'이 'SNL(Saturday Night Live)'과 같은 코미디쇼 프로그램 내 코너 중 하나였다면, 이 패턴을 일주일에 한 번씩 보면 되기 때문에 매주 일정 수준의 재미에 만족할 수 있었을 테다. 하지만, 125분 동안 변화 없는 패턴에 노출되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심적으로 지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또한, <롱 샷>의 흥미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은 로맨스 코드다. 되풀이되는 웃음 패턴이 식상해지는 상황을 피하고자 로맨스 코드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코미디 영화도 영화이기에 개연성이 어느 정도 필요한 상황에서 로맨스 코드는 시퀀스와 시퀀스를 부드럽게 연결해주는 이음새 기능과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 오히려, 이음새 부분인 로맨스 코드가 너무 튄 나머지 시퀀스와 시퀀스가 단절되고 만다. 



* 관람 인증

1. 2019.07.09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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