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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문보 Apr 14. 2020

규정하지 않는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미야케 쇼 감독의 영화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2018)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2018)는 사토리 세대에 해당하는 세 인물의 여름을 그려낸 영화다. 사토리 세대를 향한 평가는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평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욕망을 상실한 채 지내는 무기력한 집단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이 영화를 연출한 미야케 쇼 감독은 이와 같은 사회적 판단을 거부한다. 파란색을 핵심 색감이자 빛으로 삼고, 그 아래 세 인물을 배치함으로써 그들이 함께 보낸 그해 여름의 공기에 집중한다. 역동성은 떨어지지만, 미야케 쇼는 자비에 돌란처럼 대상화할 수 없는 것을 미학적으로 구현하려고 노력한다.



파란색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는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소개되었던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2017)와 엮일 수 있다. 하지만, 청춘의 방황과 불완전함을 희망으로 규정하려는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와 달리,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는 ‘사치코(이시바시 시즈카)’, ‘시즈오(소메타니 쇼타)’, 그리고 주인공 ‘나(에모토 타스쿠)’의 관계를 무언가로 규정짓지 않는다. 이는 사토리 세대의 삶을 평가하지 않으려는 감독의 태도에서 이미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감독은 세 인물의 청춘을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서성이면 서성이는 대로, 머뭇대면 머뭇대는 대로 놔둔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세 청춘이 기성세대가 규정한 성실함과 거리가 먼 삶을 살더라도, 감독은 영화를 보거나, 독서하거나, 음악을 감상하는 순간에 손대지 않는다. 대신, 인물들 각자 표출한 운동성이 충돌하고, 상호작용을 하도록, 돌아다니는 거리와 활동하는 공간에 푸른빛이 감돌게 할 뿐이다. 덕분에 세 인물 중에 부재자가 생겨도, 푸른색으로 응집된 감정 덩어리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이 자체가 청춘일 뿐만 아니라 청춘을 청춘답게 이야기하려는 영화의 의도에 부합한다고 불 수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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