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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문보 Nov 19. 2020

헌사, 아이러니, 영광: 영화 <맹크> (2020)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 <맹크> (Mank, 2020)


[헌사]

데이빗 핀처 감독의 <맹크>(2020)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뼈대는 오슨 웰즈 감독의 <시민 케인>(1941)의 것과 비슷하다. <시민 케인>이 시작하면 대저택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찰스 포스터 케인(오슨 웰즈)이 등장한다. 이를 반추하면 <맹크>가 시작하면 심각한 부상으로 꼼짝하지 못하고 외딴 저택에서 시나리오를 완성해야 하는 업무를 받는 허먼 J. 맹키위츠(게리 올드만)가 나타난다. 이후 <시민 케인>에서 플래시백 숏과 현재 숏이 대화의 방식으로 교차되면서 찰스 포스터 케인의 삶을 추적한다. 마찬가지로 <맹크>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추락했던 허먼 J. 맹키위츠의 회복하는 삶을 담아낸다. 그런 점에서 <맹크>는 <시민 케인>에게 헌사를 바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러니]

그러나 <맹크>는 ‘헌사’라는 프레임에만 가두기에는 영화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우선 <맹크>는 스타 및 스튜디오 중심 시스템에서 고전하고 좌절하는 창작자의 모습(자살 포함)을 부지런히 담아내며 고전적 할리우드 시스템의 어두운 이면을 그려낸다. 그리고 대공황의 여파로 빈곤 문제가 극심하지만, 영화계는 흥행을 맞이하는 옥시모론이 묘사된다. 또한, 영화 초반부의 허먼 J. 맹키위츠와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찰스 댄스)의 대화 장면을 상기하면, 영화 산업은 무성영화에서 토키 필름으로 전환 중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데이빗 핀처 감독은 당시 미국의 복잡한 상황을 이중 삼중으로 전달하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최상의 작품이 완성되는 아이러니를 이야기한다.



[창작의 영광]

영화 후반부에서 엔딩 크레디트를 놓고 오슨 웰즈(톰 버크)와 허먼 J. 맹키위츠가 언쟁을 벌이지만, 어쨌든 협업 끝에 <시민 케인>을 탄생시킨다. 물론 두 사람은 제1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공동 수상 이후에도 불화를 씻지 못하고 관계를 단절한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두 사람의 충돌을 보여주며 집단 예술인 영화에서 ‘영광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라는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이와 동시에 <맹크>의 각본을 두고 아버지 故 잭 핀처와 의견이 충돌했던 데이빗 핀처 감독 본인의 과거가 투영된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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