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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문보 Dec 24. 2020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의 <이다> & <콜드 워>

KU시네마테크 흑백영화 기획전: Love / Youth / Life


제8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영화 <이다>(2013)와 제71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영화 <콜드 워>(2018)는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이 만든 흑백 영화이다. <이다>와 <콜드 워>의 화면 비율은 모두 ‘1.37:1’이며, 동일한 기본 설정 아래 두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데올로기가 폴란드의 색채를 소거해버린 시대상을 공유한다. <이다>의 이다(아가타 트르제부초우스카)는 영아였을 때 고아원에 보내져 지금까지 ‘수녀가 될 고아’라는 정체성을 갖고 살았고, <콜드 워>의 줄라(요안나 쿨릭)와 빅토르(토마즈 코트)는 음악과 사랑으로 냉전 시대에 맞서서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두 작품의 주인공들은 이데올로기 때문에 위기에 빠진다. 



이다는 수녀가 되기 직전에 유일한 혈육인 이모 완다(아가타 쿠레샤)로부터 본인의 실제 정체성을 깨닫게 된다. 더 나아가 이다는 부모의 죽음이 나치즘과 유관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유대인의 비극적인 역사의 연장선상에 놓인 이다는 심적으로 동요하고, 그녀의 내면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줄라와 빅토르는 자신들의 음악이 더럽혀질뿐더러 사랑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 빠진다. 왜냐하면 개인의 자유와 사상을 통제하고, 슬라브 우월주의를 내세워 소련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진영을 확고히 하겠다는 폴란드의 국가 노선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은 <이다>와 <콜드 워> 모두에 황량한 사거리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난관에 봉착한 주인공들의 모습을 포착한다.



그렇지만 두 작품의 결말은 상이하다. <이다>의 후반부는 이다의 텅 빈 얼굴과 공간의 여백으로 공허감의 더블 레이어를 구축한다. 그리고 엔딩 시퀀스에서는 핸드헬드 카메라로 이다의 리액션 숏을 완성하며 그녀의 운명이 비극으로 끝날 것임을 암시한다. 이와 달리, <콜드 워>에서 줄라와 빅토르는 설령 이데올로기가 자신들의 음악을 망쳐도 사랑만큼은 앗아갈 수 없는 길을 택한다. 즉, 두 사람은 무너진 교회에서 부부의 연을 맺고 동반 자살을 택한다. 그런데 이들의 죽음을 비극으로 호도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의 선택은 시간에 상관없는 영원한 사랑을 완성하는 동시에, 사후에서도 지속될 생(生)의 투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줄라와 빅토르가 자리를 떠나자 바람이 불고,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고요한 평원을 메우는 숏은 두 사람을 응원하는 것처럼 들린다. 따라서 두 작품은 색채를 잃은 폴란드의 시대를 공유하지만, <콜드 워>는 <이다>의 대척점에 서 있는 영화이다.



[영화 정보]

1. <이다> (Ida, 2013)

https://www.imdb.com/title/tt2718492/?ref_=nv_sr_srsg_7


2. <콜드 워> (Zimna wojna, 2018)

https://www.imdb.com/title/tt6543652/?ref_=nm_knf_i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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