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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 Street Feb 12. 2017

<뉴욕 아이 러브 유> 리뷰

뉴욕. 12色의 사랑이 머무르는 곳

 뉴욕. 이름만으로도 우리를 꿈꾸게 하는 마법의 도시. 그곳에는 평범한 일상마저도 영화의 한 장면일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장르를 불문하고 수많은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한 이력과 뉴욕만이 갖는 상징성은 뉴욕을 세상에서 가장 영화적인 도시로 느끼게 한다. <뉴욕 아이 러브 유>는 뉴욕을 배경으로 12색의 사랑을 보여주는 옴니버스 영화다. 리처드 커티스 감독의 <러브 액츄얼리>를 통해 완벽한 옴니버스 형식을 경험한 관객들에게는 그다지 참신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뉴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영화는 우리를 꿈꾸게 한다.

 그렇다고 <뉴욕 아이 러브 유>가 단순히 뉴욕이라는 배경에 기대어 승부하는 작품이라는 뜻은 아니다. 11인의 감독들이 각각 하나의 에피소드를 한 땀 한 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작품이다. 캐스팅 역시 이름을 알 법한 유명 배우들로 이뤄졌다. 감독들과 배우들이 호흡을 불어넣은 각각의 캐릭터들은 자신의 방식으로 뉴욕에서 사랑을 외친다. 인종, 직업, 가치관 모두 다르지만 그들은 뉴욕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인다. 12개의 에피소드는 모든 것이 빨리 지나가는 뉴욕처럼 숨 가쁘게 관객들을 스쳐 지나간다.

  

# 강문 감독의 1色

 이름 모를 뉴욕의 어느 거리. 수많은 인파 속에서 누군가 익숙한 손길로 중년 남성의 지갑을 훔친다. 주인공인 벤이다. 훔친 돈으로 지갑을 채운 벤은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 홀리듯 그녀를 쫓아가 한 술집까지 들어가게 된다. 능숙하게 작업을 거는 벤. 여인도 그가 싫지 않다. 80% 넘어왔다고 믿는 순간 벤의 앞에 그가 지갑을 훔쳤던 중년 남성이 등장한다. 사실 여인은 중년 남성의 불륜녀였다. 중년 남성과의 신경전에 기세가 밀린 벤은 급하게 술집을 떠난다. 처량하게 걸어 거는 벤. 누군가 그를 불러 세운다. 여인이다.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될까?


# 미라 네어 감독의 2色

 맨수크바이는 다이아몬드 교환소를 운영하는 자이나교인이다. 여느 날처럼 일을 하는 그에게 오랜 친구인 리프카가 찾아온다. 그녀는 유대교인이다. 평소처럼 농담과 흥정이 오가는 가운데 리프카가 결혼 사실을 얘기한다. 아무렇지 않게 덕담을 건네고 리프카의 머리에 입을 맞추는 맨수크바이. 서로를 바라는 눈에는 우정보다 진한 감정이 고여있다. 리프카의 결혼식 당일. 리프카는 유대교 결혼 의상을 입은 맨수크바이를 상상하고, 맨수크바이는 자이나교 결혼 의상을 입은 리프카를 상상한다.


# 이와이 순지 감독의 3色

 데이비드는 영화음악 작곡가다. 그에게는 요즘 들어 자꾸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스크립터(감독의 의견을 전하는 직업)'까뮈유'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목소리밖에 몰라도 데이비드는 그녀가 좋다. 데이비드는 그런 까뮈유에게 매번 구애작전을 펼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가깝고도 먼 그녀 까뮈유. 데이비드는 속이 탄다. 까뮈유의 철벽에 마음이 상한 데이비드는 감독의 변덕까지 겹치자 그녀에게 일을 그만둔다고 선언한다. 까뮈유와도 이별인 셈이다. 다음 날, 누군가 데이비드의 문을 두들긴다. 까뮈유다. 기분 좋은 사랑이 시작될 것 같다.

 

#이반 아탈 감독의 4色

 오늘 밤을 도저히 혼자 보내기 싫은 한 남자가 거리를 배회한다. 그의 직업은 삽화 작가다. 그런 그 앞에 매혹적인 여자가 다가와 담뱃불을 청한다. 이미 남자는 사랑에 빠졌다. 비록 하루짜리 사랑이지만 남자는 필사적이다. 남자는 여자에게 다가가 작업을 걸기 시작한다. 낯 뜨거운 19금 멘트들이 쏟아진다. 여자는 묵묵히 담배만 피우며 옅은 미소만 보여주다 한마디 내뱉는다. "당신 개그맨이에요?" "작가에 가깝죠. 그러는 당신은?" "나는 매춘부예요" 남자는 당황한다. 여자는 담배연기처럼 홀연히 남자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 브렛 레트너 감독의 5色

 평생에 한 번뿐인 졸업파티 전날, 여자 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소년. 졸지에 파트너도 없이 파티에 가게 생겼다. 그런 소년에게 동네 약국 아저씨가 자신의 딸과 함께 가라며 사진을 보여준다. 이쁘다. 기대에 부풀어 그녀를 데리러 온 소년은 실망에 빠지고 만다. 휠체어 탄 파트너라니. 그녀는 소년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맘껏 파티를 즐긴다. 파티가 끝나고 그녀는 덕분에 소원성취를 했으니 자신도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그렇게 소년은 잊지 못할(?) 하룻밤을 보낸다. 10대의 마지막, 사랑이 떠나가고 다른 사랑이 찾아왔다. 


# 알렌 휴즈 감독의 6色

 뜨거운 원나잇 스탠드를 보낸 리디아와 거스. 원나잇 이상의 교감을 이룬 두 사람은 다음 날 약속까지 정한다. 각자의 집에서 약속 장소로 향하는 길. 두 사람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도 부정하기 바쁘다. 사랑을 느끼는 자신이 낯설다. 스쳐가는 감정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지만 자꾸 새어 나오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거스는 연거푸 술만 마신다.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거스는 택시를 타고 집에 가려한다. 택시의 문을 여는 순간 거짓말처럼 그의 앞에 나타난 리디아. 둘은 함께 택시를 탄다. 


# 세자르 카푸르 감독의 7色

 중노년의 여자가 맨해튼의 한 호텔을 찾는다. 그녀는 과거에 유명한 오페라 가수였지만 현재는 고독한 말년을 보내는 이자벨이다. 세상의 중심에서 가장자리로 내몰린 그녀는 텅 빈 방에서 공허감을 내쉰다. 노크 소리가 그녀의 적막을 깬다. 호텔의 벨보이 제이콥이 그녀에게 선물이라며 제비꽃을 건넨다. 그의 표정에는 쓸쓸함이 가득하다. 이자벨과 제이콥은 서로에게 깊은 동질감을 느끼며 존재만으로도 서로에게 위로가 돼준다. 삶을 끝내려던 이자벨에게 꿈처럼 다가왔다 사리진 제이콥. 사랑은 쓸쓸하고 아름답다.


  # 나탈리 포트만 감독의 8色

  테야는 아빠 단테와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단테 역시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프다. 이혼 후 테야의 양육권을 가진 아내는 항상 일 때문에 테야를 돌봐주지 못하고 단테에게 떠넘기기만 한다. "테야에게 필요한 건 바로 너, 엄마야" 단테는 부모 역할을 해 줄 수 없어 테야에게 항상 미안하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보모로 불리는 세상의 편견에도 속이 상한다. 그럼에도 단테는 누구보다 테야를 사랑한다. 시간이 흘러도 테야에게 사랑하는 아빠로 남고 싶다. "아빠. 아빠" 단테를 부르는 테야의 목소리에 그는 세상에서 가장 밝게 웃는다.


# 파티 아킨 감독의 9色

 화가는 매일 같이 차이나타운의 한 가게에 찾아간다. 그곳에는 화가의 뮤즈인 점원이 있다. 화가는 항상 그녀를 생각한다. 밥을 먹다가도 휴지에 간장을 뿌려 그녀를 그릴 정도로 그녀를 사랑한다. 그러나 점원에게는 매일 같이 오는 이상한 손님일 뿐이다. 화가는 용기를 내 그녀에게 초상화의 대상이 되어달라고 부탁하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한다. 상심에 찬 화가. 그가 마음에 걸렸던 점원은 그의 집에 찾아가지만 이미 지병을 앓고 있었던 화가는 죽고 없다. 그녀는 간장으로 그린 자신의 그림을 가져가 자신의 눈을 사진 찍어 그림 위에 붙인다.


#이반 아탈 감독의 10色

 식당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통화를 하는 알렉스에게 안나가 다가와 담뱃불을 청한다. 그녀는 알렉스가 전화를 끝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건다. 낯선 사람과 자본적이 있는지 물어보는가 하면, 어째서 남자들은 아내를 버리고 끊임없이 다른 여자를 원하는지 쏘아붙이기도 한다. 낮선이 의 도발적인 질문에도 알렉스는 담담하게 대화를 이어나간다. 담배가 다 타들어가자 헤어지는 두 사람. 스크린은 이제 식당을 비춘다. 함께 테이블에 앉아있는 안나와 알렉스. 사실, 두 사람은 오래된 부부였다. 서로에게 웃어 보이는 두 사람. 사랑의 설렘은 증발하고 권태만이 남았지만 둘의 사랑은 담배처럼 조금씩 사그라들어도 꺼지지는 않을 것 같다.


# 랜들 벨스 마이어의 11色

  등장부터 심상치 않다. 거리 한복판에서 말다툼을 하며 걸어오는 이들은 2년 차 연인인 사라와 저스틴이다. 사라는 매번 똑같은 패턴의 데이트만 하려는 저스틴이 맘에 들지 않는다. 때로는 새로운 장소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 한편으로는 저스틴과의 관계가 권태에 도달할까 봐 두렵기도 하다.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저스틴. 갑자기 사라를 근처의 항공사에 데려가 즉시 출발하는 로마행 비행기표를 끊는다. 준비 없이 떠나는 즉흥여행처럼 죽어가던 두 사람의 사랑은 예고 없이 다시 뛰기 시작한다. 


# 조슈아 마스턴 감독의 12色

 모든 것이 바삐 돌아가는 뉴욕의 한 복판. 한 노부부가 낡은 시계처럼 느릿느릿 불규칙하게 걸어가고 있다. 63년 차 부부인 밋지(아내)와 에이브(남편)다. 밋지는 방금 퇴원한 에이브의 걸음걸이가 불안하다. 그렇게 걷다가는 또 엉치뼈가 부러질 것만 같다. 밋지의 잔소리에 에이브는 실없는 농담으로 응수한다. 몸은 더 이상 말을 듣지 않지만 입만큼은 둘의 첫 만남 때처럼 바쁘게 움직인다. 티격태격 집으로 향하는 길에 잠시 멈춰 선 바닷가. 부부는 함께 사랑하며 견뎌온 세월들이 가슴에 사무쳐 눈물이 흐른다. 당신, 수고 많았어요.


 100분 동안 12개의 에피소드가 끊임없이 바통터치를 하며 스크린을 뛰어간다. 좋게 말하면 다채롭고 나쁘게 말하면 난잡하다. 11명의 감독들이 한정된 시간에 압축적으로 각본을 끌어가다 보니 그들의 시선을 쫒는 관객 들은 숨이 막히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세자르 카푸르 감독의 에피소드는 추상적이다 못해 불친절했다. 전체적으로 봐도 영화의 완성도나 디테일을 높게 평가하기는 힘들다.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이는 12개의 에피소드를 다양한 목소리로 한 스크린에 담고자 했을 때무터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마냥 비판받을 영화도 아니다. 본래 사랑은 사람들에 따라 다양한 크기, 다양한 모양으로 발현되지 않나. <뉴욕 아이 러브 유>는 규정되지 않는 사랑의 본질을 뉴욕을 배경으로 충실하게 담아냈을 뿐이다. 하룻밤의 사랑과 63년간의 사랑, 방금 시작한 풋풋한 사랑과 권태를 경험하고 있는 오래된 사랑, 연인에 대한 사랑과 가족에 대한 사랑. 약간의 미화가 들어간 것을 제외하면 우리의 일상을 조금 떼어내 스크린에 담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현실적이기도 하다.

 뉴욕과 사랑의 만남. 로맨틱하다 못해 환상적인 조합이다. <뉴욕 아이 러브 유>는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내지는 못 했지만 실패하지도 않은 셈. 조금 애매하다. 영화는 개인들의 일상적인 영역에서 이뤄지는 사랑에 집요하게 초점을 맞춘다. 뉴욕이 배경이지만 명소보다는 공원, 식당, 횡단보도 같이 어느 곳에나 있는 장소를 주된 배경으로 삼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뉴욕이라는 테이블, 온갖 냄새를 풍기는 다양한 에피소드. 꾸역꾸역 먹다가 체할 것인지,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것인지는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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