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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 Street Dec 31. 2017

<연재소설>
어느 날 일어나 보니 책이 돼 있었다

Prologue

Prologue     


“한 번만 더 스치면 미쳐버리겠군. 저녁 7시에 지하철 2호선을 탈 생각을 하다니”

나는 복화술이라도 하듯 중얼거렸다. 3시에 예정된 정신과 상담이 5시로 미뤄진 까닭이다. 평소라면 퇴근시간이 지날 때까지 카페에서 책을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겨를이 없었다. 휴학 신청이 오늘 8시까지 인데 그걸 잊고 있었다. 이미 꽉 차서 몸을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였지만 사람들은 문이 열리기만 하면 꾸역꾸역 들어왔다. 공황장애가 올 것 같았다. 이대로는 쓰러질 것만 같다.

“잠시만요. 내릴게요. 죄송합니다”

집까지 가기 위해서는 10분을 더 타야 했지만 견딜 수가 없어 내리고 택시를 잡았다. 차가 밀려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것과 별 차이 없었지만 그 지옥에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사람들 그리고 사람들. 항상 사람들이 문제였다. 나는 사람들이 너무 싫다. 정신과 김 원장은 나만큼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했다. 책을 보기에는 차 안이 어두워 창밖을 바라보며 오후에 있었던 상담을 떠올렸다.  

“예준씨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있나요?”

“없는 것 같네요”

“그럼 보통 뭐 하고 지내시나요?”

“하루 종일 책 보는 게 취미입니다”

정신과 상담은 오늘이 처음이다. 이렇게 시시할 줄이야. 신상조사를 하고 싶은 건가. 금방이라도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와의 약속 때문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취방을 옮겨주는 대가로 아버지는 나의 사람 기피 현상을 고쳐보라며 정신과에서 10번 상담받을 것을 요구했다. 어쩔 수 없었다. 그 곰팡이 피는 곳에서 다시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새 집이 더 좋기는 했다. 무엇보다 더 큰 책장을 들여놓을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음 신기하네요. 사람들이 싫은데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마음에 드나 보죠?”

김 원장은 입만 조금 씰룩이며 내게 웃어 보였다. 나는 비아냥하는 것으로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입을 열었다. 논쟁을 하면 결국 상담 시간만 길어질 것이었다.

“그 사람들은 엄밀히 말하면 진짜 사람이 아니니까요. 절 귀찮게 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제가 상상하기 나름이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무슨 책을 읽고 계신가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요. 책 속에 항상 사람만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그레고리가 벌레로 변하는 건 알고 계시죠?”

나는 가방에서 책을 꺼내 보이며 김 원장이 내게 그랬듯이 입술만 씰룩이며 웃어 보였다.

“저도 읽어봤죠. 그렇게 혼자서 책만 읽으면 예준씨도 책으로 변하겠어요”

“제발 그랬으면 좋겠네요. 최소한 책들은 서로 귀찮게 굴지는 않으니까요. 누구처럼 따지지도 않고”

분명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만남은 아니었다. 배배 꼬인 두 사람이 정상적인 대화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정체가 풀리자 집에 금세 도착했다. 다행히 8시 전까지 휴학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 대학은 너무 힘든 곳이다. 어딜 가나 사람이 넘쳐났다. 식당도, 도서관도 모두 사람 투성이었다. 거기에 조별과제까지. 지난 1년은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다행인 것은 1년 정도는 휴학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이라고 해봤자 침대에서 책 읽는 게 전부겠지만.

“<변신>은 다 읽었고 뭘 읽어볼까”

책장에 꽂힌 책들을 손으로 천천히 훑었다. 며칠 전에 서점에서 표지가 예뻐 샀던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첫 장을 펼쳤다. 눈이 이상하게 감겼다. 새벽까지 줄곧 책을 읽고는 했는데 스르르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거부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눈이 감기면서 헛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곰팡이 없는 천장이 마치 책처럼 한 페이지, 한 페이지씩 넘어가고 있었다. 시계와 탁자 등의 사물들은 공중에 떠올라 분리되고 모음과 자음으로 변하며 글자를 만들었다. 사물들로 만들어진 수많은 글자들은 공중에서 너울거리다가 천장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속이 메스꺼웠다. 눈이 거의 감겼다. 너무 피곤했던 탓이겠지. 나는 곧 깊은 잠에 들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책이 되고 말았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제가 소설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ง •̀_•́)ง 아직 소설이라고 하기는 많이 부족하고 완전 초보단계지만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고자 합니다. 앞으로 연재할 작품들 보고 부족한 점, 아이디어 같은 것들 댓글로 남겨주시면 꼭꼭 반영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릴게요!! ( •̀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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