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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 Street Mar 21. 2018

<지금 만나러 갑니다> 리뷰

사랑은 비를 타고

제목: 지금 만나러 갑니다

감독: 이장훈

출연: 손예진(수아 役), 소지섭(우진 役), 김지환(지호 役), 고창석(홍구 役)

#2시간 11분 #로맨스 # 판타지 #이치카와 다쿠지 <지금 만나러 갑니다> 원작 #소지섭 목소리 = 짱구 아빠?


*해당 리뷰는 [브런치 무비 패스]의 지원으로 시사회에 참석하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해당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스포일러가 미운 분들은 영화 관람 후에 찾아와 주세요 ㅠㅠ)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손예진과 소지섭으로 예쁘게 포장된 한국식 신파의 전형이다. 미장센이 많은데 교묘하지 않은 편이라 한 씬을 보고 나면 다음 씬이 어떻게 진행될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수준이다. 거기에 더해, 어떤 씬들은 감동을 느껴야 하는 포인트까지 콕 집어주니 친절해도 너무 친절하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상투성을 포기하지 못하는 한국 영화의 한계로부터 탈피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형 신파를 볼 때마다 본능적으로 느끼는 역한 거부감은 없다. 마냥 싫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장마가 시작되자 지호에게 약속했듯 지호에게 돌아온 수아.


 뻔한, 그러나 마냥 지겹지만은 않은 …


 장마가 시작할 때쯤, '우진'과 '지호(수아와 우진의  아들)'에게 1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 '수아'가 기억을 잃은 채 다시 돌아온다. 우진은 자신에게 거리감을 느끼는 수아에게 서로가 사랑했던 과거의 이야기를 해주며 기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로맨스의 재구성이라고 해도 좋다. 우진의 내레이션으로 말미암아 과거 회상 씬으로 돌아가 로맨스가 펼쳐지는데 참 달콤하고 풋풋하다. 남편이 기억을 상실한 아내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로맨스인 마이클 수지 감독의 <서약>과 유사한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두 영화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면 <서약>은 잔잔하고 침착한 분위기라면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라는 거다. 그에 더해 온전히 로맨스에 치중한 <서약>과 달리,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로맨스와 가족애(愛)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서 장르에서의 차이점도 존재한다. 비율로 환산하기에는 정확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판단하기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로맨스와 가족애의 비율은 6대 4 정도 되는 것 같다. 스토리 전개도 로맨스로 수놓았다가 마지막에 가족애로 매듭짓는 느낌이 강했다.


마이클 수지 감독의 <서약> 2012 作. 누군가와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스토리의 배합 자체에 대해서는 비판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과거-현재를 교차하는 우진과 수아의 로맨스 씬은 애틋하고 예뻐서 장르에 대한 충실성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제 역할을 했다고 본다. 그러나 가족애라는 장르를 지탱하고 있는 지호와의 스토리는 비교적 튼튼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수아와 지호에 대한 씬은 스토리 설정이나 분배에 있어 서로에 대한 교감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관객에게 그 정서가 충분히 와 닿기에는 어렵지 않았나 싶다.

 감정적 교감이 굳건하지 않은 상태에서 후반부에 한국식 신파의 결을 따라 가족애라는 억지 감동을 주려고 무리하다 보니 당연히 어색해 보일 수밖에 없다. 로맨스 관련 씬들에서는 신파성이 그렇게까지 티가 나지 않았는데 후반부에 가족애에 관한 씬에서는 신파성이 촌스러울 정도로 티가 많이 나서 좀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마지막에 수아의 내레이션을 통해 밝혀지는 일종의 비밀(?)은 조금 놀라웠다. 뭐 이거야 원작에서의 내용이므로 감독으로서는 당연히 넣을 수밖에 없었겠지만.


장마가 끝나면 수아는 떠나야만 한다. 그들에게는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스토리에 대한 내용과는 별개로 배우들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면 대만족이었다. 주연, 조연, 카메오에 이르기까지 모든 합이 완벽하지 않았나 싶다. 손예진이 툭툭 내뱉는 대사와 새침한 연기 색깔이 수아와 너무 잘 맞았다. 후반부에 우진과 지호에게 마음을 열고 사랑으로 대하는 모습들 역시, 그 감정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잘 전달해줬다. 아버지 역에 도전한 소지섭의 모습도 나쁘지 않았다. 소지섭에게는 생소한 배역이었기에 제 옷을 입지 않은 듯 어색한 부분이 군데군데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잘 소화해냈다.

 과거의 손예진과 소지섭을 연기한 김현수와 이유진 역시, 어린 시절의 수아와 우진의 감정선을 잘 따라와 줬다. 그러나 무엇보다 영화에서 가장 감칠맛을 낸 역할은 우진의 친구인 홍구를 연기한 고창석이라고 생각한다. 고창석 특유의 오버톤 코믹 연기가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도 드러났으나 전혀 어색하지도 않았고, 스토리와도 괴리감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1분 내외의 등장이었지만 강렬한 인상 남기고 사라진 공효진과 박서준 역시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어줬다. (박서준 등장하는 씬에서는 탄성이 쏟아지더라)


고등학교 시절의 우진과 수아.

 

 마지막으로 스토리를 밀고 나가는 힘에 대해 말해보자면 무난했던 것 같다.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들이 꽤나 많이 등장하는데 억지스럽다는 생각은 한 번도 들지 않았다. 물론, 관객들에게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뻔히 보이는 미장센을 배치해놓는다던가, 이 상황에서 굳이 넣을 필요가 없는 씬들을 삽입하는 등의 과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스토리를 꿰뚫는 힘 자체는 보통 이상은 됐던 것 같다. 이때 배우들의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위태로웠을 테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총평을 하자면 전형적인 신파극이지만 나름 퀄리티 있는 신파가 아니었나 싶다. 끝으로 영화에서 마음에 들었던 씬들을 몇 개 선별해봤다.



# 과거-현재의 수아와 우진이 손을 잡는 씬

과거 데이트 당시 영화관에서 수아의 손을 잡으려다가 굴욕을 당한 우진. 집에 가기 전, 그런 우진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손을 잡아주는 수아. 현재의 우진은 당시의 이야기를 기억을 잊어버린 수아에게 전해주고 수아는 그런 우진의 주머니에 다시 손을 넣어 손을 잡는다.



#드라이브 극장 씬

우진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수아. 우진은 수아와 함께 산 꼭대기에 올라간다. 꼭대기 아래 드라이브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되고 있고 우진과 수아는 망원경 하나로 번갈아가면서 영화를 본다. 망원경을 독차지하기 위해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참 사랑스럽게 묘사된다. 그렇게 가까워지는 두 사람.



# 걱정하지 마 우린 잘 할 거야. 그렇게 정해져 있어  

과거 회상 씬. 자신이 수아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우진은 수아를 떠난다. 이무렵, 사고를 당하고 자신이 겪을 모든 미래를 알게 된 수아. 수아는 우진과 함께하면 자신이 죽게 될 것을 알면서도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우진에게 찾아가 말한다. "걱정하지 마. 우린 잘 할 거야. 그렇게 정해져 있어"



# 나 지금 행복한 거 안 보여?

"수아야 미안해"
"뭐가?"
"진짜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나 행복한 거 안 보여? 나는 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어. 그러니까 제발 미안해하지 마. 지호를 부탁해 나 대신 많이 많이 사랑해줘. 우리 지호 곁에 오래오래 있다가 이제는 우리 지호한테 짐만 되겠다 싶으면 그때 나 만나러 구름나라로 와. 내 옆자리 꼭 비워둘게"

수아가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수아와 우진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런 수아에게 우진은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지만 수아는 자신은 행복했으니 미안해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 먹먹한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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