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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 Street Oct 07. 2018

[부산국제영화제 특집 리뷰] 진정한 사랑

영화의 시작이 아닌, 끝에 나는 물었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이냐고.

제목: 진정한 사랑(C'est ca l'amour, Real Love) 2018作

감독: 클레르 뷔르게

출연: 보리 라네스(마리오 役)

#1시간 38분 #부산국제영화제 #프랑스 #가족


 <진정한 사랑>은 한 가족의 이야기다. 결코 평범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다가도 문득문득 공감에 이끌려 고개가 끄덕여질 때가 있다. 그러나 애초에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라는 명제가 성립 가능한 것이기는 할까. 원망, 후회, 분노 그리고 사랑. 한 가족의 이야기는 이러한 요소들이 규칙 없이 배열된 수많은 경우의 수 중 하나일 뿐인데. <진정한 사랑>의 이야기가 내게 낯설고 또, 낯설지 않게 느껴진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영화는 결코 한 인물의 시점만을 대변하지 않는다 [사진 출처: 부산국제영화제]


 <진정한 사랑>은 중년의 가장인 마리오가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연극의 형식으로 준비해 공연하는 극단 공연의 첫 시간에 참여한 시점으로부터 시작한다. 워밍업으로 돌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진행되는데 마리오는 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말을 하기 전에는 우선적으로 생각이 정리돼야 하는데 마리오는 자신의 삶이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없기에 생각을 정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리오의 아내 아르멜은 그와의 불화로 집을 떠나 다른 남자와 함께 산다. 큰 딸 니키와 작은 딸 프리다는 마리오와 사이가 좋지 않다. 마리오가 가정으로부터 외면받는 초라한 이 시대 가장의 클리셰처럼 보이는가. 클레르 뷔르게 감독은 그가 왜 가족으로부터 그런 인간으로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나름의 타당한 근거를 제시한다. 그는 자신이 가족에게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그전에 자신에 의해 가족이 받은 상처를 알지 못한다.   

 왜 상처는 받은 사람에게만 기억되고 또, 기록될까. 무심코 내뱉은 말이, 이해 없이 저지른 행동이, 지키지 않은 약속이 상대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상처를 주는 사람은 모른다. 우리는 상처를 받을 만큼 예민하지만 상처를 줄 만큼 무지하기도 하다. 영화를 보며 나도 어떤 때는 마리오와 같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새삼스레 마음 한 구석이 어두컴컴해지는 것을 느껴졌다. 변명의 여지를 떠나 마리오 역시, 예민하고 무지했던 것이다.

 사랑에 이유가 아닌 변명이 생기는 순간, 누군가는 그 사랑으로 상처를 받는다. 마리오의 가족이 마리오에게 상처를 받았던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극단 공연 준비에 몇 차례 참여하고 나서야 마리오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사랑한다면 놓아줘야 한다고. 그러나 아직까지 변한 건 없다. 마리오는 여전히 자신을 떠난 아내 아르멜에 대한 집착을 멈추지 않았고, 작은 딸 프리다에 대한 통제를 중단하지 않았다.


"사랑하면 놓아주고 믿어줘야 해요. 겁이 나면 통제하려고 하는데 그러면 떠나죠.

그러니까 믿어주는 게 중요해요"


 영화를 바라보는 시점이 마리오에서 프리다로 전환될 때, 변명이 된 사랑이 주는 상처의 결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아이가 아닌, 한 사람의 어른으로 대우받고 싶은 프리다는 여자친구를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자신을 티가 나게 방해하는 마리오에게 화가 난다. 마리오의 방해가 설령, 동성애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연인을 사귀는 것에 간섭하려는 것 자체가 프리다에게 부당한 것이다.

 마리오는 프리다의 뺨을 때린다. 이것마저도 마리오에게는 사랑이었을까. 문제는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르멜도 니키도 '아버지가 예민할 때가 아니냐', '네가 맞을 짓을 했다'라는 이유로 마리오의 폭력을 묵인한다. 가족마저 프리다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없다면 프리다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 더군다나 프리다는 연인이라고 생각했던 여자친구가 집착하지 말라며 모진 말로 그녀를 거부한 상황이라면.

 프리다는 영문을 모른다. 아이러니한 건, 마리오의 큰 딸 니키도 프리다의 여자친구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했다는 사실이다. 그녀의 남자친구 역시, 이별에 대한 영문을 모른다. 마리오가 자신의 사랑에 가족들이 왜 그렇게까지 거부감을 보이는지 영문을 모르는 것처럼. <진정한 사랑> 속에서는 사랑은 주는 사람에게는 이루지 못한 열망과 쓰라린 회환으로 다뤄지고 받는 사람에게는 집착과 강요로 다뤄진다.

  영화 속, 그 누구도 이해받지 못한다. 마리오가 너무 미운 나머지 프리다는 피지도 못하는 담배를 입에 물며 방 안으로 들어온 그를 분노와 원망에 찬 눈초리로 바라본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 있는 애정은 그 표정에서 완전히 숨기지 못한다. 그 모습이 짠하게 보이는 것은 어째서일까. 가장 가까운 사람이 미울 때가 있다. 존경과 애정으로 막아보려고 해도 새어 나오는 원망은 어찌할 수 없을 때가 있다.  


클레르 뷔르게 감독은 이들 가족의 불안정한 서사를 제시한 후, 진정한 사랑에 대해 질문한다 [사진 출처: 부산국제영화제]

 

 클레르 뷔르게 감독은 이처럼 이들 가족이 처한 일련의 문제를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깊고 어둡게 다룬다. 이들 가족에게 주어지는 일말의 화합과 평화가 괴이한 것은 그래서다. 마리오가 의도치 않게 엑스터시(마약의 일종)를 잘못 흡입해 몸이 위태해지자 집을 나갔던 아내 아르멜도 두 딸도 그의 침대 곁으로 모인다. 약의 기운 때문인지, 가족들이 함께여서 때문인지 마리오는 행복해 보인다.

 해당 씬 만으로는 여전히 이들 가족의 상황을 해석할 수 없었다. 서로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증오의 골도 깊은 상태이지 않나. 더군다나 이 얼기설기 뭉친 감정들은 도무지 청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영화가 꽤 오랫동안 방향 없이 공회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클레르 뷔르게 감독만의 스타일이었을까. 그녀는 영화가 끝나기 직전에야 쫓기듯 두 가지 플롯을 통해 일말의 행복을 암시한다.  

 마리오는 아르멜에 대한 집착 때문에 준비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던 극단 공연을 가족들 앞에서 성공적으로 마치고/ 영화의 초반 프리다가 마리오와 함께 TV를 보며 배웠으면 좋겠다고 한 '화재 진압'훈련을 함께 해준다. 영화는 끝난다. 영화의 끝자락에 툭 떨어진 이 두 플롯을 통해 마리오가 아르멜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았고/ 프리다의 목소리를 들어줄 준비가 됐다는 변화로 해석해도 좋을까.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



 

 복잡하고 확신없는 일련의 서사는 하나의 명확한 해답이 아니어서 영화가 끝나 버린 후에도 여전히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묻게 한다. 그것은 애정과 증오가 단단히 결합됨으로써 형성되고 공유될 수 있는 복합적인 정서일까. 수많은 결여를 통해 학습됨으로써 다시금 붙잡게 되는 순간에 대한 소중함일까. 프랑스 영화다운 복잡함으로 빚어진 한 가족의 이야기는 내가 간과했던 '내 이야기'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10월 6일 연재분이 스케줄이 밀려 미뤄졌습니다. 죄송합니다. 독자 여러분. 더 좋은 글로 빠르게 찾아 뵙겠습니다!!


정식 연재: http://www.lunarglobalstar.com/news/articleView.html?idxno=22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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