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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영 Sep 07. 2017

꿈의 제인

돌아오지 않는 대답을 기다리는 간절한 편지.

(스포성 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민지, 구교환, 이주영 님이 출연하고
 조현훈 감독이 연출한 '꿈의 제인'을 보고 왔습니다.

올 상반기 반짝 빛나는 성취의 독립영화가 될
'꿈의 제인'은 그 자체로 서정적이고 몽환적입니다.

시나리오 상 첫 오프닝부터 서간체로
 보이스오버를 하게 되는데 이것은 캐릭터의 설명과 동시에
 형식적인 부분과 이야기 측면에서 상당한 연관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들려오지도 않고 들어주지도 않는 편지를
 주인공 '소현'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돌아오지 않을 대답인 것을 알면서도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는 세상과의 대화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것을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질문하고 있다는 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요.)

초반부에 들려오는 보이스오버와
 중반에서 후반부 똑같은 편지(이야기)를
 다시 들려주는 것은 단순한 강조뿐만이 아닙니다.
(똑같은 장면을 보여주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과 세상과의 관계에서
 고여있는 우물처럼 끊임없이 도돌이표 되는 것일지 모르겠죠.

 '제인'이 '태어날 때부터 불행이 시작돼서
 그 불행이 안 끊기고 쭈욱 이어지는 기분.
근데 행복은 아주 가끔 요만큼 드문드문 있을까 말까?'라는
 대사처럼 이 영화의 형식과 이야기 또한 그러합니다.

기존 영화들이 부득이하게 불행만 강조한다거나
 어쭎잖게 웃음과 희망을 주는 것과 달리
 신중하고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플롯을 다루는 구조적인 측면도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실과 환상(꿈)의 경계가 마치 허물어져 있는 듯 보이는데
(제가 처음에 느껴을 땐 시공간을 허무는 듯 보였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명확히 구분되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 '꿈의 제인'이라는 영화 제목에서 암시하듯
 전반부 '소현'이 꿈꾸는 이상적 생활을 바라보는 것일 테지요.
(그 이상적 생활에서도 마냥 행복하거나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부분은 과거(이야기 구조에서는 후반부)의
 어떤 사건과 겹쳐지는 의미도 있지만,
감독님의 연출 의도에서도 섣불리 희망을 얘기하지 않습니다.)



이민지, 이주영 등 독립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배우들의 연기가 참 좋습니다.
그중에서도 '구교환' 배우의 연기는
 가히 눈여겨 볼만 하네요.

이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니
 제가 봤던 영화가 2편 있긴 한데,
('늑대소년'이랑 '김씨 표류기'입니다.)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

연기적 측면에서는 저에게 아마 이 영화로
 처음 번쩍 눈뜨게 한 것 같네요.
(저는 실제 트랜스젠더인 줄 알았습니다.)

무려, 15kg 감량을 했다고 하는데
 체중감량은 둘째 치더라도
 트랜스젠더 특유의 중성적인 보이스나
 억양들 그리고 디테일한 행동들까지
 존재 차제로 이 영화와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그 외, 병욱 역으로 나왔던 이석형 님
 연기도 무척 인상적입니다.



이 영화는 분명 단점이 있는 영화입니다.
대사가 간혹 직설적이고 연출에서도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가 있습니다.
(구간 반복되는 플래시 백의 사용이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힘을 주는 점을 들면
 무조건적으로 성공했다고는 할 수 없을 테지요.)

그러나 기존 영화들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얼굴과 힘이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 영화가 거둔 성취를 부정할 수 없지요.

적어도, 저에겐 상반기 나온 한국영화들 중
 올해의 발견이면서 반짝 빛나는 독립영화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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