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로와 교환품 이야기
삼국시대의 사람들도 오늘날처럼 물건을 사고팔았습니다. 다만 그 방식은 현대의 시장과는 크게 달랐죠. 장터는 주로 성곽 안이나 강가, 혹은 중요한 교통로 주변에 열렸고, 일정한 날에만 장이 서는 정기시장 형태가 일반적이었습니다.
내부 교역에서는 곡물, 소금, 어패류, 베·삼베·비단 같은 직물이 주요 품목이었습니다. 특히 소금은 저장과 조리에 필수였기에 각 지역의 중요한 교환 수단이었고, 철기나 농기구는 생산력이 높은 지역에서 다른 지방으로 흘러들어갔습니다.
국외 무역에서는 삼국이 각기 다른 전략을 펼쳤습니다. 고구려는 만주와 한반도 북부의 자원을 바탕으로 중국 북조, 수·당과 거래했고, 돌궐과도 교역하며 모피, 인삼, 말 등을 내보냈습니다. 백제는 해상 무역에 강점을 지녀 중국 남조와 일본(왜)까지 이어지는 바닷길을 장악했고, 도자기·철기·직물 등을 수출하며 문화까지 전파했습니다. 신라는 한동안 내륙에 갇혀 있었지만, 한강 유역을 확보한 뒤에는 서해 교역로를 통해 당나라와 직접 연결되고, 보석류와 해산물을 외국에 팔았습니다.
흥미롭게도, 삼국시대 무역품 중에는 귀금속 장신구, 유리구슬, 향료처럼 당대 사람들에게는 매우 귀한 사치품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물품은 권력자와 귀족의 권위를 과시하는 수단이었고, 동시에 국제 관계를 상징하는 교환품이기도 했습니다.
삼국의 시장과 무역은 단순한 경제 활동이 아니라, 각 나라의 정치력과 군사력, 외교 관계를 비추는 거울이었습니다. 교역로를 누가 장악하느냐가 곧 부와 권력의 크기를 결정지었던 시대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