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를 오롯이 책임질 수 있습니까?

운전이 이렇게나 어렵습니다 여러분.....

by 차현




지난 2016년 3월 즈음. 나는 법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2종 보통 면허. 보고만 있어도 뿌듯하던 나의 면허증. 취득 당시, 면허 취소가 되어 재취득하시는 거냐고 강사님이 물어볼 정도로 운전하는 감이 좋았나 보다. 그러나 차를 운전할 기회가 없었던 나는 곧 면허증을 신분증으로 사용하고 만다. 그렇게 8년 여가 지난 지금, 다시 운전석에 앉아 운전대를 잡았다.




동기는 간단했다. 친구와 함께 운전하며 곳곳을 나들이했던 기억. 그리고 시댁인 보성까지 교대 없이 운전하던 후지와 듄땽(후지의 남동생.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도련님이라고 호칭을 하고 있으나, 후지와 둘이 말할 때는 애칭으로 부름. 듄땽님 본인은 이런 애칭이 있다는 걸 모른다. 나의 내적 친밀감일 뿐...⭐). 나도 면허가 있다. 고로 운전할 수 있다. 아니, 운전할 자격은 갖췄으나 지난 세월 동안 모든 게 초기화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근거 모를 자신감은 충만해서 퇴근길에 나타샤로 후지에게 운전 연수를 부탁했다.

아라뱃길에서부터 집까지 가는 길. 늦은 밤이라 도로 위에 차가 많지 않았으나, 나는 정말로 초보였다. 시선이 그렇게까지 분주해야 하는 줄도 모르고 일단 이동하고는 있는 상태. 지금 생각해 봐도 스트레스다.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는 것이다, 걸어가는 것처럼.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말할 정도로 스트레스였던 운전. 그럼에도 그만두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그만두면 앞으로 더 겁이 많아져서 영영 운전을 못할 것만 같았다. 퇴근길의 연수를 생각하며 근무하는 동안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쉽지 않았지만 끝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올림픽대로가 끝나가는 무렵부터 우리 집까지 운전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물론 주차는 동승자가 봐주어야 한다. 나타샤엔 후방 센서만 있기 때문에, 대체로 내가 주차를 하지만 정말 부딪칠 것 같을 때에만 후지가 말해준다. 옆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운전하는 것. 그럼에도 혼자 운전해서 나갈 자신은 아직 없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왜 운전이 무서울까.

실패했을 때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것. 이게 가장 큰 두려움이다. 아잇, 실수했네. 다시 해야지! 가 아니라 나와 내 동승자가 물리적으로 다칠 수도 있다는 것. 움직이는 이 계가 오롯이 내 판단에 달려있다는 것. 처음 면허를 취득할 당시엔 이렇게까지 깊게 생각하지 않아서, 오히려 홀가분하게 운전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자동차 학원의 노란 병아리차. 그 병아리차를 사고 싶다 생각할 정도였다. 버스가 양보를 해주다니, 택시가 양보해 주다니. 이 병아리차와 함께라면 당장 고속도로를 타도 좋을 만큼 자신감이 가득했었던 스물여섯의 나.


다들 운전 참 잘하신다...


진심이다. 여기는 무려 내부순환로. 정체현상을 겪고 있는 지금 우리와 함께 도로에 올라와있는 차들. 각자의 계를 책임지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나도 언젠가 "아아, 내부가 참 막히네." 하며 라디오를 트는 날이 올까!


3칸짜리 주차 구역의 가운데 자리에 주차하는 것은 무척 긴장되는 일이다.


양쪽 차를 배려해야 한다. 다른 차의 운전자가 차 문을 열고 닫을 수 있을 만큼의 여유공간을 만들어주고 싶다.


최근 폭설이 내렸던 날.


이날은 후지가 끝까지 운전했다. 도저히 교대받을 상황이 아니었다. 좌회전하면서 뒷바퀴가 미끄러질 정도였기 때문에 안전상의 문제로 연수를 취소했던 날. 이후 어느 정도 눈이 녹은 날 밤에는 내가 운전을 했었다. 그때 아라뱃길 즈음에서 블랙 아이스 같은 걸 밟았는지, 나타샤가 순간적으로 드드득, 하며 ABS로 미끄러지지 않게 잡아주는 경험도 했었다. 운전할 때마다 늘 주문처럼 나타샤에게 "우리는 무사히 집에 도착할 수 있어 탓짱(나타샤 애칭)."이라고 말했었는데 나타샤가 ABS로 화답해 준 것 같아서(?) 혼자 감격하며 집까지 왔었던 날. 자동차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일단 기본적인 운전을 배우는 중이지만, 이렇게나 고마운 기능이 있었다. 고마워 탓짱..�


운송업을 하는 분들은 얼마나 운전을 연습하신 걸까.


여담으로, 퇴근길 경로에는 반드시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가 껴있다. 그런데 강변북로 마포 합류 지점은 볼 때마다 어렵다. 조수석에 앉아서 모의 운전하듯이 같이 시야를 체크하며 이동하는데 도저히 이것만큼은 감이 오지 않는다. 오르막을 다 오르고 나서 짧은 합류 구간에 쏘옥, 하고 본선에 합류하는 후지와 다른 차들이 그저 신기하고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 나는 아직 멀었다. 그것도 한참. 합류할 때는 어느 정도 속도를 올려서 본선으로 들어간다-를 머리로는 알고 있으나, 겁이 나서 막상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잘 못하는데 일단 속도를 내서 들어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상당하다. 모든 일엔 왕도가 없으니 연습만이 방법이다. 꾸준히 해야지 어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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