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스러운 쿤

우리 집의 웃어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by 차현


개 1, 인간 2에서 개 1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 집의 웃어른 쿤. 2010년 4월에 태어났을 것으로 추정되며, 블랙탄 포메라니안이다.


안녕!


이번 글에서는 쿤의 일과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쿤의 일과는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산책

노즈워크

집안에서 나를 따라다니기

후지 물리치기(?)


산책

가장 중요한 이벤트이자 쿤이 좋아하는 일과는 역시 산책. 권장 산책 횟수와 시간은 2회/15-30분이라고 나온다. 쿤의 경우 노령견이기 때문에 그날그날의 컨디션을 보고 산책 여부를 결정하며, 20분 정도 산책한다. 우리끼리 정한 산책 경로가 있어서 그 길을 따라 주욱 걸으며 냄새도 실컷 맡고, 마킹도 꼼꼼히 한다. 처음엔 어디서 어떻게 마킹할지 몰랐고, 걷기 속도도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몰랐지만 함께 지낸 지 3년 차에 접어든 지금은 물 흐르듯 산책을 한다. 종종 풀숲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하거나, 정체 모를 무언가를 핥고 있으면 걷어낸다. 고집을 부릴 때도 마찬가지. 언젠가 한 번은 집에 가기 싫다고 고집을 부리길래, "그래 가보자." 하며 쿤이 지칠 때까지 산책을 한 적이 있다. 근데 산책 이후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져서 그날 이후로는 고집을 부려도 걷어낸 후 돌아온다. 리드줄 끄트머리에서 엉덩이를 바짝 들고 고집부리며 힘주고 있는 쿤을 보고 있자면, 떼쓰는 어린이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속도감있게 걷는 쿤


쿤과 함께 걸으면 평소 가던 길을 천천히 걷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레 놓치고 지나갔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름 모를 꽃이 피어있거나, 계절이 지나서 새싹이 돋거나. 낙엽이 흩날리는 것,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 등등. 쿤이 마킹하는 걸 기다려주는 것처럼, 쿤도 내가 사진 찍는 걸 기다려준다. 서로의 방식대로 산책을 하는 나와 쿤. 짧은 시간이지만 명상을 하듯 평화로운 우리들의 시간.




노즈워크

부득이 산책을 못할 경우, 혹은 쿤의 컨디션이 최상일 때(!) 산책 후 진행했던 노즈워크. 주로 생육져키 형식의 간식을 먹인다. 연어·사슴고기·오리고기·캥거루 져키시리즈를 돌아가면서 간식으로 줬었다. 무엇보다도 져키가 쿤의 한 입 크기이고 말랑해서 먹이기 좋았는데 지금은 판매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체품으로 먹이는 간식은 한우 큐브져키. 어떤 간식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쿤이. 혹시나 안 맞으면 어쩌나 싶어서 간식을 자주 바꾸지는 않는다.

노즈워크는 주로 커다란 수건에 간식을 숨기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쿤이가 없는 곳에서 수건 안에 간식을 쌈 싼 다음(!) "이거 보세요!" 하며 내려주면 한 마리 맹수가 뛰어와서 수건을 뒤지기 시작한다. 초롱초롱한 눈빛. 노즈워크를 하는 쿤이를 보고 있자면, 쿤이 스스로를 생각하는 모습은 덩치가 몹시 큰 늑대임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얼추 간식을 다 찾은 것 같으면 쪼르르 나한테 와서 정답 확인을 요청한다. 그러면 가서 수건을 탈탈 털어본다. 거기까지 해야 비로소 노즈워크가 끝이 난다. 쿤과 나만의 노즈워크 루틴�


다했다고 말하는 얼굴





나 따라다니기

집에서 쿤과 함께 있으면 항상 나를 따라다닌다.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하고 있으면 쿤이는 책상 옆 강아지용 텐트에 들어가서 낮잠을 잔다. 쿤은 침대에서 같이 누워있거나 내내 안고 있는 것보다는, 내가 보이는 곳에 있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로 있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곁을 내어주지 않는 것 같아서 서운한 적도 있었지만, 쿤의 성격이므로 존중해야 한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맞아, 사람이든 강아지든 "아름다운 거리"가 필요하지. 쿤의 경우에는 아름다운 거리가 "물리적 거리"로 확보가 되어야 하는 것 같다. 심리적 거리는 가까이하되, 물리적 거리는 확보하는 모습. 어쩐지 중용의 모습이 떠오른다.





후지 물리치기

이것 또한 쿤의 주요 일과 중 하나.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든지 간에 후지가 나에게 장난을 치거나 괴롭힌다고 판단하면 쿤은 용맹하게 후지에게 맞선다. 심지어 자기가 아픈 때에도 쿤은 나를 위해 후지와 결투를 벌인다. 그래봐야 동작이 큰 장난일 뿐이지만, 쿤은 늘 진지하게 결투를 신청하고 최선을 다해서 후지를 물리친다. 포메라니안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모습은 늑대인 것이 맞는 것도 같다. 자기보다 몇십 배나 큰 질량을 가진 후지에게 고작 2kg의 쿤은 눈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받아치며 맹렬히 짖고 대든다. 아, 나에게도 저런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한 살 두 살 먹어갈수록 일정량의 겁도 같이 먹어가는 것 같다.


투닥거리고 다퉜어도, 군고구마와 함께라면 언제든 화해한다.


내내 우리와 함께해 줘, 쿤짱! 쿤이가 어디에 있든 언제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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