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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의 하루 일상

적적하니 좋을 줄 알았는데 닥친 문제 (농촌일기 1화)

by 순행자

농촌일기 1화. 2025년 1월 5일, 맑음


새벽 5시. 도시에서라면 아직 꿈속에 있을 시간이지만, 농촌에서는 이미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도 닭 울음소리에 잠이 깼다.

적적할 줄 알았던 농촌 생활은 오히려 할 일이 너무 많아 정신없이 흘러간다.

오늘은 밭에 나가 잡초를 제거하고, 어제 저녁에 고장 난 물펌프를 고쳐야 한다.


아침을 먹고 나니 해가 조금씩 떠오른다. 밭으로 가는 길은 참 평화롭다.

산새 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처음엔 이 적막함이 좋았다.

도시에서 들리던 자동차 경적 소리, 사람들의 발소리 같은 소음이 없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고요함은 때때로 외로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밭에 도착하니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작년에 심은 배추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 것이다.

잎이 누렇게 변하고 군데군데 벌레가 갉아먹은 흔적이 보인다. 따뜻했던 겨울 탓에 병충해가 심해진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약을 뿌릴 걸…” 후회가 밀려오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물펌프 문제도 만만치 않다. 시골집에 있는 오래된 기계는 쉽게 고장이 난다.

부품 하나 교체하려면 읍내까지 차를 몰고 나가야 한다.

그런데 오늘은 농기구 상점도 문을 닫았다. 혼자 해결해 보려 했지만, 손에 기름만 잔뜩 묻히고 별 소득 없이 돌아왔다. “아… 또 내일로 미뤄야 하나…”


낮이 되니 날씨가 꽤 따뜻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텃밭에서 따온 시금치를 한 움큼 들고 작은 위로를 삼았다.


비록 하루 종일 문제가 끊이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키운 작물은 도시의 편리함과는 다른 만족감을 준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오늘 하루도 끝이 보인다.

혼자 살다 보니 저녁 시간은 늘 가장 적막하다.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집에 돌아와 조용한 식탁에 앉으면 문득 외로움이 찾아온다. 그래도 오늘은 시금치 무침과 된장찌개를 끓여 스스로 위로해 보기로 했다.


적적하니 좋을 줄 알았던 농촌 생활. 하지만 적적함 속에는 외로움도, 예상치 못한 문제들도 함께 따라왔다. 오늘도 그런 하루였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고 하나씩 배워가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농촌에 적응하고 있다. 적적함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날들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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