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열심히 살걸 그랬다
요즘은 손녀, 손주들 얼굴만 봐도 마음이 참 묘합니다.
어릴 땐 그저 귀엽기만 하더니, 이젠 제법 자라서 말도 잘하고, 눈치도 빠르고, 세상도 빠르게 알아가는 것 같아 놀랍습니다.
그런 아이들 바라보고 있으면, 가만히 마음속에서 자꾸 이런 생각이 납니다.
‘더 열심히 살 걸 그랬다…’
어찌 보면 참 늦은 생각이지요.
물론 저도 젊을 땐 나름대로 바쁘고 열심히 산다고 살았습니다.
새벽같이 나가서 일하고, 땀 흘려 번 돈으로 아이들 키우고, 가족 챙기고...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제 와 돌아보니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을 살았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겁니다.
손자녀들은 지금 좋은 교육도 받고, 하고 싶은 말도 당당하게 하고,
세상 구경도 저보다 훨씬 많이 하게 생겼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 참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론 부럽기도 합니다.
‘저 나이 때 나는 무엇을 했더라...’
욕심을 냈다기보다는,
그저 더 배워볼 걸, 더 용기 내볼 걸,
그냥 그렇게 조금만 더, 더 살아볼 걸…
이런 마음이 가슴 한쪽에서 자꾸 올라옵니다.
그렇다고 후회만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지금 내가 가진 것 안에서라도,
손주들한테 뭐 하나라도 더 얘기해주고,
따뜻한 기억 하나라도 더 남겨주고 싶어요.
그게 아마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열심히 사는 일’이겠지요.
그래서 오늘도 느릿느릿 일어나
정원에 물 한 번 더 주고,
손녀가 좋아하는 귤 하나 더 사 놓습니다.
언젠가 그 애들도 나처럼 생각하겠지요.
그땐, ‘나는 할아버지처럼 살고 싶다’고,
그렇게 기억해주면, 그걸로 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