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를 소개합니다
지능 하나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 당신들의 대학에서는 지능과 교육과 지식을 모두 숭배하죠. 하지만 당신들이 모두 놓친 한 가지 사실을 이제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능과 교육도 인간에 대한 애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난 제빵소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았어요. 지적 장애를 가졌지만, 사람들과 일하는 게 좋아요. 다들 나에게 잘해줘요. 지능이 더 높아지면 사람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난 소통하기 위해서 밤에는 지적장애성인센터에 가서 글을 배웠어요. 키니언 선생님이 제가 수술을 하면 똑똑해질 수 있다고 추천해 줬어요. 제가 똑똑해진다면 더 좋은 일들이 일어날 거예요. 우리 가족에게 일어났던 불행이 없어질 거예요. 행복해질 거예요. 엄마도 나를 인정해 줄 거예요.
실험용 쥐 앨저넌은 수술 후 똑똑해졌어요. 나도 그렇게 될 거예요. 분명히.
수술이 끝난 후 친하다고 생각했던 동료들은 나를 오랜 시간 놀렸다는 것을 알았다. 지능 하나만 변한다고 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 달았다.
내가 똑똑해지자 사람들은 이제 나를 시기하고 질투한다. 자신의 불안함을 숨기기 위해서 거만하게 굴거나 과시한다. 니머 교수는 날 단지 실험 대상으로 본다. 그에게서 난 실험용 쥐인 앨저넌과 다를 바가 없다.
난 얼마나 바보인가!
지능이 높아진다고 행복할까. 난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환상만 품고 있었던 게 아닐까.
앨저넌이 그러했듯, 나도 언젠가는 지능이 올라간 속도와 비례해서 급격하게 퇴화하고 죽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나는 앨저넌의 시체를 작은 금속 상자에 넣어서 집으로 가지고 왔다. 그들이 앨저넌을 소각로에 넣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바보 같고 감상적이지만, 어젯밤 늦게 앨저넌을 뒷마당에 묻어주었다. 들꽃 한 다발을 앨저넌의 무덤에 올려놓으며 나는 울었다.
IQ70인 바보에서 IQ180이 된 빵가게 점원 찰리의 일상을 그려낸다.
책 초기에는 파괴적인 맞춤법 덕분에(?) 가독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오히려 다 읽은 후 그 부분이 오히려 좋다고 느껴졌다.
찰리는 자신의 지능이 낮아서 생기는 문제들이 똑똑해진다면 해결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찰리의 지능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사람들에게 시기와 질투를 받으며 그들의 열등감을 자극시켰다.
어릴 적 말을 더듬는 친구가 이사를 왔었다. 그 친구는 자신이 달리기를 잘한다고 했고, 대결을 하자고 했다.(으레 초등학생 남자아이들은 달리기 하길 좋아한다.)
첫 번째, 그 아이와의 대결에서 졌다. 두 번째 대결에서도 역시 간발의 차이로 졌다. 그제야 나는 패배를 인정했다.
말 더듬는 모습 때문에 그 아이를 얕봤던 것 같다.
찰리의 지능이 높아질수록 그는 불행을 겪는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든다.
갖지 못한 것을 바라며 이랬다면 지금은 행복했을 텐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만약에’라는 설정을 두고 흥미롭고 재미있는 상상을 한다.
우리는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두고 환상을 품는다.
어린 시절 내가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다른 직업을 가졌다면,
그때 전공을 이걸로 했다면,
좋아하는 것을 빨리 알아서 그때부터 했다면,
내 머리가 똑똑했다면,
우리 집에 돈이 많았다면,
이번 주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그때 그렇게 됐다면, 지금과 다른 삶을 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답일까?
그 삶은 쉬운 삶일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 호언장담한다.
어떤 삶이든 쉬운 길은 없고, 힘들다.
분명 시련에 대한 농도는 사람마다 다르고, 감히 입에 올리기도 힘든 삶을 살아내는 사람도 있다.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내가 갖지 못한 것에 집착하고 환상만 갖는다면, 지금의 내 삶은 비참하고 보잘것없는 것이 된다고 말하고 싶다.
열등감과 자기 연민에 가득 찬 삶을 구태여 살 필요가 있을까?
느리지만 꾸준한 삶이 있다.
잘난 것 없어 보이지만, 소소한 행복이 있다.
우리 대부분의 삶은 어느 부분 모나고 불안하고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누구의 것도 아닌 오직 ‘내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정판을 좋아한다.
우리의 삶은 한정판이다.
물론 현실이 너무 수렁 같아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내일에 희망을 걸기도 하고, 하물며 그런 희망 따위도 사치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내 작은 위로가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그대는 그대 기 때문에 괜찮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도, 밤잠 설쳐가며 고민하는 그 모습도. 전부 괜찮다.
큰 꿈을 품는다는 건 언제나 좋다고 생각한다.
오늘보다 내일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도 멋진 행동이다.
지금은 티도 나지 않는 작은 걸음이 그대를 변화시킬 것이다.
우리는 로또를 하나씩 갖고 있다.
큰 상금은 아닐지라도, 잘 찾아보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로또를 품고 산다.
5,000원어치 로또를 사서 세 개만 맞아도 다음 주에 1등이 될 기대로 복권방에 가서 바꾼다.
우리가 가진 소소한 행복은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큰 변화를 갖는다면 삶은 180도 변화될 것이다.
찰리의 삶이 그랬다.
오히려 지능이 낮았을 때 그는 세상과 사람을 아름답게 보았다.
이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니, 그냥 현재에 만족하고 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상적인 삶을 살려면 천천히, 점진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작은 행복을 찾아내고 느낀다면 언젠간 우리 삶은 우리가 바라는 대로 변화되지 않을까 싶다.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바라는 그 삶이 다른 형태로 변화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남부럽지 않게 말이다.
미국 작가 대니얼 키스의 SF 소설이다. 브루클린 칼리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영미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