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를 소개합니다
2026년 매일 독서 계획이 끊긴 건 1월 말부터였다.
그간 잘 실천해 오던 것들을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놓아버렸다.
3주 만에 완독 했고 이제야 리뷰를 쓰게 되었다.
그래도 ‘신세계를 소개합니다’ 비정기 연재를 선언한 다음 부담감을 내려놓았다.
그럼 리뷰 시작하겠다.
1992년 발표된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발표 당시에도 어마어마한 이슈가 되었다고 한다.
아쉽게도 그 시절에 기억은 내게 없다.
이 책의 두 축은 강민주와 백승하다.
강민주는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여성이며, 선배의 가정문제 상담소에서 전화 상담을 봉사하는 여성이다.
그녀가 어릴 적 어머니는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다.
이후 어머니는 부동산 투기와 달러 시장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
축적한 부를 딸에게 큰 유산으로 남기게 된다.
강민주는 이를 바탕으로 사회의 가부장적 질서와 폭력에 맞설 계획을 준비한다.
백승하는 당대 최고의 배우이다. 수려한 외모, 뛰어난 연기력, 가정적인 모습까지 많은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모습을 다 갖춘 남자다.
강민주는 백승하를 계획적으로 납치한다.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여자들로 하여금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만들었어요.
여자들은 당신을 통해 환상을 보게 되고, 현실을 극복할 힘을 잃게 되지요.
그게 당신의 죄입니다.
바뀌어야 한다.
대안은 하나뿐이다.
하늘의 절반을 차지하고 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또 하나의 성, 여성이 나서야 한다.
그리하여 굳어진 이 세상 것들을
모두 부드럽게 풀어줘야 한다.
강민주가 백승하를 납치하고 감금하게 된 주된 배경은 그가 의도치 않게 여성폭력의 가해자라고 생각해 남녀를 반대로 생각해 보라는 의미 때문이다.
강민주와 백승하를 제외한 여러 등장인물들이 나오지만, 두 사람을 더 소개하고 싶다.
한 명은 강민주의 든든한 조력자 황남기다.
그는 강민주의 엄마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강민주의 엄마는 혼자 남을 강민주를 위해 황남기에게도 재산을 나누어 준다.
덕분에 그는 강민주를 절대자라 생각하며 선생님이라 칭한다.
황남기는 백승하 납치 사건에서 주요 역할을 하게 된다.
강민주의 말이라면 절대적으로 복종하며 든든한 모습을 보이지만, 강민주와 백승하의 유대가 깊어질수록 질투를 느끼게 된다.
또 다른 인물은 김인수다.
김인수는 강민주에게 관심을 가진 인물이며, 스토커처럼 끈질게 쫓아다닌다.
이 두 사람이 완벽할 것 같은 강민주의 납치 계획에 변수로 작용한다.
내용은 직접 읽어보시길 적극 권한다.
남자는 여자의 등을 밟고 일어서는 일에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비열한 존재다!
여자의 삶이 남자와 상관없이
독립적일 수는 없는가.
희생이라니, 고통의 인내는 미덕이 아니다. 그것이 미덕이라는 주장은
기득권을 쥔 자들의 염치없는 요구일뿐이다.
1992년 출간된 책이기에, 오늘날 읽으면 센세이션 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많은 독자들도 그렇게 느꼈으리라.
냉철하고 계산적인 강민주의 독백들을 읽고 있노라면, 통쾌하기 그지없다.
깊이 있는 이야기에 빠른 전개 덕분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소재 자체가 파격적이고 흥미를 당기지만, 그 내용만큼은 결코 한낱 유희로 소비될만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가부장적인 사회에 여성의 관점에 읽을 수 있다.
조금 비틀어 생각해 본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다수와 소수로 구분되기도 한다.
다수는 권력을 가지고 자신들의 질서를 정상이라 부른다.
그 질서 밖을 두고 비정상으로 규정한다.
강민주의 분노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 문제는 남성과 여성의 구도가 아니다.
누군가 만든 규칙 그리고 그 규칙에 묶여 살아가는 것이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녀의 논리는 치밀하지만, 방식은 폭력적이다.
독자는 읽는 내내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과연 그녀는 가해자인가, 왜곡된 세계가 만든 피해자인가.
거대한 권력 앞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을 반골 혹은 튀어나온 못이라 치부한다.
시대는 변한다.
사상도 변한다.
우리가 당연시 여기던 것들은 옛것이 되고 완전히 새로운 것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어떤 질서도 질문 없이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그런 부분에서 책의 제목이 참 와닿는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당신에게 금지된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정말로.
정말로 소망하고 있는가.
양귀자 작가
1955년 7월 17일 출생
1978년 <문학사상> 신인상 수상
「원미동 사람들」, 「모순」,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희망」 등을 집필
실제로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원미동에 살았으나, 소설 원미동 사람들의 흥행으로 서울로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