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까마귀 1

흔한 아침의 흔하지 않은 풍경 한 자락

by 고운 저녁


일본 까마귀 1


예언의 징조를 감지하려 할 때

까마귀, 너의 등장은 시의적절했다


쓰레기봉투를 쪼고 있어야 할 시간, 하필

불안한 발걸음을 따라오는 시커먼 베포라니,

징조가 아닐까


굳은살 배긴 활처럼

야무진 곡선의 까만 부리가

그림자 사이를 두리번거리면,

뜨거운 아스팔트에 붙어버린

길 잃은 발걸음은

예언을 읽기 시작한다


소통의 고통은 일상이지만

까마귀의 언어라니

‘가라사대’를 반복하며

속도를 잃은 채

쫓기기만 하는 마음


너의 까만 외투 속

보드라운 깃털의 순간을

얼핏 엿보지 못했더라면

얼어붙은 발걸음은 언제까지고

예언을 해독하고 있었을 터


예언의 운명을 점치려고 할 때

까마귀, 너의 등장은 안성맞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