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까마귀 2

알 수록 신기한 까마귀의 생태

by 고운 저녁


일본 까마귀 2


저승사자의 복색이 저러하지 않을까

덩치 큰, 새까만 까마귀가

내 발걸음을 좇는다


그가 내 두려움을 읽을 만큼 영리했다면

나는 그 옆을 무사히 지나지 못했으리


핏자국도 삼킬 만큼

날카롭게 깎인 저 부리로

겁에 질린 여자 하나쯤

간단하게 쪼아 해치울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면

나는 이미 너덜너덜

이 길 위에 나뒹굴고 있을지도


그가 내 동요를 눈치챘더라면

치열한 속도의 바퀴들이

터질 듯 긁히며 요동치는 그 옆에서

태평하게 쓰레기봉투를 쪼고 있진 않았겠지


소문에 의하면, 그날 저녁

시내 빌딩 숲 옥상에

까마귀들의 GHQ가 차려졌단다


쓰레기를 뒤지는 ‘감시조’가

이미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상부에 보고했다는 소문이

온 거리에 파다하다


쓰레기 버리는 날 아침

까마귀 곁을 지나는

내 발걸음이 여느 때 보다 불안하다


며칠 전 머리 위로 떨어진

커다란 복숭아씨 때문만은 아니다

발에 밟힌 철 지난 호두껍질 때문만도 아니다

레일 위에 작은 돌들을 얹어 놓았다는

뉴스 때문만은 더더욱 아니다



*GHQ(General Headquaters):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일본을 점령했던 연합군최고사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