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장미

by 고운 저녁


불굴의 장미


겨울이 깊어지면

꺼칠한 테라스 바스락거린다

초췌한 화분 속

외로운 장미도

잎새 떨어져 춥다


바람이 매섭게

머릿속을 휘젓고,

마음이 덩달아

얼어붙은 탓이다


겨울의 퍼즐 조각들이

한 폭의 그림으로 맞춰질 무렵

안팎이 술렁인다


겨우내 불어난

무거운 몸을 일으켜

커튼 너머

테라스를 본다


거기,

메마른 가지 위

봉긋이 돋은 새순들

경이로 휘둥그레지는 두 눈


아무도

물 주지 않았거늘

바람이

젖동냥하였나 보다

흙이, 새벽마다

이슬을 힘껏 마셨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