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있었다

by 고운 저녁


나무가 있었다


이파리 무성한 나무가 있었다

매미소리 들끓는 여름을

넉넉히 품어주던


가지 많은 커다란 나무가 있었다

새집 속 사랑의 세레나데를

차곡차곡 담아주던


아름다운 나무를 꿈꾸며

겨우내

가지를 치고, 이파리를 솎아

보기 좋게 다듬었다


웬일일까

울창하던 소리가 사라지고

푸르던 연가가 싸늘히 식었다

이제나저제나 기다렸건만


아이들이 떠난 거인의 정원처럼

고요하고 가지런한

풍경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