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by 고운 저녁


이사


두꺼비에게 헌 집을 내주고

새집을 얻었다


헌 집을 바치기 위해

10년의 세월을 둘둘 말아 걷어낸다


살림살이들의 수다가 떠난

빈집의 민낯

솜먼지들 옹기종기 모여 수군대고

음습한 구석마다

검은 꽃들의 비명이 활짝 피었다


베이고 긁힌 건

벽과 바닥뿐일까

웃음과 기쁨은

짐에 실려 갔거나

태생이 휘발성인가


혼돈을 품고 살아낸 날들

일상의 더께를 한 겹 두 겹 벗기면

눌려 있던 한숨들 말문을 연다


―애썼네

―잘 버텼어


새집에서 맞이할

온갖 파란만장한 날들과

헌 집을 만드는 일에

한껏 공조할 하루하루


그나마 웃음꽃 넘치는 집이 되도록

구석구석 생겨날 미지의 때는

휘발성 세제 듬뿍 묻혀 닦아야겠다

오늘은 아이 방구석의 귀여운 심술 하나

웃으며 쓸어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