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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 Jan 10. 2021

#6. 해외 취업?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문제는 해외 생활이 생각보다 로맨틱하진 않다는 것.

외국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몇 번 있다.

나라도 제각각이었고 현지 회사였으며 한국인은 거의 없는...말 그대로 외국계가 아닌 진짜 외국 회사.

물론 내가 근무했을 때의 시점과 지금은 또 다르기 때문에 정답이라고 할 수도 없고 내가 받았던 복지나 혜택이 모든 해외 기업들의 표준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경험에 의한 이야기이며 '해외 취업이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건 아니다.'라는 점을 말하고 싶어 이렇게 쓰는 글임을 미리 밝혀둔다.


모두 IT개발회사였으며 본사라기보다는 개발 스튜디오, 지사에 가까웠다.

기획 담당자가 본사까지 들어갈 일은 거의 없다. 회장의 부름을 받고 행사차, 그리고 보고차 방문한 적은 있었지만 말이다. 


처음 들어간 해외 기업은 중국에 있었다.

북경에 소재를 두고 남반구 지역에도 개발지사가 있는 그룹으로 당시 중국내 기업 재계 20위권 내에 드는 나름 알짜기업이었고 사업 분야도 부동산, 엔터테인먼트, 개발, 건축 등 다양했다고 들었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외국 기업에 인력을 소개해주는 중개업들이 좀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알던 분이 그 중개 분야에 뛰어들었고 시범삼아 추진한 것이 나였다.

원래 중국에 관심도 있었고 언어도 조금 할 줄 알았기에 해당 기업에서도 매우 긍정적으로 날 봤다고 들었다.



STEP 1. 미팅 (인터뷰)

일단 중개업 또는 인력업체 관계자를 만나 간단한 면접 형식으로 진행이 된다. 그리고 입사의 뜻이 있다면 이력서를 작성해서 넘겨주고 업체는 이를 해당 기업에 발송한다.

미팅을 하고 싶다는 연락이 오고 기업 담당자가 직접 나와 미팅을 갖는다. 아무래도 국외 인력이기 때문에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나오는 건 아니다. ( 여러 명을 만난다고 들었다. )

그리고 며칠이 지나 만약 통과가 되면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간다. 이때는 기업 관계자, 중개업, 지원자가 모두 같이 만나 협의에 들어간다.



STEP 2. 구체적인 협상 미팅

연봉 및 기본적인 혜택 제공에 대해 설명을 듣고 옵션 계약을 맺을지 결정한다.

옵션에서는 정해진 규악이나 틀이 없다. 지원자가 원하는 항목이나 조건을 모두 나열할 수 있다. 물론 업체마다 어느 정도 선 내에서 마음대로 어필하라고 가이드를 제공할 때도 있다.


옵션에서는 휴가(3개월마다, 6개월마다, 사규 준수 등), 세금, 거주지 (아파트,빌라,주택 등), 그 외 제공 - 차량, 도우미, 통역 겸 비서 등 -일체를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굳이 해당 국가의 언어를 구사할 줄 몰라도 취업은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거주지에 대한 공과금 및 문제는 모두 회사 인사 또는 총무팀에서 일괄적으로 처리해주지만 소소한 사안에 대해서는 통역을 맡은 직원이 인근에 거주하면서 처리해주고 회사 방침이나 전달 사항도 알려주기도 한다. 같이 살기도 하고 인근 지역에 방을 따로 구해주는 곳도 있다.


나의 경우는 휴가 3개월마다, 차량 제공, 세금 처리, 편의시설 (게임기 및 PC), 가사 도우미, 체류비 외 법인카드 사용 등을 요청했었다. 물론 회사 측에서도 수용해 괜찮은 조건으로 잘 지낼 수 있었다.

게임기도 X-BOX와 PS를 모두 구입, 거실에 설치까지 해놓기도 했다.

또한 식사 역시 한국인임을 감안, 최대한 한국 식품을 구입해서 도우미께서 한식과 양식을 번갈아 제공해주었다. 한번은 김밥이 너무 먹고 싶어 저녁에 먹고 싶다 하니 진짜 해놓으셨다. ^^;;;





STEP 3. 출국 및 회사 방문

모든 협의가 완료되면 회사에서 비행기 티켓을 구입해 메일로 보내준다. 따라서 약속 된 날짜에 출국을 하면 되고 현지 공항에 미팅을 진행한 담당자가 마중을 나와 있는다. 이때 통역이나 기타 업무를 처리해줄 직원과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거주지는 대개 확보를 해두고 모든 준비를 끝내놓기도 하지만 소소하게 변경 사항이 있을 수 있어 호텔에서 며칠 묵으면서 숙소와 회사를 모두 방문한다.

이때 세세한 요청을 하게 되면 인테리어를 바꿔주거나 다른 집을 구해주기도 하는데 대갠 미안해서 그냥 사용한다. 회사는 일하게 될 사무실과 직원들과 인사를 하고 저녁에는 환영식을 보통 해준다.

( 회장을 대개 이때 만나게 됨 )

보통 이 자리에선 자신의 업무 스타일을 자랑하거나 업무 이야기보다는 회사를 본 소감, 성대한 준비에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열심히 하겠다는 포부만 간단히 말하는 게 좋다.



STEP 4. 숙소 이사

출근 2~3일 전에 숙소로 이사가 진행된다. 직원들이 집으로 종종 찾아 온다. 

이때 최종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하고 기타 협의를 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국제변호사 입회하에 최종적으로 다시 한번 근무 조건에 대해 설명이 이어지고 최종 검토 후 이상이 없을 경우 바로 처리된다.



STEP 5. 출근 / 업무 시작

모든 준비가 끝나면 출근이 시작된다. PC세팅부터 볼펜 한 자루까지 모두 구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설치할 프로그램만 설치하면 되고 바로 일을 시작하면 된다.

출퇴근은 모두 현지 근로법에 따르며 주말은 물론 휴식이다. 국경일이나 공휴일도 현지에 따르지만 간혹 좋은 회사는 해당 직원의 조국 명절도 쉴 수 있게 배려를 해주기도 한다. ( 가족과 떨어져 있으니 통화나 화상으로라도 함께 보내라고 )





| 확실히 외국 기업이 복지는 갑, 다만 책임은 확실히 묻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첫 해외 기업이었기 때문에 지금과는 많이 다를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두번째나 세번째 회사도 모두 처음과 동일한 수준이었고 꽤나 만족스러운 조건에서 일을 했었다. 연봉이나 복지는 국내에 비해 외국 기업들이 확실히 훨씬 낫다.

주말에도 일을 핑계로 연락을 해오는 국내와는 달리 외국 기업은 퇴근 후 연락은 0%에 가깝다.

아주 가끔 연락이 오기는 하는데 정말 중요한 사안이 아니면 오지 않으며 "미안하지만 갑자기 일정이 잡혀서 내일까지 OOO문서 좀 만들어야 한다."는 식의 업무 지시도 당연히 없다.


예외적으로 다른 해외 기업과 업무 협업이 있을 때는 시차 때문에 종종 심야 시간이나 퇴근 후에도 잠깐 회의나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는 있다. 다만 그것은 시차에서 오는 문제이므로 크게 문제화하진 않고 회사에서도 1시간 이상 일을 한 경우 출근 시간을 조율해준다. ( 그냥 그만큼 늦게 나가도 됨 )


복지와 대우를 현지 직원보다 더 잘해주는 만큼 책임도 확실히 묻는다. "좋은 게 좋은거다."라는 한국식 문화나 "살다보면..."같은 인간적 배려에 매달릴 생각은 접는게 좋다. 또한 외국 기업이라 해서 사내 정치가 없을 줄 안다면 그것도 오산이다. 파벌 다툼이 엄청나다.

실제로 겪은 일이지만 회장의 신임을 얻기 위해 두 진영이 주말마다 번갈아 술자리를 갖자고 연락이 오거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업무 지시, 협조 등을 은근히 요구하기도 하다. 


물론 황당한 경험도 있었다. 한번은 주말에 식사를 하고 통역을 해주는 직원이랑 커피를 마시며 놀고 있는데 통역 직원이 나가야 할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어디를 가냐고 물으니 술을 마시러 가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보니 회사 중역들 몇 분이 반갑게 맞이하길래 같이 어울려 술을 마셨는데 계산을 내 법인카드로 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 물론 내 법인카드는 월에 사용금액이 정해져 있었지만 별도 승인 요청없이 마음대로 사용해도 되는 카드였다. )


나중에 알고 보니 자신들의 카드는 이미 한도를 다 사용했는데 회장이 "가급적 외국 직원들이 사용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현금 인출이 아닌 경우 외에 사용처를 묻지 말라"는 지시가 있어 나더러 좀 긁어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회장에게 혼 날 이유가 없으니 부탁한다고 하는데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시원하게 긁어줬는데...얼마 후 회장과의 회식 자리에서 회장이 내게 다가와 "술도 좋아하시고 여자도 좋아하시나 봐요?"라고 웃으며 묻긴 했다. 

억울했다. ^^;;;


일을 할 때에도 크게 문제는 없었다. 워낙 합리적인 사고가 많은 곳이고 또 직원간 소통이 자유롭고 원활한 편이라 스스로 모나게 굴지만 않는다면 회사 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해외 취업이 생각만큼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일단 외롭다. 말이 통한다 해도 문화적 공감에서 오는 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현지에서 친구를 사귀고 여성을 만나 연애를 한다고 해도 종종 찾아오는 향수병같은 건 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렇지 않았지만 다른 분들의 경우 이걸 못 이기고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휴가를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날엔 마치 군대에서 휴가 나왔다가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에잇....


마지막으로 급여를 말한다면 일단 외국에 나가면 기본적으로 급여가 높다. 현지 수준에 비춰봐도 높은 편에 속한다. 기본 페이가 높고 협의에 따라 산정되기 때문에 높을 수 밖에는 없다.

달러로 지급되며 이는 물론 계좌로 이체된다. 단 해외 계좌인 경우 입금까지의 시간은 당연히 소요되고 환전되는 수수료도 빠져나가는 걸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해외 취업을 할 생각이 있다면 국내외에 있는 은행 계좌를 개설해두는 것도 일종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현지 계좌를 따로 만들어 통역을 해주는 직원이나 개인적인 친구들과의 노는 비용을 따로 관리하기도 했다. ( 그 통장들은 지금도 가지고 있다... )




자주는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해외 기업에 근무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외국에서의 거주 경험이나 그들과 나눈 그런 사고들이 지금 프로젝트를 진행 할 때에도, 또 해외 업체와 협의를 할 때에도 많은 도움이 되곤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기업들도 요즘은 글로벌 서비스를 중점으로 많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해외 거주 경험이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지금 무작정 해외 거주나 연수, 워홀으로라도 외국에 나가 얼마라도 살 계획이 있다면 교민들이 많은 지역은 가급적 피하라고 조언한다. 언어를 배우는 것도 그렇고 지내는 것도 현지인들 틈에서 지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다만 언어적으로 미흡하다면 반드시 교민들이 있는 지역에서 활동하길 바란다.

교회나 성당은 꼭 나가고. 그래야 그나마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참고로 외국의 교민들이 다니는 교회도 "우리 교회 나와요."라고 선교 활동을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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