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 잠재력보단 시장성에만 관심을 갖는 우리 사회.
어릴 적 내 꿈은 40대에 은퇴를 하는 것이었다.
IT에 입문해 처음 게임 개발을 할 때만 해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인센티브로 몇 억, 수십억을 받는다는 기사를 전해들을 때면 내게도 머지 않아 벌어진 일들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도 있었고.
20대엔 오직 게임업계만 전전했다.
개인적으로 게임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즐기긴 해도.
특히 우리나라처럼 MMORPG 장르에만 열광하는 경우에는 나와 더더욱 맞지 않았다.
나는 콘솔 게임이나 FPS, 어드벤쳐같은 게임 장르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내게 게임이란 '즐기는 것'이었다.
게임이 삶을 지배하거나 내 시간을 지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는 정말 충격적이게도 게임 제작자들에겐 지옥이나 다름이 없는 곳이었다.
개발은 빨리, 빨리, 레벨업도 빨리, 빨리...모두가 빨리 빨리였다.
이것 저것 즐겨보라고 여러 퀘스트를 준비하지만 국내 유저들은 오직 메인퀘스트만 공략한다. 빠른 레벨업을 위해 다른 요소들은 과감하게 배제한다.
가입하고 캐릭터 생성 일주일이면 대부분 lv. 40 ~ 60을 찍는다.
이것 저것 즐기면서 하는 나는 겨우 lv.20인데 말이다. 그러다보니 MMORPG 개발보다는 다른 장르 개발에 더 집중을 했다.
30대쯤 되면 게임산업 하향길 예측, 블록체인으로 눈을 돌리고 가상현실에 관심을 두다
20대 때 해외에서 일을 좀 하다 보니 자연스레 업계 동향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내 기반이 한국이기 때문에 나는 해외에서 쭈욱 오래 일할 자신은 없었다. 더군다나 당시만 해도 " 결혼은 한국에서 한국여성과~ "라는 주의가 강했기 때문에 더욱 한국 시장 동향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 30대쯤 되면 게임으로 먹고 살기 어렵겠다. "였다. 게임이 흥행을 하면 너도 나도 비슷한 아류작을 만들어내는 한국의 특성상 MMO로 일관 된 한국 게임 산업이 간당간당해 보였다.
그래서 20대 후반에 사이트, 플랫폼 제작 업체로 분야를 옮겼다. 물론 게임만 기획하다 갑자기 사이트를 기획하려니 도통 어려웠다. 그래서 심플한 게임과 병행하는 업체 위주로 검색을 했다. 다행히 일은 끊이지 않고 할 수 있었고 그렇게 또 한동안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했는데 돌연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됐었다. 심지어 당시 BTC 3개를 무료로 받기도 했는데 이때만 해도 기술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코인에는 별 관심이 없어 어디에 뒀는지 잃어버렸고 훗날 땅을 치며 후회를 하긴 했다.
블록체인에 대해 개념도 흐지부지할 무렵, 대표를 꼬드겨 과감하게 사업 분야를 블록체인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개발한 프로젝트가 나름 당시에 핫해져 큰 인기를 얻었다.
갑자기 회사가 돈이 생기면 날파리가 꼬이기 마련이고 돈 앞에 장사없게 된다. IT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50대의 대표는 개발라인을 등한시했고 나와 갈등을 빚었다.
그리고 나는 우쭐한 마음에 뛰쳐나와 투자 유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코인명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해당 코인을 창안한 사람이 나라는 걸 아는 업계에서 부름(?)을 많이 받기도 했기에 나는 투자가 금방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시장성, 상업성, 수익성을 명확하게 바라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투자는 어려웠다.
가능성이나 잠재력보다는 당장 수익을 얼마나 낼 수 있는가, 미래라면 언제 그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원했고 기술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었다.
AI 프로젝트를 마치고 원격의료 시스템에 대한 가능성을 깨달았다. 또한 메타버스와 VR,XR을 혼합한 컨텐츠에 대한 구상을 하게 됐다. 당장의 수익은 어려워도 기술 선점을 위한 준비과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VC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다행히 기술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투자에 대해서는 " 당장 수익이 없어 힘들겠다. "는 반응이었다.
| 해외에서 출시한 후 따라가는 건 IT 발전에 도움이 안돼
지난 수개월간 투자 유치에 진심으로 뛰어들었다. 수 많은 관계자를 만나 미팅을 하고 했던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당장 수입이 없으니 그 동안 모아둔 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해야 했는데 5개월쯤 지나니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 내가 지금 뭘하는 거지... "라는 생각도 들었고 " 만약 투자 안되면 난 이제 어떡하지? "라는 생각도 나를 괴롭게 했다.
다행히 만족스런 초기 자금은 아니지만 며칠 전 투자를 하겠다는 투자자의 메시지를 받았다.
투자자는 말한대로 투명하고 제대로 개발해주길 원했고 나는 당연히 그리 할 것이라 회신했다. 적은 금액이든 큰 금액이든 믿고 선뜻 내주는만큼 가치있고 의미있게 자금 집행을 하겠다고 했다.
사실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본다. 개발 자금으로는 적을 수 있지만1천만원이든 1억이든 10억이든 누군가에겐 소중한 돈이다. 나는 돈에 대해 쓴 경험을 했었기에 돈이 얼마나 소중한 지 잘 알고 있다.
내가 투자자를 설득할 때 했던 말은 단 하나였다.
" 당장 돈이 되는 사업 아이템은 사실 많다. 하지만 꾸준히, 장기적으로 사업화를 할 수 있는 아이템은 세상에 거의 없다고 본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당장 맛보기식의 사업화만 하고 있다. 그러기에 늘 불안하고 기술적으로는 굉장할 지 몰라도 사업적으로는 힘들어지는 것이다. 나는 미래지향적인 사업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
라고 설명했다.
당장 수입이 안날 수는 있지만 미리 준비를 하고 시장을 앞서 나갈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볼 땐 개발이 간단해보이는 메신저 솔루션을 해외에서는 수백억을 투자하고 수 많은 시간을 공을 들인다. 그러기에 지금 세계에서 유행하는 솔루션들을 갖게 된 것이다.
우리도 이제 그런 솔루션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단타로 끝낼 솔루션이 아니라...그렇게 짧은 승부가 좋다면 차라리 도박을 하는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