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는 암묵적인 룰이 따로 존재한다.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근무 시간에 식사를 하는 한 직장인의 글이 논란이 됐던 적이 있었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PM 17:00라고 밝힌 그는 " 집에 도착해서 밥을 먹으면 너무 늦는다. "며 PM 17:00에 구내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로 발령 된 팀에서 제동이 걸렸다. 팀장은 " 근무 시간에 밥 먹으로 가지 마라. "라고 주의를 주었지만 글쓴이는 알겠다고만 하고 계속 그러했다고 한다.
결국 팀장에게 다시 불려가 꾸지람을 들었고 글쓴이는 " 흡연하는 시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시간이다. 티타임 정도도 못 갖는건가? "라며 본인이 억울하다는 식의 글을 적었다.
인생의 절반 정도를 살았고 그 인생 중 절반 정도에 해당되는 세월 동안 직장에 다녔던 내게 글쓴이의 사연은 정말 놀라운 이야기이자 짐짓 신선하기까지 했다.
" 아무리 MZ, MZ 한다지만 이 정도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근무 시간 중 흡연과 식사는 받아들이는 인식부터가 다르다
담배와 식사는 받아들이는 인식부터가 차이가 있다.
보통 흡연을 하는 시간은 약 2분 ~ 3분이다. 근무 시간 동안 7개피를 피운다고 가정하면 1시간당 1회꼴이다.
글쓴이가 말한 20분과 동일한 시간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자잘한 변수가 있다. 첫번째는 '회사가 이를 알고 있고 용인을 했는가'이다.
대개 흡연과 음주 여부는 서류 심사와 면접에서 이미 회사에 제공된다. 그럼에도 채용했다는 것은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면 해도 괜찮다는 용인을 얻은 셈이다.
반대로 글쓴이가 면접에서 " 전 5시에 저녁을 먹고 퇴근해야 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라고 한다면 채용이 될 수 있을까. 모르긴 해도 10명 중 9.5명의 확률로 탈락할 것이다.
점심 시간을 거쳐 고작 4~5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또 밥을 먹고 퇴근하겠다는 지원자를 달갑게 볼 회사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귀가 시간이 밤 9시 ~ 10시도 아니니 이해하기 어렵다.
두번째는 긴급한 상황에서의 호출이다. 담배는 약 3분, 식사는 약 20분이 소요되는데 갑자기 담당직원을 불러야 할 경우 이를 통보해야 할 사람이 받는 스트레스는 의외로 상당하다.
" 김대리 어디갔어? " > " 담배피러 나가던데요. " > " 빨리 오라고 해. "라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짜증을 내지 않는다. 반면 " 밥먹으로 가던데요. "라고 한다면 대부분은 " 점심 굶었어? 왜 지금 밥을 먹으러 가? "라고 반문할 것이고 상황에 따라 " 왜 근무 시간에 밥을 먹으러 가? "라며 짜증을 낼 수도 있다.
세번째는 시간적 활용에 있다.
흡연의 경우 혼자 피울 때도 있지만 대개는 동료, 상사와 함께 피우러 간다. 피는 동안 사적인 이야기도 나누지만 업무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흡연, 커피 같은 시간은 휴식 겸 업무에 대한 가벼운 환담을 나누는 시간으로 활용이 될 수 있지만 식사는 다르다.
회사는 개개인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없어, 공평성과 평등성 사이에서 고민
회사가 모든 직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 대표나 관리자는 늘 공평성과 평등성의 원칙에서 고민을 한다. 글쓴이의 논리대로 한다면 과연 그 조직이 제대로 흘러갈 수 있을까.
공평성을 적용해야 할 시점에서 평등성을 적용하게 되면 그 조직은 효율성을 상실하게 된다. 반면 평등성을 적용해야 할 시점에서 공평성을 적용하게 되면 그 조직은 삭막해진다.
무엇보다 다른 어떤 논리를 떠나 회사 규정을 어긴 자체가 이미 잘못이다.
지난 5년간 식사를 오후 5시에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식사 패턴을 인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팀장이 용인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팀의 팀장은 그것을 용인하지 못한다고 했을 뿐이다.
어느 조직이든 근무 시간에 식사해도 괜찮다고 명시하는 곳은 없지만 대표, 또는 관리자, 팀장이 용인한 경우에는 근무시간이라 해도 사적 활용이 가능하다.
글쓴이는 회사의 기본 방침에 반대한 것이고 팀장의 지위에 도전한 것이다.
지시에 있어 " 아니요. 그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는데요. "라고 한다는 것은 똑똑하고 현명하며 논리적인 게 아니라 조직 전체를 위태롭게 할 뿐이다. 본인의 업무 스타일, 시간활용을 하고 싶다면 프리랜서로 일을 하거나 창업을 하는 것이 옳다.
더불어 글쓴이의 논리를 받아들이는 순간 일찍 나온 직원, 20분 ~ 30분씩 더 일을 하고 퇴근한 직원들이 그 초과 시간을 이유로 마음대로 지각, 결근을 한 후 " 더 일해준 시간이 얼만데 이러시냐. "라며 유급처리를 해달라고 한다면 그것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