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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 Jan 09. 2021

#3. 연봉 협의

연봉은 자존심이 아니다. 능력의 수치화이다. 


어떻게 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면접을 통해 서로를 알아보고 입사가 결정이 되면 마지막 협상 관문이 바로 "연봉협상"이다. 다른 그 어떤 근무 여건보다 중요하고 가장 민감한 순간이다.

연봉을 말함에 있어 한 치의 물러섬없이 당당하게 어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적당한 타협을 통해 협의를 하는 사람도 있다. 


연봉 협상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연봉에 따라 월 급여, 자신의 수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대개 월급은 생활비+적금 및 보험+여웃돈 등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나도 한때는 연봉 1억을 목표로 살았던 적이 있다. 물론 받아보기도 했지만 사실 막상 달성했을 때의 기분은 덤덤했던 걸로 기억한다.


가장 기뻤던 순간은 100단위에서 200단위로 변경됐을 때...통장에 앞 자리가 2로 시작됐을 때였다.

얼마나 기쁘고 뿌듯하던지 지금도 종종 통장을 보면서 그때를 떠올리곤 한다. 그렇게 순수하고 작은 일에도 보람을 느끼던 시기가 내게도 있었는데 지금은 세상과 타협을 하며 하루 하루 사는 아재가 되고 말았다. ^^;;




"연봉 얼마에요?"라고 물으면 자신의 능력보단 사회적 시각에 따라 답을 한다


관리자급이 되어 면접을 진행하는 일이 종종 있다. 마지막 단계에서 희망 연봉을 물으면 대개 많은 분들이 '직전보다 조금 더 인상 된 금액'을 제시하곤 한다. 물론 이는 어찌보면 정상적이고 사회통념적인 것이기에 딱히 이의를 제기하진 않는다. 보통 500~1,000정도를 높여 부르는 듯 하다.





 연봉을 좀 높게 부르는 것을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런 부분이 아니다.

문제는 "희망연봉 = 사회적 위치"로 생각하는 인식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연봉은 신분을 나타내는 척도도 아니고 자존심도 아니다. 자신의 업무 능력을 수치로 전환한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000만원 정도는 받아야죠."라고 답을 한다. 그러면 내가 되물어본다.


" OO님께서 그 연봉의 가치를 할 수 있다고 자신하십니까? "


이는 누군가와 비교하거나 가치를 깍아내리거나 비하하는 의도가 아니다. 정말 그 연봉에 대한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가 인정하고 장담할 수 있느냐는 의미이다. 하지만 대개 이렇게 물어보면 우물쭈물하거나 말을 흐리곤 한다. 그것은 본인 연봉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직전 직장에서 100만원을 받았는데 120만원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150만원, 180만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이다. 자신이 받던 연봉이 아닌 상사 또는 잘 나가는 친구의 연봉 수준일 경우가 많다.

따라서 확답을 쉽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프로선수와는 또 다른 개념이다. 프로 선수는 올해의 성적을 토대로 내년의 기대치를 반영해 연봉을 산정한다. 올해 10개의 홈런을 쳤다면 내년에는 15개를 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임하기에 구단에서도 "꼭 치길 바란다"는 의미로 연봉을 높여준다. 이는 동기부여이다.

다만 일반 직장에서는 좀 다르다. 사실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이를 사업화해서 매출을 증진시키지 않는다면 딱히 업무력을 평가할 자료는 많지 않다. 그렇지만 매출이 증가됐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여도를 참고해서 연봉을 책정해주는 것이다.






"저 정도 경력이면 다 이 정도는 받아요.", 연봉은 시간대비 급여가 아니다.

  - 연봉을 낮추는 건 어렵지만 올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간이 지났다고, 세월이 흘렀다고 연봉이 오르는 기업이나 조직은 별로 없다. 대표적인 분야라면 아마 공기업, 공무원들이 해당 될 것이다. 딱히 업무 성과를 평가하기 애매하고 대부분 시민과 국민을 위한 업무이다 보니 딱히 큰 잘못이나 실수가 없다면 소폭이나마 상승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사기업은 분명 다르다. 누군가는 성과를 내고 누군가는 그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따라서 모든 직원이 늘 같은 상승율의 연봉 인상을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IT업계에서 연봉이 동결되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 적게나마 다들 올리기 때문이다. 


세월이 지났다고 연봉이 오른다면 개인적으로도 찬성이다. 그러면 정말 기쁠 것 같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심지어 회사에 따라 연봉이 낮아지는 경향도 있을 수 있다.

나는 연봉에 큰 욕심을 내지 않는 편이다. 프로젝트의 비전을 보고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전에 직장에서는 월 500만원을 받았더라도 300만원만 받고 일을 해주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연봉을 낮추는 건 어렵지만 높이는 것은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연봉에서 타협이 필요할 경우 많이 제시하는 것이 "3~6개월 뒤 재협상"이다.

물론 양보한만큼 재협상에서 더 이상의 타협을 두진 않는다. 예를 들어 8,000만원을 제시했을 때 회사가 7,000만원을 줄 경우 일정 기간 후 재협상 테이블을 갖는 조건으로 이를 인정하곤 하는데 대신 그 시간이 올 경우 연봉은 8,000만원이 아닌 그 이상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를 분명히 어필한다.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내 가치를 무시했으니 추후에는 회사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말하는 것이다. 지인들은 "그때가서 나가라고 하면 어쩌려고?"라고 물어보는데 사실 그게 생각처럼 쉬운 건 아니다.


그 동안의 문서를 가지고 모든 능력을 다 파악했고 그 사람이 없이도 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많은 사례에서도 실패한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실제로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 사례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당시 축구협회와 많은 국내 지도자들은 "더 이상 그가 있지 않아도 된다. 많은 것을 배웠고 우리도 할 수 있다."라고 선언했다. 재계약이 당연히 될 줄 알았던 히딩크는 뜻밖의 상황에 당황해하며 한국을 떠났다.

그리고 우리는 2006년 월드컵부터 내내 다시 1990년대로 돌아간 축구 현실을 직면하게 됐다. 국내 전문가들이 히딩크에 비해 축구공을 덜 찼고 경기를 덜 직관해서 그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같은 문서의 내용이라도 이를 실행하는 사람에 따라 깊이와 질이 달라진다. 이는 결코 단기간에 따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고, 사상, 경험 등 많은 시간을 거치면서 그 사람이 단련해 온 결과이기 때문에 몇몇의 일면만 보고 따라한다고 따라잡을 수 없다.


또한 그 정도의 안목이나 전략을 가진 사람이라면 절대로 허술하게 일을 하지 않는다.

재협상 테이블에서 해고 대신 "좋아. 앞으로도 더 잘해줘"라고 하게끔 대비를 해두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도 쉽게 내보낼 수 없게 만들어 놓는다. 이는 회사에서도 잘 알고 있다.


연봉 테이블에서 밀리지 않고 당당하게 협상을 이어가고 싶다면 "아...이 사람을 놓치자니 그렇고, 잡자니 연봉이 좀 높고..."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물론 "어떤 손해가 있더라도 잡자"가 제일 좋긴 하지만 당장 돈문제에서 미래를 내다 보지 않는 국내 시스템에서 이는 매우 어려운 바람이다.


당장 연봉을 희망대로 못 받는다고 해서 일회일비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것을 계기로 더 높은 연봉을 받게 되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노력을 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깨우친 TIP이 하나 있다면...


- 연봉이 빨리 오른만큼 더 빨리 내려간다. -는 사실이다. 연봉이 높다면 좋겠지만 막상 그 맛에 중독이 되면 언젠가부터 자신을 찾지 않는 구직시장을 보게 된다는 말이다.

대기업 임원은 모든 직장인들의 꿈이기도 하지만 오르기 두려운 자리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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