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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 Jan 09. 2021

#4. 퇴사에도 나름대로 품격이 있다.

당당하게 퇴사를 말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무엇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기 마련이다. 물론 그 끝이 언제인지는 제각각 다르겠지만 말이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5년이상 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고 대개 2~3년, 짧게는 1개월~1년 정도 재직하는 경우가 있다. IT업계도 그 분야와 회사마다 다르지만 통상 1~2년이면 회사를 옮기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실제로 나 같은 경우에도 2년정도 근무를 하면 회사를 옮기곤 한다.


딱히 특별한 이유로 옮기는 것은 아니고 그냥 '새로운 프로젝트가 해보고 싶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종종 회사 사정에 의해 옮길 때도 있다. 특히 단물이 죄다 빠진 고연봉자라면 감축의 칼 끝에 제일 먼저 오르기도 한다. 사업도 대부분 안정권에 들어서고 딱히 새로운 시스템이나 기능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 고연봉자가 회사로서는 눈에 가시같은 존재일 수 밖에는 없다. ( 국내의 경우 외국과는 달리 창립멤버가 오래도록 함께 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사표를 가슴 속에 품고 다닌다고들 하지만 정작 그 사표를 쉽게 꺼내는 사람은 없다.

모든 관련 업체에서 서로 와달라고 애원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여기서만 말하는 건데 나는 이번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를 나올 예정이다. 입사한 지 약 일주일쯤 됐을까? 




퇴사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  단순히 회사를 관두는 게 끝이 아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하기 어려운 말이 두 가지 있다고 본다. 하나는 연봉 인상에 대한 건의이고 또 하나는 관두겠다는 의사 표현, 즉 퇴사 결정이다. 간혹 퇴사한다는 말을 자기가 하고 싶지 않다고 일부러 퇴사를 당하게끔 행동하는(?) 분들도 더러 본 적이 있다. 잦은 지각, 결근, 월차 사용 등으로 회사에서 먼저 "너 나가."라고 말하게끔 종용하는 경우이다. 


또 어떤 사람은 퇴사하겠다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해 며칠을 더 끙끙거리며 다니거나 아예 퇴사 의지를 접고 다니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 물론 이 글이 "다니기 싫으면 빨리 그만 둬"라고 종용하는 글은 아니다.

입사와 마찬가지로 퇴사도 신중히 고민해야 하는 점은 똑같다. 또한 그것이 만약 어떤 업무의 일정을 맞추지 못해 또는 하기 싫은 업무 때문에 회피성 퇴사라면 더욱 그러하다.

만약 어떤 기획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자신이 없어 시간만 보내다가 정작 제출해야 할 시점에서 압박감을 못 이기고 관두겠다고 생각한다면 당장 그 생각을 접으라고 말하고 싶다.





업무 때문에, 누군가 마음에 안 맞는 동료 때문에 퇴사를 고민한다면 그건 경우에 따라 매우 쓸모없는 고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회사든 자신을 싫어할 사람은 2~3명씩 꼭 있기 마련이고 ( 당장 없다면 곧 들어올 것이다 ) 기획자이든, 개발자이든 일을 한다면 하기 싫지만 반드시 해야 할 숙명과도 같은 업무는 늘 닥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회사를 관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회사를 관두고 새로운 마음으로 심기일전해서 이력서를 보내고 면접을 보고 새 회사로 가게 되면 기분은 산뜻하겠지만 그 기분이 오래갈 수는 없다. 대개 회사는 같은 분위기, 구조로 굴러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게 된 한 개발자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조직 생활이 맞지 않아 여러 번 퇴사를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회사의 설득에 넘어가 퇴사를 못하고 5년을 다닌 사람도 보았다. 어찌보면 그는 퇴사가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 분위기가 싫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본인도 그것을 잘 알기 때문에 막상 다른 회사에 가서도 같은 문제는 늘 있을 것이기에 회사의 설득에 넘어간 것이겠다.


내가 짧은(?) 회사 생활을 접고 퇴사를 결심한 이유는 사실 굉장히 사적이고 간단하다.

집과의 거리가 멀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사실 면접 때 한 두번 왔다 갔다 하는 것은 그럭저럭 견딜만 하지만 매일같이 다녀야 하는 것은 실제로 다녀보지 않으면 잘 가늠이 되지 않는다.

지하철을 한 대만 놓쳐도 지각은 따 놓은 당상에, 제멋대로인 시간표...추위에 떨면서 20~30분을 기다려야 하는 고통은 도저히 참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물론 연봉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따지고 보면 불만에 불을 지핀 셈이다. ^^;;;


아직 입사 초이기 때문에 지금 결론을 내리는 게 회사나 나에게나 서로 이득이라 판단했고 나는 그것을 출근하면 이야기 할 예정이다. 4대 보험 신고나 여러 문제가 괜히 번거롭게는 됐지만 언젠가는 했어야 할 일이 빨리 온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퇴사는 신중하라고 해놓고 왜 나는 이렇게 간단하게 결론을 내는지 이해 못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어차피 이 곳을 곧 그만둘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며칠 더 시간을 끌어봐야 업무가 본격적으로 개시되면 피차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번거롭더라도 빨리 관두고 회사도 다시 담당자를 찾는 편이 그나마 서로에게 이익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회피가 아닌 다닐 수 없는 환경이기에 내린 결론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솔직히 이번 일을 계기로 한 가지 확실해진 게 있다. 앞으로 집에서 1시간 20분이 넘는 거리의 회사는 가지 않아야겠다는 사실이다.

해보니 인간이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였어...






비난은 듣더라도 퇴사는 얼굴보고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간혹 보면 우리네 사회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하기 싫거나 듣기 싫은 소재에 대해서는 "뭐 좋은 소리라고 만나서 이야기를 해."라는 점이다. 아마 퇴사 이야기도 그 중 하나일 수도 있다.

근무 기간이 길든 적든 직원이 관둔다는 말을 하면 좋을 회사는 없을 것이다. 또한 당장 무언가 시작을 앞둔 시점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따라서 많은 회사들은 인재라고 판단되는 직원의 퇴사 요청에 매우 적극적으로 반응을 한다. 회유와 설득을 시작으로 "며칠 더 생각해보면 안되겠냐?"라는 말을 시전한다. 하지만 이 며칠이라는 말은 사실 함정에 가깝다.

이미 다니기 싫다고 판단 내린 직원은 그 말에 동의하는 순간 며칠을 더 출퇴근을 해야하고 다른 회사를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 또한 퇴사를 고민한 직원이 그것을 번복하는 확률은 10%도 될까 말까하다.

"저 퇴사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그 직원의 마음과 열정은 떠난 것이라 봐야 한다. 굳이 애써, 또는 예의상 잡는 시늉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퇴사 이야기를 면전에서 하지 못하고 메시지로 하거나 전화로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는 굉장히 잘못 된 방식이고 성인답지 못하며 직장인으로 꽝에 가까운 행동이다.

번거롭게 했다고 비난을 들을 수는 있다. 또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빈정이 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상황이 싫다고 해서 유선이나 메시지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입사와 마찬가지로 퇴사에도 예의라는 게 있다.

또한 자신의 판단 착오로, 변심으로 회사를 관두는 것이 자유라면 일정상 차질이 생겨 물질적이든 심리적이든 손해를 보는 건 회사이다. 관두는 것을 법적으로 막을 권리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 내일부터 안 나갑니다."하고 일방적인 통보 후 연락을 끊는 것 역시 법에 위배되는 사안임을 많이들 모르고 있다.

경우에 따라 최소 2주, 길게는 1개월간의 시간을 회사에 제공해야 한다. 다만 업무적으로 딱히 뭘 하지 않았다면 상호 협의에 따라 바로 처리가 되기도 한다.





다니기 싫다면, 다닐 수 없는 상황이라면 관두는 게 정답임은 맞지만 예의는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전화나 문자로 통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서 퇴사를 명확히 하고 절차를 밟아 정리는 하는 게 맞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회사 역시도 떠나는 직원에 대해 저주와 악담을 퍼붓기보다는 "왜 입사 초에 퇴사를 결정했는지"등을 한번 더 생각해보고 사내의 문제점, 시스템상 문제는 없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떠나는 직원의 앞 날에 응원의 메시지를, 직원은 잠시나마 몸담았던 회사의 무궁한 발전을 서로 기원해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업계는 생각보다 좁다. 소위 한다리는 오버겠지만 2~3명을 거치다보면 분명 연결 고리가 이어져있다.

또한 없더라도 언젠가는 어디선가, 어떤 위치로든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살면서 적을 만들지 말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당장 볼 사이가 아니라고 악담과 얼굴을 붉힌다면 훗날 그 행동으로 인해 직면하게 될 최악의 상황도 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표현을 거침없이 하는 것이 개성이고 세상을 올바르고 현명하게 사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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