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일'도 모르고 상대를 위로하려 했다.

"나 왜 그러지?"

by 행복한 가장
"모르겠어." © geralt, 출처 Pixabay

"오늘 내 맘이 왜 이러지." "어제 까지는 기분 좋았는데, 갑자기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 "나 왜 그러지?"


며칠간 기분이 좋았는데, 특별한 이유도 모른 채 어느 순간 급 우울해지는 경험을 느낀 적이 있다.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나빠진 기분을 끌어올릴 있을 텐데.


맛있는 것을 먹어도 좋아하는 상대와 함께 있어도 마음은 계속 불편하다. 어떤 감정이라고 표현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이유도 모르는 짜증만 냈다.


일상에서 우리는 간혹 내 마음과 다르게 표현할 때가 있다. 원인도 모르고 내 마음과 다르게 표현하니 마음만 불편할 뿐이다.


아내는 밥 차려 달라는 남편에게 그냥 짜증을 낸다. "당신은 손도 없어?" "들어오기 전에 먹고 오면 좋잖아. "사람 속도 모르고......"


같이 놀아 달라는 아이에게 화를 낸다. "아빠 힘들어." "저리 안 가니?" "니들끼리 놀아." “사람 맘도 모르고 이 그......”


기념일이라고 맛집에 같이 가자는 아내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가 않는다. "맛집 같은 소리 하네.' '돈이 하늘에서 떨어져?"


마음이 해결 안 되니, 화가 나고 짜증만 난다. 잘 될 거라고 주문을 외우고 자존감 향상을 위한 서적을 읽어 보지만, 해결은 안 되고 마음만 복잡하다.


정말 나 자신은 그 이유를 잘 모른다. 왜 그럴까?


내 맘도 내가 잘 모르는데, 상대가 어떻게 나를 알 수 있고 또한 내가 상대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어느 날 아내가 평상시 하던 대로 한마디 했을 뿐인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아무 말 없이 옷을 챙겨 집 밖으로 나온다.


"여보 이야기 좀 하자니까 어딜 나가?"


아내가 무심결에 던진 말에 기분이 상해서 아무 말 없이 집을 나가 한참 동안 주변을 방황하고 집으로 슬그머니 들어온 적이 있었다.


해결되지 않은 마음 상태로 아무 일 없듯이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으며, 마음이 무던해 지길 기다린다. 그렇게 기분 나쁘고 우울한 마음으로 회사를 출근하고 주변인을 만난다.


100m 달리기 하듯 전속력을 다해 땅속 지하 깊은 곳으로 내 마음 상태는 폭락장의 주식과 같이 하염없이 내려갈 뿐.

© SerenaWong, 출처 Pixabay

바닥인 마음 상태를 갖고 있을 때, 회사 동료가 나에게 고민 상담을 요청한다. 심리 상담 전문가도 아니고 나 자신이 겪지도 않은 주변 이야기를 동원해서 동료를 위로한다.


방금 전까지 집에서 온 맘 다해 화를 내고 출근한 사람이 회사 내에서 동료들의 상담 전문가 역할을 한다. 출근 전까지 내 마음이 힘들어서 죽을 지경이었고 본인 마음도 잘 모르면서 동료의 마음을 위로하려 했던 것이다.


"상대의 이야기를 우선 경청해." "그 마음을 먼저 이해해 줘야 되는 거야." "관계에서는 내 마음 전달이 중요해." 내 마음 상태는 잊고 책에서 본 대로 아무 말 대 잔치를 한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좋은 말로 상대를 위로해 줬지만, 정작 나 자신의 마음은 공허할 뿐이다. 내 마음 먼저 챙기지도 못하고 상대 맘부터 위로하려고 하니까 내가 힘들 뿐.


나는 지금 속이 타서 위장에서 신물이 넘어 올라오고 얼굴이 화끈거리는데 동료 앞에서 생글생글 웃으면서 상대의 기분을 맞추며 위로를 하고 있었다.


인간관계에서 남의 마음도 중요하지만, 내가 죽게 생겼는데 누굴 위로하고 있는가?


남의 맘 챙길 때, 나에게 먼저 물어봐야 한다. 왜 내 마음이 힘들지?


지금 당장의 마음이 불편한데, 나 잘될 거야라고 상하고 우울한 마음을 애써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수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이라는 노래 가사와 같이 ‘총 맞은 것처럼 정말 가슴이 너무 아픈데도 살 수가 있다는 게 이상해'라고만 생각하지 말자.


힘든 마음을 괜찮다고 해봐야 구멍 난 마음에 화장지를 임시방편으로 구겨 넣는 것과 마찬가지다.


왜 힘들지? 묻고. 이래서 힘든 거구나.라고 힘든 마음과 마주할 필요가 있다. 억지로 생각을 지우고 떠나보내려 하면 해결도 되지 않고 계속 힘든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남의 맘을 먼저 보려만 할 뿐 내 마음이 왜 그런지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야 한다.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면 일단 누군가를 위로하지 말자. 타인을 위로하다가 내 마음만 자꾸 공허 해진다. 왜냐하면 내가 하는 행동이 지금 가식일 수 있으니까. 그러면 자꾸 마음만 허해 질뿐이다.


차라리 조용한 커피숍에 가서 차를 한잔 시켜 놓고 머릿속에 들어오는 생각 밀어내지 말고 대면해보자. 내 마음이 왜 힘든지.


그리고 나를 진심으로 믿어주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이에게 나의 마음 상태를 이야기해 보자.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 너무 힘들어."


'내 맘도 모르고 상대를 위로하는 것은 잠시 내려놓아 보아요.'


'내 맘이 어떤 상태 인지 알고 내가 살아야 내 주변인도 숨을 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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