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음악에는 없는 미세한 소리가 아날로그의 감성을 만든다
요즘 카세트 테이프 는 거의 구경하기 힘듭니다만 아직도 LP 를 찾는 사람들은 일부 있는 것 같습니다. 한쪽 벽면에 LP 판이 가득한 주점 또는 카페에 가거나, 아니면 직접 LP 플레이어를 구입해서 듣는 사람들도 꽤 있죠. 그런데 요즘 CD 도 잘 안 듣는 마당에 왜 이렇게 불편함을 감수할까요?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합니다. 그저 디지털 음반은 좀 '차갑고', 반면 아날로그인 LP 음반은 '따뜻하다' 뭐 이러한 애매한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 좀 명확히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카세트 테이프(Cassette Tape; CT) : 소리 등을 기록할 수 있는 소형 자기테이프 저장 매체. 1963년 네덜란드의 필립스 社가 개발함. 크기가 큰 LP에 비해 가격도 싸고 다루기도 쉬워 1980~90년대에 많이 쓰였으며, 특히 Sony 社가 개발한 휴대용 플레이어(워크맨) 덕분에 급속도로 쓰임. 1980년대 이후 음악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함.
*LP(Long Playing record) : 염화 비닐로 만들어진 판으로 만들어진 저장 매체. 1948년 콜롬비아 社가 상용화. 이전의 미디어들에 비해 혁명적으로 긴 시간을 기록할 수 있어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음.
*CD(Compact Disc) : 적외선 레이저를 이용하여 디지털 방식으로 데이터를 읽는 광학 저장 매체. 1982년 필립스와 소니 社가 공동으로 개발하여 상용화함.
결론적으로 그 이유는 디지털의 태생적인 한계, 구체적으로는 무한의 데이터를 기록할 수 없는 한계 때문입니다. 아날로그를 디지털화하면 ①샘플링, ②양자화, ③인코딩의 세 가지 과정을 거쳐 데이터가 '손실' 됩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아날로그(Analog) 와 디지털(Digital) 을 이해해야 하는데, 먼저 아날로그는 연속적인 신호입니다. 반면 디지털은 주로 0과 1의 2진법으로 이루어진, 정수로 수치화된 신호입니다.
(* 디지털에서 2진법이 기본으로 쓰이는 것은 전류를 특별한 조건 하에서 흘렸다 차단했다 하는 반도체의 특성을 활용해서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왼쪽에 '사인파 곡선' 이 있는데 이것은 아날로그 사운드의 기본 파형입니다. 계속해서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곡선인데, 곡선은 어찌보면 무수한 점이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오른쪽에 있는 것은 이를 디지털 사운드로 바꾸기 위한 '샘플링(Sampling)' 을 그림으로 묘사한 것입니다. 샘플링은 사전적으로 어떤 자료에서 일부 값을 추출하는 것을 말하며 대표적인 게 여론 조사입니다. 전체 인구에서 일정 표본을 추출하여 조사하는 것이죠. 음악에서의 샘플링은 왼쪽과 같은 연속된 아날로그 신호를 일정 주기로 뽑아내 수치화한 신호로 줄이는 것을 말합니다.
오른쪽 그림에서 보듯이, 일정 주기로 점만 찍어놓아도 전체적인 그림이 사인파 곡선에 가깝다는 것은 눈으로 금방 확인됩니다. 샘플링의 빈도(샘플링 레이트)를 높이면 높일수록 본래의 아날로그 신호에 가깝게 될 수 있겠죠. 그러나 이렇게 높은 빈도로 샘플링을 하면 데이터의 크기가 과다하게 커집니다. 보다 많은 신호를 숫자로 디지털화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적정 수준을 정해서 뽑아냅니다.
mp3 등 디지털 음원을 보면 '44.1kHz' 라는 정보가 붙어 있습니다. 이는 1초에 44,100회의 데이터를 샘플링했다는 뜻인데, CD 음질의 샘플링 레이트가 바로 44.1kHz 입니다. 굳이 이 샘플링 레이트를 쓰는 이유는 최대 가청주파수인 20kHz의 2배 이상으로 샘플링하면 거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수학적 원리(나이퀴스트-섀넌 정리)에 따른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저장 매체의 용량과 네트워크 전송 속도의 발달로 좀더 높은 샘플링 레이트를 써도 전혀 부담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192kHz', 즉 1초에 192,000회까지 높여 샘플링한 디지털 음원도 많이 쓰입니다.
또 하나 디지털 손실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는 '양자화(Quantization)' 입니다. 위의 아날로그 파형을 보면 가로로도 무한한 데이터가 있지만 세로로도 무한한 데이터가 있습니다. 1, 2, 3처럼 정수로 딱딱 떨어지는 게 아니라 어찌 보면 무한소수의 데이터 값인 것입니다.
이 그래프에서 세로는 소리의 강도입니다. 결국 소리의 강도를 디지털화, 다시 말해 근사값으로 줄여 표현하고 기록하는 것이 양자화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비트(bit)가 이에 관련된 단위입니다. CD 음질에 해당하는 16비트는 2의 16승, 즉 모든 소리를 65,536가지의 데이터로 표현하였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이게 24비트가 되면 2의 24승, 즉 16,777,216가지의 데이터로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차이가 엄청나죠.
'인코딩(Encoding)' 은 데이터의 양을 줄이기 위해 코드화하고 압축하는 것입니다. 무턱대고 압축하는 게 아니라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코딩하는데, '비트 전송률(bit-rate)' 이 여기에에 관여가 됩니다. 'bps(bit per second)' 라는 단위를 쓰는데, 예컨대 128kbps 면 1초에 128,000 비트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수준으로 코딩했다는 것입니다.
아날로그 데이터는 사실상 무한소수에 가깝습니다. 이것을 빈도를 줄이고(샘플링), 근사값으로 만들고(양자화), 거기에 불필요한 데이터는 과감히 쳐내어(인코딩) 데이터의 양을 줄인 것이 바로 '디지털 데이터' 입니다.
이러한 디지털화 기술은 상당히 발달되어 있어서, 이렇게 데이터를 줄여도 사실 거의 원본과 차이가 없습니다. DSLR 등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면 과거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보다 전혀 화질에서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것이 그 예입니다. 마찬가지로 CD나 mp3 등 디지털 음원을 들어 보면 웬만해서는 아날로그 음원과의 차이를 잡아내기 어렵습니다.
*DSLR(Digital Single-Lens Reflex camera) : 디지털 단일 렌즈 반사식 카메라.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SLR 카메라에서 필름을 디지털 센서(CCD)로 대체함.
그러나 찍은 사진을 인화해서 크게 액자로 만들어보면 그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폰카로는 액자를 만들기 힘들죠. 마찬가지로 음악도 △주위 소음이 적고, △음향 장비의 성능이 좋으며, △감상자의 귀가 민감할수록 이러한 차이를 인지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소수점 이하의 미세한 부분에서 디지털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머금고 있는 아날로그의 그 미세한 부분이 귀에 잡히는 것이, 바로 아날로그의 '따뜻함' 이라고 표현되는 것이겠지요.
<덧붙임 1>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음원이 많이 쓰이는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편의성 등의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음원의 '열화(劣化)',
즉 재생할수록 음질이 나빠지는 것 때문입니다. 보관을 잘못 해도 음질이 열화됩니다.
그래서 아날로그 음원은 섬세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덧붙임 2>
물리학 등을 근거로 해서 '진정한 아날로그는 없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모든 입자는 분자나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심지어는 빛조차도 광자(光子, 빛알)라는 입자로 이루어진 것이니,
사실 우리가 연속적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도 사실은 입자들의 조합이라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