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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pd 알멋 정기조 Aug 02. 2022

조선의 건국 설화를 품고 있는, 진안 '마이산'

만 원짜리 지폐에도 나오는 조선 왕조의 상징과 같은 곳


'일월오봉도' 의 배경, 전북 마이산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 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해와 달, 그리고 다섯 개의 산봉우리를 그린 그림인데, 조선 왕조 때 왕의 집무실 용상(龍床) 뒤에 항상 병풍처럼 걸려 있던 그림이었습니다. 이 그림은 조선 왕의 상징이자 조선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경복궁·창덕궁 같은 궁궐의 정전(正殿) 은 물론 태조 이성계의 사당인 전주 '경기전' 에도 걸려 있으며, 현재 세종대왕 만 원권 지폐에도 그려져 있습니다.

 * 정전(正殿) : 왕이 주요 의례를 집행하는 집무실이자 궁궐의 최고 전각.


그 이유는 이 그림이 조선의 건국 설화와 관계있어서입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왕의 계시를 받은 '꿈' 을 형상화한 그림입니다. 이성계가 왕이 되기 전에 꿈에서 신선이 나타나 '이 금척으로 삼한 강토를 다스려 보아라' 라는 계시를 받았는데, 왜구를 물리치고 개선하는 길에 '마이산' 을 보고 꿈속에 나타난 산과 똑같다 하여 마이산 은수사에서 백일기도를 드리며 건국을 결심했다는 그런 설화입니다.


꿈을 그림으로 그리고 설화적인 요소를 반영한 탓에 해와 달이 동시에 떠 있고 폭포가 바다(혹은 강)로 직수하는 등의 비현실적인 요소가 있습니다만, 가운데에 있는 산의 모양은 굉장히 뚜렷하게 독특합니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산의 형태는 우리나라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데, 그래서 이 '오봉' 이 마이산을 모티브로 그려졌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바위산은 대부분 화강암 산이라 비교적 뾰족한 편인데, 마이산은 거대한 역암 덩어리가 풍화를 거쳐 현재의 둥그스름한 모양을 갖게 된 것이 다른 산들과 뚜렷이 구별되기 때문입니다.


이 그림의 유래가 직접적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문헌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마이산 은수사 '태극전(太極殿)' 에도 일월오봉도가 걸려 있고 태조의 적장자의 이름이 '진안대군(鎭安大君)' 인 것을 보면 마이산이 조선의 건국 설화를 품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자연적·역사적 가치로, 마이산은 2003년에 국가 명승 제12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일월오봉도 (日月五峰圖)
마이산의 '타포니'

 * 타포니(Tafoni) : 암벽에 움푹 파인 구멍이 벌집처럼 모여 있는 것으로 풍화 현상 중의 하나.



특이한 산에 있는 더 특이한 사찰, 마이산 '탑사'


마이산에 오는 여행객들은 대부분 마이산 봉우리를 오르는 게 아니라 바로 이곳 '탑사' 를 목적지로 합니다. 조선 건국 설화는 잘 몰라도 탑사는 많이 알려져 있죠.


접착제나 시멘트를 쓴 것도 아니고 홈을 파서 끼워 맞춘 것도 아니라고 하는데, ▲탑 하나당 수십 개의 돌로 ▲높게는 10m 이상 수직으로 뻗은 ▲80여 개의 돌탑이 ▲100년 넘게 무너지지 않고 그대로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가사의한 광경입니다.


그리고 해마다 겨울이 되면 탑사 주변에서 '역고드름' 현상이 목격된다고 합니다. 물그릇 안에 있는 물이 거꾸로 하늘 방향으로 얼면서 고드름이 생긴다고 하는데 참으로 특이한 현상임에 틀림없습니다. 과학적으로는 이곳이 협곡이라 강한 상승 기류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봅니다만, 혹자는 마이산이 참으로 '기(氣)' 가 대단하다고 평하기도 합니다.




천연기념물 배꽃과 역고드름, 마이산 '은수사'


'은수사' 는 물이 은(銀)처럼 맑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태조 이성계의 건국 설화가 탄생한 직접적인 배경이 되는 절이죠.


(남부에서 출발할 경우) 탑사까지 가는 길은 포장된 산책로 수준입니다만 은수사로 가기 위해서는 약 300m 정도 산길을 올라야 합니다. 그래서 여행객 중 상당수가 탑사에서 발길을 돌리는 것이 대부분입니다만, 여유가 되면 근처 '은수사' 까지 올라가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은수사에는 탑사와는 다른 또 다른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이산 봉우리 바로 밑에 있는 곳이라 신비한 마이산 봉우리를 더 직접적으로 볼 수 있죠. 그리고 태조의 설화가 유래된 곳답게 '태극전' 에 일월오봉도가 있고, 때를 맞춰 가면 경내에 있는 600살 넘는 천연기념물 청실배나무에서 만개한 배꽃을 보실 수도 있습니다. 이 배나무는 태조가 직접 심었다는 설화도 전해 내려옵니다. 역고드름 현상도 탑사보다 이곳에서 훨씬 잘 목격된다고 합니다.


진안 은수사 청실배나무 (천연기념물 제386호)



마이산에 가는 길은 2가지인데 남부 주차장 쪽에서 가는 길과 북부 주차장 쪽에서 가는 길입니다. 대부분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남부에서 가게 되는데, 이 경우는 탑사→은수사 방면으로 가게 되며 약 2km 길이의 비교적 평탄한 포장로로 산책로로도 훌륭합니다.


반면 북부에서 가게 되면 반대로 은수사→탑사 방면으로 진행하며 길이는 비슷하지만 산길입니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남부보다 북부가 버스 편이 훨씬 많으므로 이쪽 코스가 접근성이 좋습니다. 만약 숙박까지 생각하면 북부로 가는 게 더 좋은데, 북부 쪽에는 진안 홍삼스파도 있고 숙소나 편의 시설도 꽤 있지만 남부 쪽에는 거의 없습니다.



[연계 여행 정보]

- 최적 시즌 : 4월 말(청실배나무 배꽃) / 12월(마이산 소원빛 축제, 역고드름)

- 연계 여행지 : 진안 홍삼스파, 운일암반일암 계곡, 부귀 편백나무숲


- 교통 : 서울시청에서 246km, 전주역에서 44km, 익산역에서 79km

           (서울-진안) 강남터미널에서 고속버스 편. 1일 2회, 편도 3시간

           (전주-진안) 전주터미널에서 버스 편. 20~40분 간격 수시 운행, 편도 50분

           (남부) 진안터미널에서 버스 편(마령·탑사 방면). 1일 3회, 편도 30분

                    전주역·전주터미널에서 버스 편(장승 방면). 1일 3회, 편도 45분

           (북부) 진안터미널에서 버스 편(마이산 방면). 1일 9회, 편도 10분 / 도보 30분 대체 가능(2.5km)

            *버스 편 문의 : 무진장여객(진안) / 063-433-5282, 전주터미널 / 1668-1600


- 먹거리 : 애저찜(향토 음식), 기타 관내 두부, 이탈리안 맛집


진안 홍삼스파 (업체 사진)
운일암반일암 (진안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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