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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pd 알멋 정기조 Jul 20. 2022

계단식 논과 바다, 남해 '다랭이 마을'

'신 스틸러' 유채꽃이 더해지면 더 이색적인 곳


'독일 마을' 을 제치고 남해 제일의 명소로


통영·거제나 여수, 진도 등 남해에 있는 쟁쟁한 유명 여행지들에 비해 남해(군)는 비교적 늦게 알려졌습니다. 그 시작은 바로 '독일 마을' 이었습니다. 과거 파독 간호사나 광부 이런 분들이 모국으로 돌아와 정착하면서 2001년 경부터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이국적인 풍경 때문에 숨은 명소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독일 마을에 막상 가 보면 별로 할 게 많지 않습니다. 독일이라는 이름답게 독일식 맥주 가게가 많은데, 보통 차를 끌고 가다 보니 운전자는 마실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이를 즐기려면 아예 독일 마을 안에 숙소까지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파독전시관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가게들이나 펜션을 겸하는 거주집이라 뭘 먹지 않는 이상 들어가기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식사 한 번을 겸해서 마을을 한 바퀴 산책하며 이국적인 풍경과 바다를 보는 정도로 여행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남해의 최고 핫플레이스는 독일 마을이 아니라 아래 소개하는 '다랭이 마을' 로 바뀐 모양새입니다.




조상들의 지혜와 의지가 이제는 명승으로


'다랭이' 는 '다랑이' 의 사투리로, 산골의 비탈진 곳에 계단식으로 있는 논을 말합니다. 원래 강원도 일부나 울릉도 같이 경작이 쉽지 않은 오지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만든 게 다랑이인데, 이곳 남해 '가천마을' 도 오지여서 이렇게 다랑이 농사를 지었던 모양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500m 가까이 되는 꽤 높은 산 두 개와 남해바다로 둘러싸인 좁은 마을이라 과거에는 상당히 오지였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다랑이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의지가 담겨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친 산간 경사지를 농사를 지을 수 있을 정도의 평평한 농토로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 농경지 개간보다 몇 배 이상의 노력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산간 농지에 관개 도 해야 하는 더 큰 난관이 있었을 것이고, 이에 더하여 어렵게 만들어진 농토가 홍수나 태풍 등으로 유실되지 않도록 훨씬 더 세심하게 관리를 해야 했었을 것입니다. 공식적으로 기록된 바에 의해서도 이미 12C보다 이전에 우리나라는 다랑이 농경을 활발하게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 관개 : 농지 등에 물을 인공적으로 공급하는 것.

 * 다랑이 논에 대한 기록 : 중국 송나라 사람이었던 서긍이 1123년 고려에 사신으로 와서 보고 들은 것들을 <선화봉사고려도경>이라는 책에 기록하였는데, 여기에 보면 '경지가 산간에 많은데 멀리서 바라보면 사다리나 층계와 같다' 라고 소개하고 있음.


현대에 있어서는 다랑이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경지가 남아도는 마당에 이렇게 척박한 조건에서 굳이 농경을 할 필요가 없어서입니다. 대신 현대의 다랑이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산지와 농지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을 지닌 관광 자원으로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남해의 다랭이 논은 이미 2005년에 국가 명승(15호) 으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 명승 : 경관이 뛰어나고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큰 것들을 선정하여 국가지정문화재로 한 곳. 자연명승·역사문화명승·복합명승이 있음.



계단식 다랑이 논과 유채꽃, 바다가 어우러진 곳


이렇게 좁은 비탈의 논 일부가 봄에는 유채꽃 밭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유채꽃 뒤로는 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죠. 그래서 지금은 이곳이 사진 명소로 꽤 유명해졌습니다. 꽃길을 산책하는 맛은 덤입니다.


일부는 실제 주민들이 직접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다랑이 논 자체가 생소한 풍경인 데다가 거기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 모습을 보거나 체험도 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죠. 특히나 외국인들에게는 이 다랑이 논이 더더욱 생소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마을에서도 고구마 캐기나 모내기 체험, 손그물 낚시 같은 여러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을 아래로 내려가면 바로 가천해변으로 푸르른 남해 바다를 마주할 수 있고, 이곳에서부터 좌우로 '다랭이지겟길(남해바래길11코스)' '앵강다숲길(남해바래길10코스)' 이라는 긴 해변 산책로가 이어집니다. 이곳에서는 매년 7~10월 중에는 '다랭이마을 달빛걷기' 행사도 열린다고 합니다.


사실 다랭이마을은 상당히 경사진 곳이라 오르내리는데 제법 힘이 드는데, 대신 마을 곳곳에 먹거리 가게들과 카페, 민박집들이 쭉 있어서 중간에 쉬어가며 여행할 수 있습니다.




4월 유채꽃 필 때 가야 제맛


걷기 행사가 열리는 7~10월을 비롯해서 다른 계절에도 충분히 방문할 만합니다만, 역시 유채꽃이 피는 4월경이 가장 가보기 좋은 때가 아닌가 합니다. 적어도 4월 중순까지는 가야 유채꽃 사진을 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월 말에 가도 꽃은 피어 있겠지만 매서운 바다 바람을 마주해야 할 것입니다.


이곳의 최대 난제는 주차입니다. 가뜩이나 좁은 오지마을에 많은 관광객이 몰리다 보니 주차난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워낙 오가는 사람이 많아서 좀 버티고 있으면 빈자리가 생기기도 한다지만, 워낙 길 자체가 좁고 통행량이 많아서 잠시 정차하는 것도 눈칫밥이 상당합니다. 가급적 주말을 피하고 혼잡한 오후 시간대를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연계 여행 정보]

- 최적 시즌 : 4월(초·중순) / 다랭이마을 달빛걷기(7~10월 중 토요일, 간헐적 개최)

- 연계 여행지 : 남해 독일 마을, 금산 보리암(우리나라 3대 기도처)


- 교통 : 서울시청에서 393.7km, 순천역에서 76.5km, 여수EXPO역에서 93km

           (서울-남해터미널) 서울남부터미널에서 1일 7회, 편도 4시간 30분

           (남해터미널~) 남면 방면 버스 편. 1일 16회, 편도 32~59분(노선이 다름)

             *버스 편 문의 : 남흥여객 / 055-863-3506


- 먹거리 : 갈치회무침, 해초회덮밥(이상 향토 음식), 독일 마을 내 독일맥주·소시지 등


남해 독일 마을
금산 보리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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