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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pd 알멋 정기조 Jul 11. 2022

序. 한국엔 왜 볼 게 없을까?

내국인의 국내 여행과 외국인의 한국 여행을 활성화하려면...

 * 전국에 이렇게 핑크뮬리 깔아놓은 곳이 몇 곳이나 될까요?



매년 17조 원씩 외국에 '갖다 바친다'


코로나 이전인 2017~2019년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외국 여행에 매년 거의 300억 달러씩 썼습니다. 환율 1,100원/$ 을 적용하면 매년 32.5조 원에 해당합니다. 2019년에 우리나라는 394억 달러 어치의 자동차를 수출했는데, 이의 3/4에 해당하는 돈을 해외여행으로 쏟아부은 셈입니다.


반면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 씀씀이는 이에 크게 못 미칩니다. 같은 기간(2017~2019) 여행수지를 보면 우리나라는 매년 -155.87억 달러만큼 적자였습니다. 역시 환율 1,100원/$ 을 적용하면 매년 17.1조 원씩 적자입니다. 5,000만 명 인구로 단순 계산하면 전 국민이 인당 34.3만 원씩 외국에 순지출한 셈입니다.


* 2017~2019년 일반여행지급액 : 279.60억 달러(2017), 315.28억 달러(2018), 292.61억 달러(2019)

* 2017~2019년 여행수지 : -183.24억 달러(2017), -165.66억 달러(2018), -118.72억 달러(2019)


물론 우리나라가 국토가 비좁고 수많은 전란으로 대부분의 문화유산들이 소실되었다는 점은 이해하더라도, 대다수의 국민이 '국내에는 볼 게 없다', '차라리 그 돈이면 외국을 가겠다' 라고 생각하는 결과가 이와 같습니다.


(* 지도 앱으로 검색해 보니 전국에 이런 스카이워크가 최소 15개 이상 있는 것 같네요. 잠깐 걸어가서 사진 한두 컷 찍고 나오는 게 전부인데.)



국내 여행지가 잘 안 팔리는 이유


물론 내국인이 국내 여행지에 대해 평가가 박할 수밖에 없긴 합니다. 익숙하기 때문이죠. 서울 시민들이 남산 타워나 63빌딩 등에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내의 여행 콘텐츠는 정말 빈약하기 그지없습니다. 그 이유를 분석해 보면, 우선 ▲전통 유산에 대한 경시 풍조가 있습니다. 유럽 같은 경우에는 선대가 만들어 놓은 유산으로 현대인들이 먹고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반면 우리는 선대(특히 근대)가 만들어 놓은 유산을 부수기에 바쁩니다. 가뜩이나 남아 있는 유산도 많지 않은데 말이죠. 특히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비약적인 발전을 하다 보니 오래된 것들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더 강합니다.


반면 ▲공간과 콘텐츠 구성에 철학이 없습니다.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것을 세운다면 여기에 어떤 색깔을 입힐 것인지, 그전에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습니다. 전국에 신도시를 가 보면 다 똑같은 모양입니다. 최소 투입에서 최대의 이윤을 보기 위한 공식이 있나 봅니다. 또 전국 여행지에 가면 산책용 데크나 케이블카, 벽화마을, 출렁다리, 스카이워크가 복사판처럼 깔려 있습니다. 하나가 어디에서 히트 치면 전국 곳곳에 똑같은 곳들이 줄줄이 생깁니다. 이 동네에 왜 이게 만들어졌는지는 아무도 설명 못합니다.


▲여행자를 위한 배려도 없습니다. 이곳으로 여행자들이 어떻게 접근할 수 있으며,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지 , 편의시설은 어떤 게 필요한지 등을 고민한 흔적은 별로 없습니다. 여행지 하나 만들 때는 공무원들의 성과가 될지 모르겠는데, 일단 만들어 놓으면 사후 관리도 잘 안 됩니다. 막상 가 보면 한번 술술 둘러보고 더 이상 할 게 없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연계 시설이나 편의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이유입니다. 보는 곳 따로, 먹는 곳 따로, 자는 곳 따로입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찾아옴에도 불구하고 막상 그곳에서는 1원도 쓰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 여행지가 상당히 많습니다. 사람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탓도 있지만, 근처에 마땅한 밥집이나 숙소가 없어 결국 도시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싼 물가와 요금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1박에 수십만 원까지 하는 숙박비, 역시 여섯 자리를 피할 수 없는 기름값·톨게이트비 또는 KTX 등의 이동 비용, 거기에 먹거리 및 각종 입장료·이용료 등을 감안하면, 차라리 외국으로 패키지 다녀오는 게 낫다는 말이 오히려 합리적으로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류 지상주의와 조급성도 한몫 합니다. 가서 대충 보고 와서는 성에 차지 않습니다. 기왕이면 더 좋은 곳, 더 맛있는 식사, 더 훌륭한 숙소를 찾죠. 적지 않은 돈을 써가며 멀리까지 가는데 만족 못하는 건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여행 가서도 주요 포인트를 훑듯이 여행합니다. 동네길을 걸어 보거나 시장을 구경하는 등의 여유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 동네에도 길과 시장은 많은데 돈 써서 멀리까지 가서 왜 그걸 보냐 이거죠.


다행히 최근에 K-콘텐츠의 영향으로 국내 여행수입이 빠르게 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호의적으로 찾아오는 외국인들에게도 사실 우리가 보여줄 만한 게 별로 많지 않다는 게 어찌 보면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 저는 가끔 이 닭갈비를 먹기 위해 춘천에 가기도 합니다.)



킬러 콘텐츠와 패키지 정보가 필요하다


그럼 외국에는 왜 나가게 될까요. 그저 역마살 같은 본능으로 돌아다니지 않으면 좀이 쑤셔서 그런 것일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가서 볼만한 그 무엇인가가 떠오르기 때문 아닐까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유럽의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 그렇지 않은 대부분은 그저 한두 개 대표적인 게 떠오릅니다. 그게 바로 킬러 콘텐츠입니다. '마추픽추(Machu Picchu)' 때문에 페루를 갈 이유가 있고, '히말라야(Himalaya)' 의 고봉들 때문에 네팔을 가는 것이며, '앙코르와트(Angkor Wat)' 유적 때문에 캄보디아를 가는 것이겠죠. 이러한 킬러 콘텐츠는 꼭 웅장한 자연이나 유서 깊은 문화 유적만은 아닙니다. 단지 하나의 식당 때문에 그곳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주요 타겟이 정해지면 주변에 같이 볼거리는 없는지, 먹을 만한 곳은 없는지, 괜찮은 숙박지는 있는지 살피게 되고, 더불어 교통편이나 비용도 살펴보게 됩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면 사람들이 이러한 정보를 알아서 찾아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 번에 이런 정보들을 패키지로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별생각 없이 보던 사람들이 '여기 괜찮네' 하게끔 하려면 말이지요.


이후의 글은 이러한 고민과 취지 속에서 써보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킬러들이 없을까 하는 생각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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