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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pd 알멋 정기조 Jul 26. 2022

꽃여행·섬여행의 절정, 수선화 섬 신안 '선도'

꽃 + 섬 + 바다의 삼위일체... 출사의 성지


섬은 섬다워야 한다


요즘 여기저기 연륙교(連陸橋) 가 많이 생겼습니다. 과거에 '섬 사찰' 로 유명했던 강화 석모도 보문사도 그렇고, 한때 '새만금유람선' 이라 하여 섬 여행의 성지로 불리던 고군산군도의 꽃 선유도도 이제는 모두 자동차로 갈 수 있습니다. 신안 천사대교처럼 무려 7km가 넘는 거리를 다리로 연결하여 일거에 섬 여러 개를 모두 반(反) 육지로 만들어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섬이 섬 같지 않아졌습니다. 이제 섬은 그저 잠깐 들리는 경유지에 불과해진 느낌입니다. 하루에 몇 번 오가지 않는 배편 때문에 반강제로 섬 안에 묶이는 그런 일은 이제 점점 옛날 얘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섬 안의 주민들도 이러한 상황이 달갑지 않습니다. 외지인들이 와서 잔뜩 와글대다가 돈은 한 푼도 쓰지 않고 쓰레기만 버리고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최신식 시설로 된 4, 5성급 호텔도 좋지만, 가끔은 조금은 불편한 민박이나 템플 스테이, 캠핑 텐트도 그 나름의 멋과 재미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편하게 자동차로 휙~ 훑고 갈 수 있는 것도 좋지만, 바다 내음을 맡으며 약간의 고립과 여유를 즐기는 섬 여행을 가끔씩 하는 것도 여행의 '별미' 일 것입니다.


그러려면 섬이 섬다워야 하는 것이죠.




노랑노랑한 섬, 수선화 섬 '선도'


전남 신안은 섬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무려 1,004개의 섬이 있다고 하죠. 반면 워낙 지리적으로 멀고 교통이 불편한 탓에 이 많은 섬 중에 단 1개도 못 가본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신안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람들도 채 몇 개 섬을 가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 신안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소위 '퍼플 섬' 이라 불리는 반월도와 박지도입니다. 약 1.5km의 보라색 목재 산책로 데크가 설치된 곳인데, 탁 트인 바다의 풍경과 다리 아래 펼쳐진 갯벌이 일품입니다. 튤립축제로 유명한 임자도 도 굉장히 매력적인 곳입니다. 튤립 그 자체로도 어그로가 확 오는데 그런 튤립공원을 2만 평 규모로 만들어놨으니 얼마나 대단하겠습니까.


그런데 위의 섬들은 사실 '섬이 아닙니다'. 연륙교로 육지와 연결이 되어 있죠. 바다에 인접한 육지와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마이카로 접근해서 후딱 보고 목포로 밥 먹으러 나올 코스입니다.


반면 아래에 소개할 '선도' 는 아직(!) 진짜 '섬' 입니다. 신안 가룡항에서 하루에 딱 4편만 있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합니다(무안 신월항에서는 하루 2편). 섬의 크기는 170만 평 가까이 되지만(5.6㎢) 주요 포인트는 도보로만 다녀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반면 카 페리도 가능해서 마이카를 동원하는 편리한 여행도 할 수 있습니다.


원래 이름은 '매미(蟬) 섬' 이지만 그보다는 '수선화 섬' 이라는 별칭으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반월·박지도가 퍼플 섬이라면 이 섬은 '옐로우 섬' 입니다. 항구에 내리자마자 노란색들이 여기저기에 눈에 들어오며,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면 수선화와 유채꽃, 금영화 등의 노랑노랑한 꽃밭이 쫙 펼쳐집니다.


이 이름 모를 섬이 유명해진 것은 한 할머니 덕분이라고 합니다. 할머니가 하나하나 심은 수선화가 섬을 물들이기 시작하자, 신안군에서 아예 예산을 들여 약 8ha 땅에 수선화 꽃밭을 조성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퍼플 섬' 처럼 선도 역시 노란색의 '컬러 마케팅' 으로 섬의 곳곳에 노란 칠이 더해졌습니다.


덕분에 선도는 2020년 전남도에서 선정한 ‘가고싶은 섬’ 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4~5월경, 선도는 출사의 성지가 된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지만 이 섬은 꽃 피는 4~5월경에 찾아가는 것이 최적입니다. 당장 수선화의 개화시기가 3~4월경으로, 매년 선도에서 열리는 '수선화축제' 기간이 4월 초순입니다. 같은 '노랑' 의 유채꽃도 4월 내내 피어 있으며, 양귀비과의 금영화(캘리포니아양귀비)도 4월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서 5~6월까지 이어집니다.


카 페리도 가능하지만 상당 수의 여행객들이 섬에서 도보로 여행합니다. 카 페리를 하면 잠시 더위나 비를 피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이 생기고, 섬에 부족한 먹거리를 동원할 수 있으며, 주요 포인트 외에 섬의 먼 곳까지 다녀올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주차 공간이 절대 부족하여 오히려 동선에 제약을 받고, ▼여행 수요가 몰릴 경우 입도·출도 자체가 어려워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만약 도보를 선택하게 되면 마땅한 쉼터나 그늘도 없는 들판을 도보로 오가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따라서 6월 이후로 가면 덥거나 때로는 비바람을 맞을 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혼잡도와 날씨, 동행자 조건 등을 고려하여 선택하시면 됩니다.


이 섬에는 해수욕장이 없습니다. 바다 앞까지 이어진 길로 접근할 수는 있지만 해수욕할 정도는 아닙니다. 해수욕 관련 편의시설도 전혀 없고요. 되레 섬의 한적한 곳은 바다낚시 포인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한여름 여행은 좀 적합하지 않습니다.


섬 내에 식당이나 편의점이 하나도 없다는 점도 감안하셔야 합니다. 입도 시간이 제한적이라 여행 스케줄을 짜다 보면 점심 전에 들어가서 오후에 나올 수도 있는데, 이때 미리 준비한 먹거리로 점심을 때워야 할 수 있습니다. 카 페리를 하면 미리 먹거리를 충전해서 갈 수 있겠지만 도보로 가면 이 부분이 불편합니다. 신안군에서 좀 신경을 쓸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연계 여행 정보]

- 최적 시즌 : 4~5월 / 선도 수선화축제(4.1~4.10)

- 연계 여행지 : 퍼플 섬(신안 반월-박지도), 튤립 섬(신안 임자도)


- 교통 : 신안 압해가룡항에서 배편. 1일 4회, 편도 35분.

             *배편 문의 : 가룡항 매표소 / 061-262-4211

           (압해가룡항) 서울시청에서 353.2km, 목포역에서 21.6km

                             목포역에서 버스 편(1회 환승) : (목포-압해 중앙; 130번) 1일 20회, 편도 35분

                                                              (압해 중앙-가룡선착장; 공영버스) 1일 9회, 편도 25분

                              *버스 편 문의 : 신안군 교통지원과 / 061-240-8167


- 먹거리 : 바위옷우무(향토 음식) / 한우전복낙지탕탕이, 생고기(육사시미), 인동초막걸리, 함평 한우 등(이상 목포 등 내륙에 있음)


선도-가룡항 카 페리
'퍼플 섬', 반월-박지도
목포의 한우전복낙지탕탕이(포장)
함평의 생고기(육사시미, 뭉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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