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패스로 본 영화 <레이디버드>
차를 타고 가다가 엄마와 말다툼을 하고 화가 나서 차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내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영화는 입시생으로 대학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자신이 사는 지역의 주립대학을 가라고 강요하는 엄마와 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딸과의 신경전으로 시작된다.
아주 사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대화는 사실은 대출금을 갚느라 허덕이지만 그래도 대학을 보내려는 부모와 여전히 좀 더 넓은 세상으로 가고 싶은 꿈을 꾸고 있는 딸 사이의 긴장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무너지고 있는 미국의 중산층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그 우울하고도 불편한 풍경 속에서도 그녀는, 사실은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깁스를 한 팔로 엄마가 가야한다고 말한 등록금이 비싼 카톨릭 여자고등학교에 입학해 심드렁한 얼굴로 끝까지 떠나지 않고 참여하며 학교를 마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주인공은 심드렁해하면서도 열심히 수업을 듣고 연극동아리에 참여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에서의 자신의 삶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은 "레이디버드"라고 불러달라는, 그 순간들을 어떻게든 특별하게 만들고 싶어하는, 그녀 혹은 그녀가 대신하는 우리들.
매번 처음투성이인 일들을 서투르게 그러나 뜨겁게 겪어내는 와중에 친구의 손을 놓쳐도 다시 기어이 그 친구의 손을 잡으려 손을 내미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좋은 차를 타고 좋은 곳에서 살고 사치스러운 순간들이 당연한 친구들. 비교하면 할수록 초라해지는, 기찻길 건너 노후된 단층짜리 주택에 사는 자신의 집 대신 너무나 살아보고 싶었던 아름다운 집이 자신의 집이라고 거짓말했다가 들통나고 마는, 모멸감 속에서 사과하며 그 친구들과의 관계를 이어보려고 노력하는 자신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너무나 평범해서 떠났던 친구에게 다시 돌아가 그 친구를 안으며 고등학교의 마지막 축제를 행복하게 보내는, 그 순간순간 속에서 우리는 지리멸렬한 하루하루를 긍정하고 살아가고 싶어하는 우리 자신을 본다.
영화 레이디버드는 어느 소녀의 아주 일상적인 순간들을 보여준다. 가난한 자신의 집을 부끄러워하고 좀 더 근사하고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 거짓말도 하고 부모님을 숨기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를 외면하고 자신과 맞지 않는 친구들을 만나려고 애쓰며 상처받는, 근사하지도 않고 때로는 부끄러워 숨기고 싶어하는, 서투르고 부족해서 그걸 보는 내가 민망해지고 마음이 쓰이고 그래서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되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거쳐온 그 하루하루를 보여준다.
사랑해 마지않지만 그래도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치던 고향을 기어이 떠나와 낯설고 두려운 거대한 도시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근사하고 멋지게 섞여들지 못하고 만취하고 헛소리를 해대고 결국은 뻗어 응급실에서 깨어나는 마스카라가 번져버린 얼굴. 그리운 고향을 조금이나마 느낄수 있는 성당의 미사를 찾아 엉망진창의 주말을 마무리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는 묻게 된다.
그녀는, 우리는 그 순간들을 딛고 어떤 선택을 할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 순간을 어떻게 살아가든,
그 순간은 특별할 수 밖에 없음을 영화는 말해준다.
그 순간은 그녀에게 그러니까 우리에게 단 한번뿐인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더없이 특별한 순간임을. 우리가 우리 자신을 평범하다고 여긴다 해도 존재한다는 그 자체가 우리 자신에게는 더없는 특별함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