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패스로 본 영화 like crazy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영화의 여운을 잃기 전에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의 장면들을 찾아 인터넷을 뒤지면서도 영화의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마음에 박힌 장면들을 발견하는 대로 모아서 다시 그 장면들로 내가 본 영화를 그려본다. 그러면서도 반문한다. 감독은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사랑을 해본 이들이라면 반드시 겪어야하는 순간들을 보여주는 이 영화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모든 연인들은 결국 이와 같은 순간들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그의 마음 속으로 혹은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갈 수 없는 한 나는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가 보여주는 순간들은 기억들을 툭툭 건들고 겹쳐지고 또 다르게 읽히게 한다.
이미 시선이 머무르는 순간 서로 알아차린 그 무엇.
서로를 잡아끌어 열렬히 아주 열렬히 그 끌어당김을 고백하게 만드는 그 무엇.
네가 없다면, 그 누구의 눈을 아침해와 비교할 수 있을까, 말로 하지 못해 글로 전달하던 고백.
여름 내내 침대를 떠나지 않고자 했던 둘.
자신의 고향으로 자신의 일터로 결국 떠나야 했고 그렇게 적응해 나가는 일상.
대서양 건너편으로 울리는 아주 작은 수화기 너머 목소리만으로도 터뜨리던 울음.
다시 함께하며 쏜살같이 지나가버린 시간들을 뒤로 하고 헤어지는 순간.
침묵속에서도 상대방의 얼굴에서 떼지 못하는 시선. 자신을 바라보는 상대를 다시 바라보던 그 표정.
다시 돌아간 일상 속에서도 잊을 수 없어
다른 그 어떤 사람과도 너와 같을 순 없었다는 본인에게는 너무나 분명하지만 몇마디 말이라는 가냘픈 수단으로밖에 전달할 수밖에 없는 진심.
그 무엇을 지키고자 결혼까지 이르지만 함께 일상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대서양을 두고 다시 헤어져야하는 상황에 침묵과 퉁명스러움, 의심과 불안 그리고 자포자기 상태로 서로를 몰아가는 순간들.
뒤늦은 비자발급으로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지만 모든 것이 변해버리고 난 상황.
다시금 그 무엇을 찾아 마주하지만 처음의 그 얼굴과 같이 설렘도 떨림도 수줍음도 없는 순간. 서로를 팔벌려 안고 기대는 두 사람.
그 둘을 처음 마주하게 만들었던 그리고 이제 다시 마주하게 만든 그 무엇.
불현듯 겹쳐지는 시를 찾아내 옮겨적는다.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편지, 김남조
부디 서로를 마주 안은 두 사람이 다시 웃을 수 있기를, 행복할 수 있기를.
그토록 놓을 수 없었던 그 무엇을 소중히 지켜나가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지나친 바람일까.
그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혹은 그 무엇을 앞으로 어떤 것으로 만들어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그들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라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 영화가 세상의 모든 연인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면 서늘한 회상이 아니라 따뜻한 격려로 받아들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