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패스로 본 <맘마미아2>_엄마 그리고 기억의 조각들
1. 맘마미아2 시사회 메일에 거의 반사적으로 클릭을 눌렀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전작 맘마미아때문이었다.
맘마미아는 나에게 매우 특별한 영화였다. 생각을 하기도 전에 반응을 할 정도로. 지금도 떠올리면 미소가 지어지는 장면들. 영화속 그리스의 아름다운 풍광과 더없이 흥겨운 아바의 음악. 가사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스토리. 그 스토리가 싱글맘의 딸이 자신의 아버지 찾기로 시작해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그리고 등장하는 모두가 자신의 삶을 부정하지 않고 껴안으려는, 한바탕 축제로 남루한 일상에서 잠깐 일탈해 활기를 불어넣는 내용이었다는 게 좋았다. 영화 자체도 훌륭했거니와 관람객으로서 나 역시 잠깐 일상에서 벗어나 한바탕 축제에 끼어 흥겨이 즐긴 것 같은 느낌으로 영화관을 나설 수 있었던 영화였다.
메릴 스트립과 아만다 사이프리드, 피어스 브로스넌과 중년의 친구들이 노래를 부르던 영화의 어떤 순간들은 눈부시게 빛났었다. 더할 나위 없다고, 너무나 벅차다고 느낄 정도로 사랑스러운 순간들이 그렇듯. 그 순간들이 흘러가는 게 아쉬워서 그대로 조금만 조금만 더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느꼈던 순간들.
그리고 영화 속 그 반짝이는 순간들을 엄마와 함께했다. 엄마는 메릴 스트립이 딸의 머리를 빗기며 부르는 노래에 눈물을 흘렸고 내 손을 잡았었다. 영화가 너무나 좋았다고 이야기했었다. 엄마와 함께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었다. 무릎연골이 닳아서 걷기 어려워진 이후로 시내에 나가는 걸 불편해 하던 엄마와 함께 다니는 건 나 역시도 힘든 일이었지만. 맘마미아는 내가 엄마와 단 둘이 영화관에서 본 처음이자 마지막 영화였다.
2. 시사회 당일까지 고민을 했다. 엄마와 함께 가고 싶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엄마는 함께 갈 수 없다는 걸. 엄마는 더 이상 낯선 장소에서 그것도 어둠 속에서 두시간 넘는 시간을 앉아있을 수 없었다. 엄마는 이제 화면의 스토리라인을 따라가지도 못했다. 알츠하이머는 엄마가 30분짜리 티비 드라마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걸 뻔히 알면서 나는 시사회 당일까지도 택시를 타고 가면 영화관까지 이동하는 건 괜찮지 않을까, 내가 옆에서 스토리를 이야기해주면 엄마도 가만히 앉아서 영화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궁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나는 혼자 영화관을 찾았다.
시사회티켓을 받으려고 기다리는 줄만으로도 롯데월드타워몰의 거대한 홀이 꽉 찼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캐스팅의 여름영화답게 시사회초청인원도 대규모였다. 홀을 꼬불꼬불 채운 길고 긴 줄의 대부분이 엄마와 딸이었다. 심술부리는 어린아이처럼 혼자서도 영화를 즐기겠노라는 오기반 불편한 마음반으로 티켓을 두 장 받아들었다. 롯데월드타워몰의 과연 월드타워몰다운 규모 속에서 롯데의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찾아 만원에 네캔짜리 맥주와 새우깡을 샀다.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슈퍼G 상영관으로 들어가 다른 한 쪽 자리에 가방을 던져놓고 팔걸이에 맥주를 꽂았다. 웅성거리며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고 광고들이 흘러갔다.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맥주 한캔을 다 마시고 새우깡도 봉지를 탈탈 털어 가루까지 입에 넣고는 오물거렸다.
3. 오프닝 시퀀스가 아바의 노래 "When I Kissed the Teacher”와 함께 뮤지컬로 시작되자마자 나는 이전의 그때처럼 다시금 조금만, 조금만 더 이 순간이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맘마미아의 실질적 주인공, 노래와 춤과 풍광이 함께하는 사랑스러운 뮤지컬 넘버가 영화의 시작을 알렸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도나가 부푼 꿈을 안고 학교를 떠나 세상으로 나서는 순간을 졸업식의 축사 대신 이 노래를 친구들과 합창하고 함께 강물에 뛰어드는 장면은 전작 맘마미아에서 섬으로 찾아온 친구들과 함께 "dancing queen"을 부르며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장면들을 떠올리게 했다. 맘마미아2는 맘마미아가 펼쳐놓았던 이야기, 엄마와 딸 그리고 엄마의 사랑이야기를 다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놓는다.
나는 이미 영화의 첫 곡부터 전작과 비교할 마음없이 영화가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고 있었다.
도나가 어떤 마음으로 여행을 했고 그러다 섬에 정착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와중에 어떻게 세 명의 남자를 만나고 사랑을 나누게 되었는지
짧은 연애가 끝난 후에도 친구들과 함께 맘마미아를 부르고 섬을 떠나지 않고 어떻게 아이를 낳아 기르며 호텔을 운영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더불어 그녀의 딸이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에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호텔을 개조하고 어떻게 사랑을 나누고 어떻게 살아가려 애쓰는지 그려보인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파트너와 엄마의 친구들, 세 명의 아빠들, 할머니,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눈다.
4. 누군가는 떠났고 누군가는 남았고 또 다시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고 또 여러가지 선택들을 하며 살아간다. 다시금 여름이 찾아오고 한낮 태양의 열기가 밤까지 이어지는 시간들. 축제를 맞이하듯 여름의 한때 일손을 놓고 노래와 춤으로 음식과 술로 사람들과 함께 나눈다. 거대한 화면 속의 아름다운 그리스의 해변과 선명하고 다채로운 빛깔들 그리고 아름다운 목소리들로 꽉 채운 2시간을 나도 그 속의 일부가 된 것처럼 보내고 싶었다. 2시간짜리 여름휴가를 다녀온 것처럼 보내고 싶었다.
그러나 맘마미아2가 보여주는 도나의 부재는 그대로 영화를 함께 보러오지 못한 엄마를 떠올리게 했다. 문득문득 전작 맘마미아가 떠올랐고 이어서 그걸 함께 보던 이전의 엄마가 떠올랐다. 나와 함께 보았던 순간들을 엄마는 기억하고 있을까. 그 순간의 기억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 기억들이 더 이상 엄마의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 기억이 주었던 기쁨이 엄마의 마음속에 남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전의 성공을 충분히 의식하고 만든 것이 분명한 장면들, 다시금 리바이벌된 어린 도나가 부르는 맘마미아와 딸이 부르는 댄싱퀸, 새로이 추가된 아바의 곡들, 결국 누군가의 딸이자 엄마이기에 여자들이 울컥할 수밖에 없는 그걸 노린 장면임을 알면서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도나의 딸이 자신의 아이의 세례식에서 엄마의 존재를 느끼는 장면들 속에서 달콤함과 씁쓸함, 기쁨과 슬픔, 감동과 무감각을 오가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꼈다.
다시금 생각했다.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고. 아마도 나는 앞으로도 맘마미아를, 맘마미아2를 떠올리면 엄마를, 엄마의 기억을, 기쁨과 슬픔을, 달콤함과 씁쓸함을 느끼리라고. 이따금 영화를 찾아보고 영화속 아바의 음악을 듣게 되리라고.
어떤 영화는 이렇게 아주 특별한 영화가 된다. 그것이 훌륭한 영화든 아니든. 누구나 아는 보편적인 것에서 아주 개인적인 의미가 담긴 무엇이 된다. 맘마미아와 맘마미아2가 내게 그렇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