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미술관/박물관으로 나란히 적어본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미술관과 박물관이라는 용어를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상 동등한 층위의 개념이 아니다. 일제의 잔제에서 이어진 관습은 쉽사리 바뀌질 않는다.
미술관/박물관 바라보기는 미술관/박물관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한다. 미술관/박물관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어이없어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 미술관은 박물관이냐, 물으면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용어조차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술관/박물관을 제대로 바라보려면 미술관/박물관이 과연 무엇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2016년 3월25일자의 기사. 오래전의 일 같지만 4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이후에 박근혜 대통령은 문화예술분야에서 문제점들이 터져나오며 촛불집회의 급물살을 맞으며 탄핵으로 대통령직에서 내려왔지만 여전히 문화예술계블랙리스트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아마도 이 기사를 다시 읽었거나 지금 처음 읽는 이들도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 문제는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 정치적 입김이 문화정책을 좌우하는 것이 옳은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상업적인 전시를 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라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어떤 전시를 하는 것이 좋은가, 국립중앙박물관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여기에서 나는 조금 더 미술관/박물관에 초점을 맞추어 박물관에 관련된 질문으로 국한해본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과연 미술관/박물관이란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3.
엄밀히 말하면 미술관은 박물관 중에서 미술분야의 전문박물관(art museum)이다. 박물관의 하위개념으로 분류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고고학적인 유물부터 동시대의 미술품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시를 하고 있는 종합박물관이다. 그러므로 근본개념으로서 박물관을 살펴보아야한다.
그렇다면 박물관이란 무엇일까.
단어의 개념을 이해할 때 가장 좋은 출발점은 아무래도 정의를 살펴보는 것. 박물관은 이미 국제박물관협의회ICOM에 의해서 국제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는 공통된 정의가 있다. (국제박물관협의회는 2만개의 박물관, 172개의 위원회, 3만 5천여명의 전문가들이 속해있는 1946년 설립된 비영리국제기구로 유네스코의 협력기관이. 국다제박물관협의회에 대해서 조금 더 궁금하다면, 국제박물관협의회 www.icom.museum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 www.icomkorea.org를 참고하라.) 이는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박물관에 대한 정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박물관협의회ICOM은 박물관을 "예술,역사,미술,과학 및 기술관계 수집품과 식물원, 동물원, 수족관 등 문화적 가치가 있는 자료포본 등 각종의 방법으로 보존하고 연구하여 가치를 고양시키는데, 특히 일반대중의 즐거움과 교육을 위해 공개전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설립된 항구적 시설"이라고 정의한다.
이후 국제박물관협의회는 계속된 역사적 발전과 문화적 흐름에 따라 다양한 논의를 거쳐 7차례에 걸쳐 정의를 발전시켰다. 따라서 정의의 변화를 살펴보면 시대에 따라서 문화적 흐름에 따라서 박물관의 역할이 어떻게 확대되어 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뒤집어말하면 현재 박물관에 대한 정의는, 현재의 박물관들이 공유하고 있는 박물관 개념의 정수이자 박물관이 생긴 이래 발전하고 다듬어온 박물관의 역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는 정의에 더해서 살펴볼 한국의 박물관 정의는, 한국의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서 내리고 있는 박물관의 정의이다. 국제박물관협의회의 정의가 가장 포괄적인 박물관에 대한 정의라면 법으로 제한한 정의는 박물관에 관한 가장 협소한 정의라고도 할 수 있다.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에 따르면 박물관은 "문화, 예술, 학문의 발전과 일반공중의 문화향유의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역사, 고고, 인류, 민속, 예술, 동물, 식물, 광물, 과학, 기술, 산업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 관리, 보존, 조사, 연구, 전시, 교육하는 시설을 의미" 한다. 더불어 미술관은 '문화예술의 발전과 일반 공중의 문화 향수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박물관 중에서 특히 서화, 조각, 공예, 건축, 사진 등 미술에 관한 자료를 수집, 관리, 보존, 조사, 연구, 전시하는 시설"이라고 다시 한번 명시한다.
위에서 본 가장 포괄적인 정의와 가장 좁은 정의를 비교해보면 결국 박물관 정의의 핵심적인 요소를 정리해볼 수 있다. 요컨대, 박물관은 소장품의 수집, 보존, 전시, 연구를 통해서 문화적인 가치를 높이고 공공에게 봉사하는 시설이다. 미술관은 그중에서도 미술분야의 소장품의 수집, 보존, 전시, 연구를 통해서 문화적인 가치를 높이고 공공에게 봉사하는 시설로 박물관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미술관을 박물관과 동일한 층위의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은, 일제가 근현대미술에 대한 높은 지위부여한 서양근대에 관한 동경과 식민사관, 서구중심주의라는 배경과 그것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또 관행처럼 유지하고 때때로 강화하며 서구현대미술에 강한 지위를 부여해온 문화적 사대주의맥락이 얽혀있다. 그것이 내가 미술관/박물관이라는 용어혼용을 박물관으로 합치거나 뮤지엄으로 부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앞으로는 계속해서 뮤지엄으로 통칭하고자 한다.
결국, 정의를 통해서 살펴본 뮤지엄의 존재이유는, 가치있는 소장품의 수집, 보존,전시, 연구로 그것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고 그것을 향유하는 공공에게 봉사하는 것이다.
5. 궁금해진다. 다른 이들은 이 정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이들에게 박물관이란 무엇인지. 다른 이들은 박물관에 무엇을 기대하는지. 공공이 향유할 만한 문화적 가치가 있는 전시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어쩌면 여기 이 박물관의 정의는 생각했던 것보다 넓은 정의일지도 혹은 좁은 정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물관은 사람들이 만든 것이고 전시를 매개로 계속 변화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변화해갈테니 박물관의 정의 역시 그럴 것이다. 다음에는 그렇게 변화하면서 현재까지 이른 박물관의 역사를 살펴보고 그 특징을 갈무리해두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