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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moon song Jul 23. 2020

[분류 너머의 박물관] 박물관의 미래와 포스트코로나

공공재로서의 뮤지엄museums


지난번 포스팅에서는 한국의 박물관 법제 분류로 본 박물관의 유형을 살펴보았다. 박물관과 미술관이라는 명칭을 달고 있는 곳뿐만 아니라 동물원, 식물원, 사료관, 향토관과 같은 곳들도 역시 박물관에 준하는 공공시설로 구분하고 있다는 것도.  이번에는 한국의 박물관 법제 분류에서 확장해서 박물관분류를 통해서 다양한 박물관들을 두루 살펴보고 나아가 새로운 유형의 박물관들을 통해서 박물관의 미래를 가늠해보려 한다.


박물관 법제 분류에서 경영주체, 소장품으로 구분하는 것에 머물렀다면, 학자들은 거기에 더해서 박물관의 주요 특징에 따라서 분류를 다양화해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박물관은 경영주체, 소장품, 봉사영역, 봉사대상, 전시방법에 따라 분류될 수 있다(이보아, 박물관경영과 마케팅)고 이야기한다. 아래 표를 살펴보면 더욱 쉽게 눈에 들어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지난번에 언급하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소장품(전시내용)의 영역분류라고 할 수 있다. 대개의 학자들은 미술관과 미술관외의 박물관으로 구분해서 예술작품이라는 인간이 만든 의도적이며 고유한 가치를 지닌 창조물을 이외의 것과 분류하고 있다. 미술관 외의 박물관은 역시 인간이 만든 것으로 혹은 인간사와 자연계에 표본으로서 가치있는 무엇, 요컨대 인간이 만든 것이나 인간에게 유의미한 무엇을 소장품(전시내용)으로 삼고 있다.

왼쪽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자수박물관, 환기미술관. 각각이 특정한 분야의 소장품과 전시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분야박물관으로 분류할 수 있다.


특히 현대로 오면서 한 분야에 천착하거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등 소장품으로 인한 전문박물관들이 등장하고 양적으로 질적으로 팽창하면서 주목을 받아왔다. 예를 들면 전문박물관으로서 미술관도 현대미술관이나 자수미술관, 환기미술관과 같이 현대미술이라는 한 시대를 특정적으로 조명하거나 공예중에서도 자수라고 하는 한 분야를 다루거나 혹은 김환기라는 예술가를 집중해서 다루는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박물관으로서 역사박물관도 역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국 근현대사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등으로 국가의 차원에서 우리나라를, 시대사의 차원에서 근현대사라는 일부시대를, 지리적인 차원에서 서울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이제 우리는 어떤 분야의 어떤 시대에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박물관을 선택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왼쪽부터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국근현대사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역시 특화된 분야의 박물관이라는 점에서 전문박물관으로 분류할 수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박물관의 유형을 살펴본다면,


1. 에코뮤지엄
첫번째로 소개할 새로운 박물관의 유형은 에코뮤지엄ecomuseum이다. 해외에서 시작된 사례로 새롭다고 칭하긴 했지만, 에코뮤지엄의 출발은 1960년대 프랑스에서 지역경제의 재건을 위한 지역문화정책에 기초해서 시작되었다. 에코뮤지엄은 건물 안에 마련된 전시공간 안에서 전시기획자가 기획한 동선에 따라 전시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개방된 지역공간에서 관람객이 자유롭게 전시관람을 하며 궁극적으로는 관람객이 전시기획자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박물관의 일부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특정지역의 시공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자 그것을 공유하고 있는 주민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해 인간과 지역의 관계를 규명하는 작업이라고도 이야기한다.

왼쪽부터 에코뮤지엄의 시작이라고 알려진 스칸센 에코뮤지엄, 동피랑벽화마을, 감천문화마을


우리나라에서는 이제는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유명해진 통영의 동피랑이나 부산의 감천문화마을 등이 가장 근접한 예가 아닌가 생각하지만 사실 그 시작이 주민들의 주도와 적극적인 참여보다는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정책이 중심이 되었고 이후 관광객들로 인한 유명세로 지역주민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본다면 아직은 부족하다고 봐야할 것이다. 지역주민들의 삶에 불편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이 공생할 수 있고 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지역을 보호하고 또 알리는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면 그때 비로소 우리나라의 에코뮤지엄의 대표적인 예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막 시작한 돈의문의 박물관마을이 아마도 우리나라 에코뮤지엄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돈의문박물관 마을의 홈페이지와 소개에서 "마을 전체"를 "박물관으로" "살아있는 마을"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에코뮤지엄의 가능성과 미래를 보여주지 않을까.


http://dmvillage.info/ 


"전면 철거 후 공원으로 만드는게 원래 계획이었지만,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게 아니라 기존 건물을 보수하는 서울형 도시재생방식을 선택하여 마을 전체가 박물관으로 재탄생 하였으며
돈의문 지역의 역사와 재생을 소개하는 돈의문 전시관, 전통문화체험이 가능한 한옥시설, 6080세대의 추억이 살아 있는 아날로그 감성공간 등 100년의 시간이 중첩된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마을로 재탄생 하였습니다.
아빠 엄마가 직접 도슨트가 되어 자녀들에게 안내할 수 있는 박물관 마을, 다양한 예술과 문화 체험이 가능한 재미있는 마을, 도심 속 골목 골목의 정취를 느끼며 사진으로 즐거운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돈의문박물관마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 디지털뮤지엄

두번째로 소개할 새로운 박물관의 유형은 디지털뮤지엄digital museum이다. 인터넷이 등장하고 미디어 역시 혁신적으로 발전하면서 정보화사회 역시 2.0에서 3.0으로 넘어갔다고들 이야기한다. 박물관 역시 인터넷, 디지털 기술, 멀티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확산에 발맞춰 인터넷에 가상의 박물관을 건립하거나 온라인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웹박물관, 사이버박물관, VR박물관, 전자박물관, 인터넷박물관, 네트워크박물관, 디지털박물관 등(이보아, 박물관경영과 마케팅)의 다양한 용어를 쓰고 있지만 이들 모두가 박물관을 디지털화해서 선보인다는 점에서 디지털뮤지엄이라는 용어로 정리해봤다. 디지털로 소장품의 분류와 전시의 형태에 혁신을 이루고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박물관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alternativemuseum.org                

특히, 구겐하임미술관, 모마미술관, 휘트니미술관, 워커아트센터,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 등의 다수 미술관들이 버추얼프로젝트로 온라인에서 전시를 재현하고 인터넷에 적합한 새로운 전시형태를 제시해왔다. 또 온라인박물관, 얼터너티브박물관은 전통적인 예술작품을 컴퓨터 모니터에 옮겨 인터넷에 기반을 둔 쌍방향 예술작품과 디지털이미지를 웹사이트에 전시했다(이보아, 박물관경영과 마케팅). 한국에서도 아라리오뮤지엄에서 전자책으로 가이드를 제공하고 사비나미술관에서는 웹에서 VR투어를 제공하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다. 이제 박물관을 온라인으로 확장하는 전시장의 확대뿐 아니라 새로운 전시와 관람방식을 시도하면서 새로운 박물관의 영역을 탐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www.savinamuseum.com                


덧붙여, 알파고를 계기로 이제 디지털이 현실세계를 압도하고 있음을 실감하는 이들이 많았을 텐데, 실제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디지털업계가 전통적 산업제조 대기업들을 가뿐히 뛰어넘으며 산업뿐만 아니라 문화도 주도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박물관 영역 역시 마찬가지이다. 구글에서는 구글 아트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세계유수의 박물관의 작품들을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래는 전세계의 뛰어난 작품들을 고해상도로 보고 세부정보를 만나볼 수 있는 프로젝트로,
Google은 250개 이상의 기관과 협력하여 6,000명이 넘는 예술가의 작품 수만 점 이상을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유명 작품의 초고해상도 이미지를 모아 놓았을 뿐만 아니라 3만 개 이상의 예술 작품 이미지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스트리트 뷰의 '실내 지도' 기술을 사용하여 개별 미술관 건물을 360도로 둘러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프로젝트의 규모는 초기 출범 이후 급격하게 증가해 왔다. 처음의 1,000개에서 증가하여 지금은 45,000점 이상의 작품이 고해상도로 제공된다. 현재 60개가 넘는 박물관의 스트리트 뷰 이미지가 제공되며 계속 추가되고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아트웍을 즐길 수 있는 온라인전시의 방법론 역시 디지털기술과 프로그램이 결합하여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개인적인 취향을 기준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고화질로 작품의 미세한 부분을 확인하며 심지어 게임으로 작품들을 내 마음대로 변형시킬수도 있다.
http://www.google.com/intl/ko/culturalinstitute/about/artproject

아래는 세계각지의 이야기와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는 프로젝트.
https://www.google.com/culturalinstitute/beta/?hl=ko

                                  Google Arts & Culture                  Google Cultural Institute는 여러 파트너가 제공한 수많은 역사적 유물을 한 자리에 모아 숨결을 불어넣을 스토리를 가미하여 제공하는 가상의 박물관 서비스입니다.                  www.google.com                

구글의 한국아트앤컬처프로젝트로 한국의 다양한 작품과 가상투어 온라인전시를 만날 수 있다.

https://www.google.com/culturalinstitute/beta/project/art-project?hl=ko


구글의 아트프로젝트 사이트에 들어가면 전세계의 뛰어난 큐레이터들이 직접 기획한 전시회를 비롯해서 세계적인 컬렉션의 고해상도 이미지와 세부정보를, 세계의 유명 건축과 장소들을 VR로 체험하고 또 동영상으로 주요내용을 만나볼 수 있다. 계속해서 업데이트되는 내용 중에 한국의 다양한 컨텐츠도 포함되고 있다.

  Google Cultural Institute는 여러 파트너가 제공한 수많은 역사적 유물을 한 자리에 모아 숨결을 불어넣을 스토리를 가미하여 제공하는 가상의 박물관 서비스입니다.                  www.google.com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포털 네이버에서도 역시 작품검색과 온라인전시 등을 통해서 온라인을 통해서 작품을 만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http://navercast.naver.com/list.nhn?cid=48&category_id=48

  미술의 세계 : 네이버캐스트                  결핍에서 핀 아름다움, 이정형, 후기인상파와 개, 장유정, 거울 보는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 인상파 미술 속 개, 이은새, 혀끝에서 맴도는 입술, 로코코와 사실주의 미술 속 개, 박민하, 터칭, 마음을 어루만지다, 바로크 미술 속 개, 박호은, 뒷모습이 진실이다!, 바로크 미술 속 개, 신정균, 풍요의 핵 또는 빗나간 미의식, 전병구, 중세미술 속 개, 눈물, 액체로 된 포옹, 강현선, 고대미술 속 강아지, 훔친 키스, 비밀스런 환락을 탐하다!, 한성우, 현대미술 속 고양이                  navercast.naver.com                


요컨대 디지털플랫폼에 박물관의 소장품과 전시가 포함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발전을 거듭해가면서 전시의 기획이나 전시의 방식, 내용이 전문화되고 다듬어지면서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되지 않을까 짐작한다. 그 과정은 아마도 디지털플랫폼의 기술혁신과 박물관의 전통적인 역할이 함께 협력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지 않을까. 아마도 코로나로 인하여 그 과정은 더더욱 가속화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3.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박물관, 박물관의 미래  
그 과정이 다 지나고 나면 결국 박물관 역시 가상의 세계에서 접속해서 전시장을 가상의 세계속에서 둘러보며 명화들을 가상으로 감상하게 되는 디지털화된 무엇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실제 존재하는 박물관들의 가치가 중요해지지 않을까, 직접 작품들을 만나고 또 감상하며 느끼고 생각하는 순간이 더욱 가치있게 여겨지는 무엇이 되지 않을까, 하고도 생각해본다.

코로나의 와중에, 포스트 코로나에는, 어떤 박물관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온라인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작품들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 현재의 박물관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 다음에서는 현재의 박물관 중에서도 전문박물관으로서 미술박물관을 즐길 수 있는 팁을 정리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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