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확인
4. 눈물이 쏟아졌다. 눈을 꼭 감아 봐도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봐도 눈물이 멈추기는커녕 걷잡을 수 없이 쏟아졌다.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도 손가락 틈새로 새어 나오는 흐느낌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저절로 다리가 꺾여 풀썩 주저앉았다. 흐느낌이 거친 호흡으로 바뀌었다. 목구멍이 조여들고 조여들어 숨이 제대로 쉬어지질 않았다. 울음인지 호흡인지 모를 소리를 토하는데 그 앞에 그가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구경꾼처럼 멀거니 서 있던 그가 움직인 것은 내가 주저앉고도 얼마가 지나고 난 뒤였다. 걸음을 떼는가 싶더니 눈물 콧물 범벅으로 헉헉대는 나를 지나쳐 어디론가 사라졌다. 더 이상은 그를 잡을 용기가 남아있지 않았다. 더 이상은 눈물도 나오질 않았다.
쪼그리고 있던 다리가 아까부터 저리고 있었다. 무릎을 펴고 일어서는데 다리에 감각이 없었다. 채 무릎을 펴기도 전에 흙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대로 무릎을 꿇고 엎어지고 말았다. 흙 알갱이들이 따갑게 무릎을 파고들어도 일어서지 못하고 무릎을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휴지뭉치가 눈앞에 나타났다. 고개를 들자 두어 걸음 앞에 서서 휴지뭉치를 내밀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무릎을 꿇은 채 휴지를 받아 눈물을 닦고 코를 풀었다. 그가 잠자코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돌연 이 상황이 우스꽝스러웠다. 사랑한다고 매달리고 엎어져 눈물 콧물을 흘리다가 이제는 그 눈물 콧물을 닦고 있는 내가 우스꽝스러웠다.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잘라 말하고는 휴지를 가져다주고 코 푸는 날 지켜보고 있는 그도 우스꽝스러웠다. 우리가 하고 있는 짓이야말로 코미디 같았다.
“그만 하자.”
제발이라는 말을 덧붙이진 않았지만 붙인 거나 다름없었다. 그의 목소리에 짜증이 배어 있었다. 피곤해하는 티가 역력했다. 말을 뱉자마자 한쪽 다리를 떨고 있었다.
일어설 수가 없었다. 앉은 채로도 그의 허리께까지 보였다. 일어서면 그의 얼굴을 마주해야 했다. 아까와 같은 눈빛을 보게 되는 게 두려웠다. 받아들여야 했다. 그가 내게 원하는 건 단 하나였다. 헤어지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알았어.”
그가 선 자리 곁으로 시선을 옮겼다. 나무 덤불 너머 먼 산의 능선을 눈으로 더듬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
해는 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먼 산언저리만 희미한 주황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다시 찾아와서 미안해. 널 괴롭히려고 그런 건 아니었어.”
내 목소리는 이런 순간까지도 떨리고 있었다. 들고 있던 휴지뭉치를 움켜쥐었다. 애꿎은 손가락 마디마디에 힘을 주고 있었다.
“네 마음, 확실히 알았으니까,”
그는 끝까지 떨고 있던 다리를 멈추지 않았다.
“헤어지자. 지난번에 얘기한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