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불면증
2. 머릿속에서는 물음이 커져만 갔다. 이대로 헤어지고 마는 걸까. 자꾸만 묻는 나를 발견했다. 믿어지질 않았다. 그가 떠났다 해도 언젠가는 돌아올 것 같았다. 어디에 있든 무얼 하든 결국에는 나와 이어지게 될 것 같았다. 보이지 않는 끈이 우리를 묶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끈이 절대로 끊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우리는 헤어질 리 없다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헤어지고 말았다. 정말로 보이지 않는 끈이 우리를 묶고 있기라도 했다면 애초에 헤어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었다. 돌아올 것 같다는 것도 결국에는 이어지게 될 것 같다는 것도 내 기대에 불과했다. 거기에 의지해봤자 부질없는 짓이었다. 몇 번이나 보기 좋게 빗나가지 않았던가.
그가 헤어지자 말하는 순간까지도 행복에 겨운 데이트가 될 줄 알았더랬다. 그가 아무런 감정도 없다 말하는 순간까지도 우리 관계를 되돌릴 수 있을 것 같았더랬다. 이제는 헤어졌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또다시 이대로 헤어지고 마는 걸까 되묻고 있었다. 그만둘 수가 없었다.
끝나지 않는 물음이 다른 물음으로 또 다른 물음으로 이어졌다. 그는 왜 헤어지자고 해야만 했을까. 어떻게 아무런 감정도 남지 않았을까. 무엇을 견딜 수가 없었을까. 어디서 자신이 무너지는 것 같았을까. 언제 뇌가 멈춰버리는 것 같았을까.
도대체 왜 그를 이해할 수 없었을까. 그의 말대로 그를 알고는 있었던 걸까. 어떻게 그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걸까. 그가 준 힌트들을 눈치 채지 못했던 걸까. 그랬다면, 그런 거라면, 우리가 맞춰갈 수 있는 기회들을 놓치고 만 걸까. 그 기회들 중에서 하나라도 잡았다면 달라졌을까. 지금과 같은 결말을 내지는 않았을까. 한 번만 더 기회를 바랐던 게 무리였을까. 그는 내게 기회를 주긴 했던 걸까. 나를 외면하기 전에 나와 맞춰가려고 하긴 했던 걸까.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부터 그의 마음이 변하고 있었던 걸까. 여름방학을 떨어져 보내면서부터였을까. 학기말부터였을까.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으니 광주에서 방학을 보내겠다는 이야기를 꺼냈던 그 때부터였을까. 그보다도 오래전부터였을까. 함께하는 동안 서서히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변하고 있었던 걸까. 틈만 나면 붙어 다니면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문자에 채팅에 메일을 주고받으면서도, 변하고 있었던 걸까.
그는 미련 없이 나를 떠나기로 마음먹었을까. 아니면 조금이라도 주저했을까. 헤어지면서 아무렇지도 않았을까. 아니면 조금이라도 마음 아파했을까. 지금은 잘 지내고 있을까. 아니면 조금이라도 후회하고 있을까. 언젠가 나를 그리워하기는 할까. 한 번쯤은 나를 찾으려 할까. 나를 보고 웃던 그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내가 죽기라도 한다면 슬퍼할까. 아니면 멀고 먼 누군가의 죽음처럼 무심하게 받아들일까. 저승이라는 게 있다면 그곳에서는 날 받아줄까. 아니면 그곳에서도 날 외면할까. 내가 이렇게 묻고 있는 걸 알게 된다면 그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조금이라도 미안해할까. 아니면 진저리 칠까.
그에게 매달리는 나를 후회할 날이 올까. 그를 놓을 수 있을까. 그가 아닌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까. 그도 다른 누군가를 만날까. 그 누군가 하고는 나와 다른 결말을 맺을까. 왜 헤어지고도 그를 놓을 수가 없을까. 왜 그를 놓고 싶지 않은 걸까. 왜 그의 마음을 돌리고만 싶은 걸까. 정말로 그를 사랑하고 있는 걸까. 이 고통스러운 순간까지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걸까.
머릿속이 물음들로 가득 차서 터지기 직전이었다. 그 어떤 물음에도 답은 할 수 없었다. 답을 한다 해도 혼자만의 추측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것도 부정적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 뻔했다.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는 부정적인 결론으로 끝나게 되느니 물음에서 멈추고 싶었다. 우리가 헤어졌다는 사실 앞에서는 그마저도 쓸데없는 짓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