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화창한 날씨 그대로였다

15장. 무엇 하나 평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by 문성 Moon song Kim

5. 결혼식장은 건물 입구부터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이리저리 사람들을 피해 걸음을 옮기며 눈으로는 박미정 이름이 붙은 예식홀을 찾았다. 도우미의 안내를 받으며 이제 막 신부 입장을 하려는 미정이에게 아슬아슬하게 “축하해” 한마디를 건네자 미정이는 환하게 웃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제야 마음을 놓고 신부 측 축의금 접수대에 내 것과 지희 것까지 축의금을 내고 식권을 받아 든 다음 식이 진행되고 있는 홀 안으로 들어갔다.


조명이 주례 선생님과 그 앞에 다소곳이 서 있는 신랑 신부를 비추고 있었다. 홀 안을 두리번거리며 아는 사람을 찾아봤지만 자리에 앉은 사람들도 삼삼오오 무리 지어 서 있는 사람들도 어렴풋이 실루엣만 보였다. 일단 제일 뒷줄에 남아 있는 빈자리에 앉았다.


사회가 주례 선생님의 약력을 소개했다. “신랑의 은사이신 선생님께서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다가 두어줄 앞 익숙한 뒷모습에 눈이 멈췄다. 팔걸이에 비스듬히 기대고 앉아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가 거기 있었다. 박수소리에 움찔 놀랐다. 약력소개가 끝나고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엉겁결에 따라 박수를 치며 주례 선생님에게 눈을 돌렸다.


좀이 쑤시는 주례사를 견디고 축가와 신랑 신부의 인사 마지막으로 요란한 음악 속에 신랑 신부가 행진하는 것까지 지켜보고 나자 불이 켜졌다. 신랑 신부는 사람들의 환호 속에 식장을 나서다 말고 다시 사진을 찍으러 돌아왔다.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도 서 있던 사람들도 한꺼번에 흩어졌다. 근사한 엔딩 같은 건 없었다. 어지럽게 뒤엉켜 웅성대는 사람들로 예식홀은 시장바닥이나 다름없었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동기들과 선후배들에게 인사하고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 사진사가 가족사진 촬영을 끝내고 친구들을 불렀다. 우르르 몰려가는 사람들 속에 끼어 신부 측 자리에 섰다. 사람들이 거의 다 자리를 잡았을 무렵 그도 느릿느릿 걸어와 신부 측 끄트머리 어딘가에 섰다.


“자, 여기 보세요, 여기.” 사진사가 박수를 쳤다. 계속해서 던지는 실없는 농담에 어색하게 웃으며 카메라에 시선을 고정했다. 플래시가 터지고 눈앞이 번쩍했다. 앞으로도 이따금 맞이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또 한 번 플래시가 터지고 또 한 번 눈앞이 아득해졌다 돌아왔다. 잠깐 아득해졌다 돌아오면 그만이었다. “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요. 이번이 진짜 마지막입니다.” 사진사가 외쳤다. 카메라를 쳐다보며 온 힘을 다해 활짝 웃었다.


폐백실로 들어가는 신부를 배웅하고 신부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도 식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식당은 이미 만원이어서 함께 들어온 사람들이 다 같이 앉을 수 있는 자리는 남아있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얼굴도 모르는 낯선 이들 사이에 앉아 갈비탕을 몇 숟갈 뜨다가 일어섰다. 그 자리에 앉아 억지로 식사를 마치느니 밖으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었다. 식당을 빠져나와 엘리베이터 앞에 서자 마침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내리고 남은 자리에 그가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내가 먼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자 굳어있던 그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1층을 눌렀다. 문밖에 아직 그가 서 있었다. 또 한 번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에게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았다. 다만 가볍게 눈인사했을 뿐이었다.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마주 보고 있는 그에게 나도 모르게 미소 짓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갔다. 금세 1층이었다. 로비를 지나 건물 현관을 나서자마자 눈을 꼭 감아버렸다. 햇살이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로 환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눈을 감고 있어도 하얗게 부서지는 햇살에 눈이 부셨다.


천천히 눈을 떴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아래 잎이 풍성한 나무들이 짙은 녹음을 뽐내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들이 흔들리며 반짝거리고 있었다. 며칠 째 화창한 날씨 그대로였다. 무엇 하나 평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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