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소리

15장. 무엇 하나 평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by 문성 Moon song Kim

4. 띠띠띠. 띠띠띠띠띠. 알람이 울리고 있었다. 눈을 뜨지도 않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아직은 잠에서 깨고 싶지 않았다. 띠띠띠. 띠띠띠띠띠. 띠띠띠. 띠띠띠띠띠. 알람이 끝날 때까지 그대로 버티고 싶었지만 시끄러운 알람소리를 끝내 견디지 못하고 손을 뻗어 핸드폰을 찾았다.


눈을 반쯤 뜨고 알람을 끄자마자 핸드폰을 집어던지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토요일마저 알람 때문에 늦잠도 자지 못하고 일어나기는 억울했다. 막 잠속으로 빠져드는데 또 다시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전화가 오고 있었다. 벨소리가 약 올리듯 경쾌하게 노래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주변을 더듬어 다시 핸드폰을 찾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연희야, 나 지희야.”

“어, 그래. 오랜만이다. 근데 웬일이야. 토요일아침에.”

“오늘 결혼식 가지? 축의금 부탁하려고 전화했는데.”

“결혼식? 아, 결혼식! 가야지. 갈 거야.”

“잊어버리고 있었구나? 까딱하면 너도 못 가는 거 아니야?”

“지금이……, 시간이 이렇게 된 줄 몰랐어. 후딱 준비해서 나가야겠다.”

“그럼 축의금 좀 대신 내줄래? 난 일이 있어서. 계좌번호 알려주면 이체할게.”

“응. 알았어. 그럼 문자로 보내줄게.”


전화를 끊고 곧바로 욕실로 향했다. 샤워를 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시간을 계산했다. 머리 말리는데 십분, 옷 갈아입고 화장하는데 십분, 챙겨서 나가는데 십분, 결혼식장이 학교 후문에 있는 교수회관이라고 했으니까 가는데 넉넉잡고 한 시간, 총 한 시간 반이면 얼추 결혼식 전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신부입장을 하기 전에 미정이 얼굴만 잠깐 보고 다른 사람들은 식 끝나고 인사하면 되겠지. 계산을 마치고 샤워를 끝내고 나서다가 멈칫했다.


그를 보게 될지도 몰랐다. 머리에 둘렀던 수건으로 거울의 수증기를 닦아냈다. 거울 속의 내가 나를 보고 있었다. 거울 속의 그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다시 서둘러 욕실을 나섰다. 그를 보게 되든 말든 달라질 건 없었다.


머리를 말리고 옷을 입고 화장까지 끝마쳤을 때에는 삼십분을 훌쩍 넘겨 한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핸드백에 지갑과 핸드폰을 쑤셔 넣는 동시에 구두에 발을 쑤셔 넣었다. 뛰다시피 골목을 지나 큰 길에 이르러서는 지하철역으로 내려가지 않고 손을 들어 택시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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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가세요?”


택시기사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올라타 택시 문을 닫고 나서야 헐떡이는 숨을 가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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