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일상실험
타일에 문제가 생기고, 시멘트를 다시 바르고 마르기를 기다리며 수전작업도 스탑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마냥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바깥부터 작업을 해나가기로 했다. 알루미늄 현관문을 그대로 둘 수 없어서 새로운 문으로 교체하려고 알아보았지만, 아파트처럼 규격화되지 않은 집이라 저렴한 가격으로 구할 수도 없었고 교체공사 자체도 큰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기에 결국은 포기. 친구와 함께 궁리를 하다가 얇은 유리부분을 우레탄폼으로 채우고 합판을 대는 방식으로 앞뒤 모두 메꾸고 마감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는 편이 단열도 되고 일종의 게시판처럼 쓸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
엉망진창의 부실한 알미늄 현관에 간신히 전자키 손잡이를 달고 바닥을 그라인더로 갈아내서 문의 움직임을 조절하고 재단해 주문해둔 얇은 합판을 우레탄폼으로 메꾼 후 부착했다. 마르고 나서 검은색 무광페인트로 칠하고 나서 검은 색 타일로 좁은 문턱이나마 현관바닥으로 바꾸었다. 신발 하나의 길이만큼이 전부인 현관바닥. 그래도 타일을 붙여 만들어놓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의 현관.
싱크대의 상부장과 하부장의 떼어낸 문짝들을 모두 시트지로 감싸고 검은색 문손잡이를 달았다. 그리고 다시 상부와 하부장에 달아 마무리. 욕실로 올라가는 계단도 우레탄페인트로 마감하고 바니시를 바른 그 위에 자연목 상판을 올렸다. 그리고 조명을 다시 조정해보았다. 천장에, 측면 벽면에, 바닥에 떨어뜨려 보며 조명이 번지는 모습들을 보다가 흰 벽에 비치는 빛의 아름다움을 한참 가만히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