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 다 지나가는 와중에도 나의 인테리어 기록은 7월을 넘기지도 못했음을 확인한다. 엄마의 상태를 견디는 것이 힘들수록, 일이 많아질수록, 나는 더더욱 인테리어에 몰두했었다. 했"었"다. 7월말부터 박물관에 출근하게 되고 낮에는 출근하면서 일을, 밤과 주말에는 올해 계약을 맺은 서울문화재단과의 일을, 그 틈틈이 엄마를 건사하기 위해 생겨나는 자잘한 일거리들을 처리하며 주말 하루정도만 인테리어에 할애할 수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인테리어는 더뎌지고 날은 추워지고 기록은 더더욱 더뎌지다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 엄마의 상황이 악화된 시점에 나는 다시 핸드폰 사진첩을 열어 사진을 보며 기억을 더듬어보며 글을 쓴다. 당신을 떠올리며 바닥없는 추락을 하다가 나는 가냘픈 끈을 움켜쥐듯 올리버색스의 말을 움켜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지적으로, 창조적으로, 비판적으로, 생각할 거리를 담아 지금 이 시기 이 세계를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글로 쓰는 것이지." 그가 죽음을 앞두고 웃으며 했던 글 말을, 소중히 나의 다이어리에 옮겨적었던 그 말을 다시 마음속으로 읊조린다. 나는 이 세계를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논할 수도 없고 논하고 싶지도 않지만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내 일상의 아주 작은 창조적 작업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다시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하고 남아있는 인테리어를 조금식 조금씩 하기 시작한다. 기록을 이어간다.
신경써서 수전을 골랐다. 나의 기준은 최대한 단순하고 사용하기 편안한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 욕실도 부엌도 크기가 작았기에 더더욱 공간의 크기에 맞아야했다. 남자손보다 클 정도로 손이 크고 세심한 손놀림을 잘 하지 못하는 나에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크기이면서 작은 공간에 부담스러운 부피를 차지하고 버티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아야 했기에. 그리고 소박한 공간이니 요란하지 않고 단정하면서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처음부터 세면대도, 샤워실도 없었기에, 원래는 옛 수돗가처럼 바닥에 놓여있던 수도꼭지에 세면대를 만들기로, 그리고 세탁기용 수도꼭지에 샤워기를 걸기로 마음먹었다. (세탁기여 욕실에서 안녕) 부엌은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아하기에 넉넉한 싱크볼을 사둔터라 싱크볼을 청소할 수 있도록 늘일 수 있는 수전이 필요햇다. 세면대도 만들위치를 정해주었고 샤워기를 달 위치도 정한 다음, 사이즈에 맞으면서도 디자인도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아헤맸다. 인터넷과 을지로 상가를 뒤지고 주문을 한 다음, 문제가 터졌다.
올해는 50일이 넘는 긴 장마였던 터라 부엌과 화장실타일이 더디게 말랐고 오래된 수전을 교체하고 재설치하는 과정에서 자꾸만 세는 곳때문에 타일이 마르지 못한 채 흠뻑 젖어버렸다. 타일이 들뜨고 세라픽스가 손으로도 떼어질 정도가 되어버려 결국은 작업이 길어졌다. 타일을 다시 흰색 시멘트로 강하게 접착시키고 수전도 오래된 접촉부분에 메꿈테이프를 써서 조이기를 여러 차례.
질릴 정도로 지난한 과정에 마르기를 기다리며 싱크대문짝부터 새 시트로 교체해서 달고 천장에 레일을 달고 부엌및 거실 그리고 침실과 작업실이 될 방에 조명을 설치했다. led로 확산형과 집중형 그리고 주광색과 형광색 섞어서 구입. 가구로 채울 곳과 작업을 할 곳을 상상하며 빈 공간을 우선 조명으로 채우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따뜻하게 번지는 노오란 빛으로 내 마음에 불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