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고르기: 목적과 기능, 선택지 속을 방황하며

의식"주"일상실험

by 문성 moon song

가구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원하는 것과 주어진 선택지, 그리고 무한에 가까운 검색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제일 먼저 주문한 가구는 수납이 가능한 침대. 공간에도 취향에도 맞되 금액도 합리적이어야 했다. 퀸을 사기엔 공간이 좁고 싱글매트리스만을 두기엔 편안하게 쉬기는 어려웠기에 슈퍼싱글매트리스를 둘 수 있는 크기로. 좁은 공간에 높이차를 둬서 평상 혹은 데이베드처럼 동시에 아래칸은 수납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오래전부터 마음먹고 있긴 했지만 기성가구 중에서 크기와 높이, 컬러와 수납의 방식-서랍이나 여닫이 혹은 미닫이, 위에서 아래로, 옆으로 등-을 고려하며 고심하다가 고른 제품. 2미터에 120 넉넉히 슈퍼싱글을 올릴 수 있고 단은 60이 넘어 평상처럼 앉을 수 있는, 그리고 오픈형 여닫이로 물건을 끝까지 채워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

두번째 주문은 이케아에서 한꺼번에. 테이블. 연이어 화이트 스툴 두 개와 원목 스툴 겸 의자 하나. 바퀴달린 철제수납함. 이케아에서 고른 것들로 공간과 톤이 맞으면서도 활용성이 높은 것을 고심해서 골랐다. 내가 카페에 집착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널찍한 빈 테이블이 주는 가능성, 여유로움때문이라는 걸 깨닫고 내 공간에서도 반드시 어디든 쉽게 이동해서 배치할 수 있는 빈 테이블을 두겠다는 꿈이 있었다. 그러나 텅 빈 공간에 책장이 들어오고 한쪽벽면을 꽉 채우고 나자 큰 테이블을 놓겠다는 꿈은 욕심이라는 걸 직감했다. 침대와 옷, 잡화까지 수납하려면 너무 작은 나의 방. 절적한 크기를 고심하다가 꿈꾸던 4인테이블 크기의 제품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150cm, 120cm, 100cm로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 것.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길이 120, 폭 75로 타협을 하고 찾아나가다가 방과 침대와 동일한 톤의 이케아 상판과 다리구매. 역시 같은 화이트톤에 가볍고 쌓아서 보관할 수 있는 스툴 두개와 책장과 높은 찬장에 이용할 수 있는 2단계단겸용 스툴구매. 잡다한 문구와 사무용품, 핸드폰 등 디지털기기 관련 용품 등을 둘 서랍식수납함도 구매. 테이블아래에 넣거나 공간을 이동해가며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이동식 바퀴가 달린 것으로 골랐다. 모두 이케아에서 고른 것으로 새삼 저렴하면서도 깔끔한 디자인의 이케아의 위력을 실감했다.

세번째로 주문한 것은 타공판가벽과 강력압축봉으로 만든 5단행거. 침대겸 평상옆을 가벽으로 나누어 드레스룸으로 쓸 참이었다. 화이트타공판을 공간크기에 맞게 주문하고 조립하고 실리콘으로 한번 더 마감해서 튼튼히 고정시켜주었다. 여기에 공간사이즈에 맞는 행거를 찾아 헤맸다.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옷을 수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고심하다가 바닥부터 천장까지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거를 택했고 역시 코너의 특성을 활용하려고 기억자로 배치해서 드레스, 긴 아우터, 상의와 하의를 4단으로 나누어 걸고 침대를 사며 딸려온 계단겸 책장을 수납장으로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게 터무니없는 나의 야무진 망상임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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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대와 나머지 잡화들도 추가로 옮기고 나자 방은 더더욱 물건으로 가득찼다. 기존의 화장대를 그대로 쓰기로 했지만 경첩이 고장나 삐걱대고 있었기에 열리는 폭이 넓고 부드럽게 열리는 유압식 경첩을 사서 교체하는 것으로 우선은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다른 물건들을 어떻게 분류할까 다시 한참 고민하다가 작업을 할 때 쓰는 물감, 붓, 파스텔, 크레용 등의 도구들과 씨디, 엘피, 테잎 등의 음악용품, 여행지에서 기념으로 갖고 온 그리고 여행기를 쓰기위해 그리고 매년 일년치 읽고난 후 기증하곤 했지만 몇 년전부터 읽지못하고 밀린 시사인잡지를 거실에 따로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부엌과 거실이 죽은 공간이 되지 않았으면 했기에 요리와 식사, 취미와 휴식도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정말로 필요한, 쓸 물건들만 남기고 이 많은 물건들을 처분해야 했다. 나는 다시 책장과 가져온 물건들 더미 속에서 쓰지 않을 물건들을 분리해내고 그것들 중에 쓸만한 것은 당근마켓에 나눌 수 있는 것은 기증함에 누구도 갖지 않을 쓸모없는 물건들은 분리수거함에 두었다. 출퇴근을 하며 이 과정을 진행하려니 몇 주가 훌쩍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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