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공판으로 가벽을 치고 미니드레스룸을 만들겠다는 나의 야무진 꿈은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침대를 설치하러 온 아저씨가 바닥면이 울퉁불퉁해서 침대를 붙일 수 없다며 벽면에서 2-3cm정도를 벌려 설치했을 때부터. 바닥이 휘어있기 때문에 휜 그대로 붙이면 침대의 사각프레임도 휘고 결국은 뒤틀려 가구가 망가지고 무너질 거라는 친절한 설명에 울며겨자먹기로 고개를 끄덕이고 틈을 남은 장판으로 메꾸었다. 그리고 그렇게 타공판가벽도 옆으로 밀렸고, 내가 계산해두었던 70cm 폭은 68cm가 되고 말았다.
문제는 행거들이 대부분 70cm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이었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알뜰하게 사용해서 옷장보다 더 공간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행거를 설치해야하는데, 공간에 맞는 행거를 찾는 것부터가 난항이었다. 뒤지고 뒤져 폭 60cm이하의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고 기억자로도 설치할 수 있는 미니 5단행거를 찾았고, 내 공간에 맞추기 위해서 공간 길이에 맞춰 조절할 수 있는 압축봉과 입구로 사용할 커튼을 달 압축봉을 다이소에서 추가로 구입했다. 기억자로 행거를 설치하고 안쪽정면에는 긴 겉옷과 드레스들을 걸고 그 아래로 책장을 오픈형수납장으로 사용하기로, 측면에는 2단으로 나누어 위에는 윗옷을 아래에는 치마와 바지를 걸기로 하고 마음먹고 일단락이 되나 싶었다.
출퇴근을 하며 아침저녁으로 옷을 옮기기 전까지는. 여름옷과 잡화를 옮기다가 아침저녁 기온이 떨어지며 가을이 왔고 가을겨울 옷을 미처 옮기기도 전에 이미 행거를 꽉찼고 수납장은 속옷과 티셔츠만으로 차고 넘쳤다. 나름대로 계절을 넘길 때마다 옷정리도 하고 잡화도 정리하며 일정분량 이상을 넘기지 않는다고 자부했는데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걸까 옷이 턱없이 많은 걸까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생각해봐도 옷을 다양하게 입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일년에 서너번 정도밖에 옷을 사지 않는 나기에 공간의 크기가 절대적으로 작은 것임을 인정해야했다. 그렇다면, 공간의 크기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었다.
옷을 찬찬히 보고 고르고 비교해보며 믹스매치해볼 수 있으려면 옷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대어볼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여유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다보니 그것에서 느끼는 옹색함 혹은 초라함이 싫어서 사람들이 더 넓은 집에 집착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은 공간을 옹색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어찌해야할까. 내가 찾은 답은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것. 공간에 맞춰 짐을 줄이는 것. 부지런히 관리하는 것.
다시 옷정리에 들어갔다. 한번 더 더 이상 입고 싶지 않은 옷들, 낡은 옷들을 추려내 기증 혹은 헌옷수거함에 보내고 남은 옷들을 계절별로 정리했다. 침대 아래 수납칸을 최대한 활용해 시즌에 입는 옷들만 행거에 걸고 입지 않는 옷들을 수납하기로 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을 위한 옷들을 빨아 차곡차곡 정리하고 가을옷을 다시 정리했다.
행거에 걸어보다가 몇 번 행거의 단을 조절해보기도 하고 위치를 조정하기도 하며 내가 꺼내기 편안한 방식으로 옷을 한눈에 보기 편한 방식으로 배치를 바꾸었다. 정면 안쪽을 두단으로 나눠 위에는 긴 외투와 드레스, 아래는 블라우스, 셔츠, 가디건같은 웃옷들을 걸고 측면도 두단으로 나눠 위에는 짧은아우터, 아래에는 치마들을 정리하고 그 아래에 진과 나머지바지들을 정리했다. 타공판 안쪽면에 네트망을 달아 자주 쓰는 모자와 스카프, 벨트를 걸었다. 그리고 이케아에서 사두었던 표백하지 않은 무명천에 커튼고리를 달아 압축봉에 걸어 미니 드레스룸의 문을 대신했다.
수납함을 가벽밖으로 뺐다. 옷걸이에 최대한 많은 옷을 걸어두는 편이 한눈에 옷을 고르기 쉽기에 최대한 옷걸이를 활용하기 위해서. 우선은 수납함에 란제리와 나시, 스타킹과 양말, 집에서 입는 라운지웨어와 티셔츠와 니트류를 쌓듯이 정리했다. 원래 얕은 서랍 네 개에 나누어 두었던 옷들을 좁고 깊은 책장형 수납장에 쌓아두는 건 그닥 편하지 않았다. 원래 쓰던 칸막이들은 얕아서 무용지물이었다. 옷을 다 옮기고 나서는 침구를 들고 와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 화장실과 옷, 침구가 새 공간에서 아침저녁을 맞으려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의식주 중에 의와 주 두가지를 해결하면 식은 어떻게든 밖에서 해결할 수 있는 도시이기에.) 어쨌든 그렇게 생활해보며 먼지가 많이 쌓인다는 걸 깨닫고 서랍을 만들기로 했다. 나무를 주문해 친구와 함께 전동드릴로 밖고 앞판에 손잡이를 달아주었다.
서랍안에 남아있던 하드보드지로 칸을 나누어주어 제일 윗칸에는 란제리와 나시 등의 내의를, 두번째칸에는 양말과 스타킹, 라운지웨어를, 세째칸에는 티셔츠와 니트를 정리해두고 최대한 옷걸이에 걸 수 있는 옷들을 다시 정리했다.